2021년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 ‘과다’ 육식이 우리 모두를 죽입니다

‘과다’ 육식이 우리 모두를 죽입니다

남시중 미국 변호사

– 캠페인을 시작하며 –
몸과 마음을 살리는 불교의 생명사상은 지구 살리기의 출발입니다. 『불교문화』는 2021년 ‘육식을 줄이자’라고 제안하는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단순히 먹는 양에 대한 집착이나 완전 채식을 고집하는 게 아닙니다. 쾌락을 위해 생명체를 고문 학대하고 죽이는 과다 육식을 자제하자는 호소입니다.
‘과다’ 육식은 우리 모두를 죽이는 일입니다. 먼저 『불교문화』 독자 여러분부터 ‘육식을 줄이자’는 이 캠페인에 동참해 자신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데 힘을 보태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신축년(辛丑年)을 맞았습니다. 소의 해입니다. 수천 년 농경작을 해온 우리 민족에게 소는 논밭에서 같이 일하며 가족처럼 살아온 동물이었습니다. 소가 없으면 농경작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우리 민족은 소를 식용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더는 일을 할 수 없거나 성질이 거친 수소만을 잡아먹었습니다. 수천 년 예외적으로만 고기를 먹던 우리 민족의 채식 문화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해온 지난 50년간, 어느덧 육식 위주로 탈바꿈했습니다. 최근에는 식문화가 아예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한국인의 식습관은 이제 건강과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다 육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오랜 세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 소고기 소비도 급증했습니다. 지금 한국인의 소고기 소비량은 끼니마다 고기를 먹는 일인당 육류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60%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의 일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14.2kg에 달해, 1970년도에 비해 무려 12배가 증가했습니다. 가금류를 포함한 전체 육식량에서, 지난 2019년 우리의 육식량은 1인당 62kg으로 일본(41.6kg)과 중국(54.3kg)을 모두 크게 앞지르는 수준입니다. 세계경제협력기구(OECD)의 2019년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전통적 육식 국가인 영국(61.4kg)보다도 더 육식을 많이 하는 아시아 최대의 육식 국가입니다. 통계로 보면, 평균 한국인은 매일 소고기를 먹다시피 합니다. 특히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는 일인당 소비량이 소고기의 두배에 달합니다. 닭고기 역시 1980년부터 연평균 4.3%씩 늘어 2018년에는 5배가넘는 12.7kg을 먹었습니다.
불과 반백 년 전만 해도 명절에나 고기를 먹었지만, 지금은 동물 단백질과 지방의 과잉 섭취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동맥경화 등 과다 육식으로 발생하는 서구형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붉은색 고기가 유발하는 암은 육식 증가와 비슷한 추세로 급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2018년 보고서에 의하면, 위·대장암 발생률 세계 1, 2위를 모두 한국이 차지했습니다. 수천 년 채식을 해온 한국인의 체질은 급속하게 진행된 과다 육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채식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에 나온 ‘고기를 먹어야 단백질을 확보할 수 있다’라는 속설을 아직도 금과옥조처럼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한국인의 문제는 영양 부족이 아닙니다.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하는 동물성 칼로리 과다 섭취입니다. 한국인의 평균 영양 섭취량은 2011년 이미 3,329kcal를 기록해 한국영양학회 권장량에서 무려 1,000kcal 이상이나 초과했습니다.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로 성인 남성은 국제적 기준의 발암 위험 선(하루 100g) 이상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과다 육식으로 이미 10년 전부터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 상태이고 특히 어린 아이와 청소년층에서 고도비만은 10명 중 1명꼴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육식을 급격히 늘리는 동안 서구 육식 문화권에서는 오히려 육식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붉은색 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1976년 소고기 소비가 정점을 찍은 이후 소비량이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지난 1995년 붉은색 고기를 과다 섭취할 경우 사망률이 남자는 31% 여자는 36% 높아진다고 발표해 미국인에게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한국보다 일인당 육류 소비가 적은 영국은 채식을 하는 국민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하면, 지난 2019년 예외적으로만 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전체 인구 중 39%에 달하고 완전 채식을 실천하는 비건(vegan) 인구도 12%에 달합니다. 지난 2019년 영국에서 출시된 먹거리 제품의 25%가 비건이었습니다. 이런 영국에서 육류 섭취를 끊으면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실험해본 결과, 1년 안에 약 4.53kg의 체중 감소와 심장질환 위험 감소, 당뇨병 발병률 감소 및 당뇨병 예방, 암 발병률 감소, 장내 건강한 세균 증식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미국인을 가장 괴롭히는 알레르기 질환과 골다공증 역시 동물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육식량이 적정선이냐는 것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불교는 생명 존중의 종교입니다.
생명 존중은 내가 곧 자연현상이라는 깨달음이고 붓다가 ‘중도’라고 부른 자연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붓다가 그토록 강조한 생명 존중이 인류의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서구에서 시작된
생명에 대한 무참한 폭력과 환경 파괴는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은 이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폭증하기만 하는 육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악마의 산업’이라고 불리는 공장형 축산업이 등장했습니다. 가축을 공장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기형적으로 생산해내는 공장형 축산업은 지구온난화와 선순환의 자연 생태계를 뿌리째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세계 13억 마리의 소가 연간 약 1억 톤에 달하는 메탄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축산업에서 발생한 비산 먼지가 초미세 먼지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가축 사육과 사료 생산 과정에서만도 각각 30억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매연이 아니라 공장형 축산입니다. 세계 육류 소비량은 지난 1970년 약 1억 톤에서 2010년 3억 톤으로 세 배 가까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가축 사육은 다른 식량 생산보다 유한한 지구 자원인 토지와 물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식량 생산 방식입니다. 축산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에 들어가는 곡물량이 전 세계 총생산량의 40%에 달합니다. 중국과 인도를 합친 인구가 먹는 곡물의 양보다 가축이 소비하는 곡물 양이 더 많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과다 육식이 자행되고 빈국에서는 매년 4,000~6,000만 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초양극 현상이 지금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매년 720억이라는 상상하기도 힘든 천문학적인 수의 동물을 도축하기 위해 가용 농토의 80% 이상을 축산업에 동원합니다. 축구장 여덟 개 넓이의 중남미 열대 우림이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신흥 육식국의 고기 수요를 맞추기 위해 1분마다 파괴되고 그 결과 매년 5만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아마존은 현재와 같은 육식 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10년 후 20%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공장형 기업 축산은 인간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학대와 고문을 출생 순간부터 도살 직전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축산 동물에게 가하는 잔인한 고기 생산 방식입니다. 사육 과정에서 한계치를 넘은 스트레스를 받는 축산 동물의 면역 기능은 무너져 그 결과 쉽게 질병에 걸립니다. 도축 전에 병사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항생제와 살충제를 미리 사료에 섞어 먹입니다. 항생제 남용에도 불구하고 공장형 축산으로 인한 각종 전염병은 전 세계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 축산 방식이 공장형으로 전환한 20년 전부터 구제역과 조류 독감 등 각종 전염병이 연례행사처럼 찾아옵니다. 닭은 복사지 한 장 크기의 철창을 벗어나지 못한 채 속성 사육되고 소나 돼지는 좌우로 혹은 뒤로 돌아서지도 못하는 좁은 틀에서 태어나서 도살될 때까지 키워집니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괴질성을 보여 닭은 부리를 미리 잘라버립니다. 살충제와 항생제 성장 촉진제가 범벅이 된 유전자 조작 옥수수 사료를 먹은 고기가 전체 육류 제품의 99%를 차지합니다. 병원체이다시피 한 가축을 병사 직전 도축한 고기를 먹고도 암과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공장형 축산을 친환경 유기농 축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 소비자는 친환경 육류 제품을 고집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동시에 지켜야 합니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자연 방목해서 키우고 가급적 고통을 주지 않고 도살한 육식 제품만을 고집해야, ‘악마의 산업’이 사라집니다. 유기농 고기만 고집하면 육식량도 자연스레 줄이게 됩니다. 선진국 음식의 절반이 쓰레기로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육식을 줄이면 절식하게 됩니다. 모든 음식은 고귀한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보시물입니다. 정성으로 고맙게 받들어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 합니다. 매끼 먹는 행위 그 자체가 명상 수행이어야 합니다. 불교의 이상은 깨어 있는 것입니다. 석가모니에게 붙여진 ‘붓다’란 존칭은 ‘깨어 있는 자’란 뜻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어 있음’이란, 유전 인자에 의해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욕망호르몬 작용을 뇌 스스로 늘 지켜보는 명상 혹은 자성(自省)을 말합니다. 지켜보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지켜봄 그 자체가 이미 충동적 욕망의 해소입니다.
인간이 구운 고기를 좋아하는 건 우리 몸에 동물성 영양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고기를 구우면 동물 단백질이 아미노산과 당으로 해체되면서 당 성분의 향과 맛이 우리 뇌를 자극해 쾌감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포 도당 형태로 인체 칼로리의 4분의 1을 소비하는 현생 인류의 뇌는 당에 집중된 높은 칼로리를 갈구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현대인은 이미 칼로리 과잉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 인간의 뇌는 여전히 구운 고기에서 나는 당 성분의 향과 맛에 유혹됩니다. 과다 육식은 쾌락을 위해 먹는 일종의 설탕 중독입니다. 배가 부르면 더 먹고 싶지 않습니다. 몸은 자동으로 균형을 찾도록 반응합니다. 하지만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시대의 뇌 기능을 그대로 보존한 채 순차적으로 진화해온 우리 뇌는 지금도 파충류 시대에 만들어진 호르몬 충동 방식으로 생존 욕망을 작동합니다. 그래서 우리 동물적 충동은 즉각적이고 한계를 모릅니다. 자제하기 힘든 동물적 욕망을 불교에서는 ‘갈애(渴愛)’라고 부릅니다. 붓다는 삶의 모든 심리적 고통은 이 갈애에서 발생한다고-지금 보면 너무나 과학적인 사실을–2,500년 전에 밝혔습니다. 갈애를 일으키는 욕망 호르몬 작용을 안정시켜야만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행복,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찰나의 만족을 넘어서면 또다시 더 큰 욕망이 살아나는 고통의 악순환이 ‘윤회’라는 은유(메타포)의 숨은 뜻입니다. 명상 수행으로 항상 깨어 있어야 번뇌의 악순환, 윤회를 멈출 수 있습니다. 불교는 생명 존중의 종교입니다. 생명 존중은 내가 곧 자연현상이라는 깨달음이고 붓다가 ‘중도’라고 부른 자연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붓다가 그토록 강조한 생명 존중이 인류의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서구에서 시작된 생명에 대한 무참한 폭력과 환경 파괴는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지구 생명체 모두의 죽음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인간 중심의 미망인 유일신 종교로 합리화된 서구의 잔인한 육식 문화를 우리는 추종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천 년 생명 존중을 실천해온 한국의 불자가 생명 존중의 깃발을 더 높이 들어야 할 때입니다.

남시중 성균관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Northwestern University Medill School of Journalism에서 석사 학위를,University of California Hastings College of the Law에서 법학 박사(Juris Doctor)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현지에서 변호사 및 투자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개를 위한 변명 – 보신탕과 동물 권리론에 관한 철학적 성찰』, 『벤처@실리콘 밸리』, 『Why Meditat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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