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사회화 2 | 깨달음의 사회화를 위한 불교의 역할

깨달음의 사회화를 위한 불교의 역할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래된 미래, 부처님!
‘하나의 꽃 이파리 속에서 천 개의 꽃잎을 보고, 먼지 한 낱 속에 온 세계와 온 우주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불교라 한다. ‘한 티끌 속에 온 우주의 이치가 온축되어 있다’는 「법성게」의 이치다.
코로나 시대의 문명사적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결국 ‘오래된 미래’ 부처님 당시의 모습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근본적 성찰(省察)과 시스템 전환(轉換)을 통한 불교의 현대화’ 작업이다. ‘실천과 반성 그리고 재실천의 끊임없는 구도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차별 없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생명은 동일하며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중생 한 중생이 각자 주인이 되는 삶, 어느 한 개인과 중생의 삶이라도 그 소중함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 ‘차별없음’이 불교 현대화 작업의 출발점이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불교!
불교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고자 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면서 시작하는 종교라고 한다. 따라서 불교는 오랫동안 ‘무엇을 하는 종교’라기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종교’였다. 불교가 소극적이며 사회문제에 앞장서는 종교이기보다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한 종교로 인식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불교, 특히 ‘인(In) 코로나 시대의 불교’는 사회 변화와 함께해야 한다. ‘생명의 불안과 스트레스, 기후와 환경 그리고 안전, 복지, 평화 등 오늘의 사회문제’는 ‘불교적 접근과 해법’을 요구한다. 산업 문명의 진전과 생태 환경의 파괴는 오래된 문제이고 생명 윤리와 세계적 감염 위협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이다.
“우리가 기존에 누려왔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대전환기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생존해나갈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우리 불교가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바로 ‘깨달음의 사회화’다. 오늘날 불교는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교가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게 아니라 사회와 함께 도시 속으로 그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중생삶의 현장으로 중생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깨달음의 사회화 실천’이다.
중생과 유리된 불교가 아니라 중생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불교이자, 중생이 찾아오는 불교가 아니라 중생을 찾아가는 불교가 현대의 불교다. 이는 은둔자들의 숲을 떠나 마을 가까운 숲으로 찾아가셨던 부처님의 모습을 오늘날 다시 구현하는 것이다. “불교가 이 시대 대중의 삶과 고뇌, 행복과 평화를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중생 속으로다.

‘깨달음의 사회화’는 ‘불교의 자격(資格)’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여러 사회문제에 해법을 제시해 ‘국민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불교의 사회적 권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산중에서 도시 속으로!
‘깨달음의 사회화’는 원래의 불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뭇 생명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길을 떠나자’는 부처님의 전도 선언을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사회화는 불교가 우리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교의 존재 이유는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고 깨달음의 길로 함께 걸어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월선원 만행 결사는 “앉은 불교에서 앞서 움직이는 불교, 소극적 불교에서 적극적 불교,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불교”로의 변화를 향한 첫걸음의 다짐과 실천이다. ‘중생이 찾아오도록 기다릴 수도 중생을 찾아갈 수도 없는 언택트 시대’에 ‘불교 중흥과 국난 극복’을 위해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보다 가까이’다가서는 보살행원이기도 하다. ‘결사’는 명산대찰 중심의 전통적 불교 수행에서 도시로의 현대적 불교 수행으로의 전환이다. 만행 결사는 그동안 불교 위기 때마다 등장했던 보조 지눌의 정혜결사, 학명의 선농 결사, 퇴옹의 봉암사 결사 그리고 현암의 건봉사 결사 등과 같은 ‘한국 불교 역사의 결사 실천 공동체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오늘날 한국 불교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감동도 주지 못하는 종교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불교가 대중의 고통스러운 현장에서 벗어난 것이 위기의 핵심이다. 깨달음(正覺)에 초점을 둔 불교(救世大悲者)에서 중생들에게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신 자비의 스승으로서 불교(救世大悲尊)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중생의 괴로움을 찾아 보듬어 안고, 중생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게 진정 이 땅에 깨달음의 성지 ‘붓다가야’를 구현하는 첩경인 것이다.

중생들 삶의 문제와 함께하는 불교!
“어떻게 사찰이(불교가) 신도들을 감동시키고, 공감을 나누느냐”는 고민, 즉 ‘깨달음의 사회화’는 주변의 지역과 현장으로 확산된다.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가 대표적 사례다. “사회와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1사찰 1사회시설 운영과 교구본사와 일반 사찰의 자비 나눔 행사”를 개최한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사찰, 신도와 지역 주민들의 희로애락과 삶의 현장을 함께하는 사찰이다. 현장과 우리의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어린이집이나 경로잔치 그리고 장학 사업 등이 나눔과 봉사를 통한 ‘깨달음의 사회화’다.

‘깨달음의 사회화,’ 불교의 권위 회복부터!
‘깨달음의 사회화’는 ‘불교의 자격(資格)’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여러 사회문제에 해법을 제시해 ‘국민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불교의 사회적 권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출발은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이다. 사찰 예결산과 분담금 제도 개선은 그 출발점이다. ‘사찰예산회계법’과 ‘사찰운영위원회법’ 등에 따른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의 제도화는 사찰 예산 공개 및 재정 투명화를 위한 발판이 되었다. ‘초고령 사회’는 불교에도 승려 노후 복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교구본사별 부분 재정 통합 또는 재정 공유제”가 논의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재정 공영화’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 종교로서 불교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정(自淨)의 조직화 노력이다. 종단의 체질 변화를 위한 ‘자성과 쇄신결사추진본부와 백년대계본부’는 불교와 종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향한 장기적 미래 전략의 조직화다. 향후 승가 육성과 사찰 운영 혁신 등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일 승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중앙 종단과 교구본사가 어떤 자율과 책임의 역할 분담으로 불교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나아가 종립 동국대를 중심으로 한 100년 나아가 1,000년 앞 미래 불교를 고민하는 연구의 네트워크화도 고려할 수 있다.

결국 리더십과 사람이다!
‘깨달음의 사회화’는 공심(公心)을 가진 리더십, 자신의 위치와 자리가 요구하는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리더십이 없이는 성공하지 못한다. 사부대중이 다 함께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다. 지금은 알 수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먼 훗날 우리 불교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올 “5도 방향 전환,” 결국 리더십과 사람이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정치학 박
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방선거 현장리포트』(공저), 『현대 정당정치
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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