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사회화 5 | 불교사회학을 향하여

불교사회학을 향하여

재닌 시퍼(Janine Schipper)
북애리조나대학교 사회학및사회복지학과 부교수

 

현재 순간의 알아차림과 성찰의 가치를 이론화한 쿨리와 미드(Cooley, Mead)를 포함한 사회학자들의 방법론은 ‘실재, 현 순간, 자유’를 이해하는 불교적 방법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교의 마음챙(mindfulness) 수행처럼 현 순간에 대한 인지적 성찰과 동시에 그것을 체험하는 실질적 방법인 수행법을 제공하진 않는다.
주어진 사회문제 성찰에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 자체를 관찰하는 마음챙김 수행을 사회학의 현 순간에 대한 관심과 성찰에 접목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성찰
연구자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 자신의 사회화 과정이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학적 관행은 사회학 연구의 근간이 되었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사용한 렌즈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무의식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사회 현상을 더 명료하게 볼 수 있으리라고 가정했다. 즉 무의식에 들어 있던 것이 의식 속으로 드러남으로써 그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마음챙김 수행은 교수의 편향성이 연구와 강의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잠재적 편견을 먼저 확인하는 대신 열린 접근법을 사용해 우리가 사회화된 방식을 직접 보고 그를 통해 ‘비사회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다.
이로부터 어떤 사회학적 질문과 통찰이 나올 것인가? 미국 남서부의 교외 확대화를 연구하면서(Schipper 2008), 마음챙김 수행을 직접 경험한 필자는 플라타너스 고목 아래 앉아 명상을 하면서 땅과 나 자신에 대한 많은 가정들에(이전까지는 의식적 관심을 벗어나 있던 가정들)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명상 후 ‘땅은 나와 분리되어 있다’는 가정을 고수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 그 땅의 나무를 베어낼 때 올 영향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었다. 나의 결론은 ‘모든 것이 역동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쉼 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땅과 우리 자신이 계속 변화하는 신비로운 피조물임을 존중하는 새로운 삶의방식을 추구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Schipper 2008:117). 이전의 관점을 고수했더라면 우리가 교외 주거 지역을 확대하는 이유는 자신을 땅과 분리된 독립된 존재로 보기 때문이며 또 내가 땅을 ‘이해하고 있다’는 자만심 때문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찰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법을 열린 마음챙김과 혼합한다면, 전통적으로 사회학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사회화에 관여하는 다수의 힘을 확인하게 되어, 긍극적으로 편향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적 통찰
마음챙김 가르침에서는 우리가 문제를 개인이나 집단 차원에서 직접 체험할 때 자신의 모든 감각을 통해 경험을 긴밀하게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참여불교의 불자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형태의 활동을 했다 (Rothberg 1998). 예를 들면 로시 글라스먼(Roshi Glassman)과 함께한 10명의 집단은 맨해튼의 거리에서 노숙자로 5일을 살았는데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신분증과 몇달러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구걸을 하며 탈수 현상도 경험했다. 하지만 하루 두 번 좌선을 하며 욕망, 두려움, 낮은 자아상 등 노숙자들이 느끼는 마음 상태를 직접 경험해보았다. 그를 통해 어느 정도 내적으로 노숙자의 삶을 이해했고 이후 그들과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 방법이 인류학적 사회학적 민족지학 연구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몰입체험과 유사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요소도 있으니 바로 명상 수행을 통해 내적체험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수한 사회문제를 안에서부터 알게 되면 문제 완화에 새롭고 풍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 현장에 익명으로 들어가 체험하는 사회학 전통이 있긴 하나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자신의 내적 상태를 탐구하면 사회학 연구에 다른 통찰이 가능하다.
사회학자인 맥그래인 앤 건더슨(McGrane and Gunderson 2010)은 자아와 사회를 공부하는 불교사회학-마음챙김 접근법이 제도권을 비평한다기보다는 망상・착각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마음이 깨어난 후에야 효과적이고도 진정한 제도권 비평이 가능하며, 그래야 사회운동이 지혜롭고 효과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
랜들 콜린스(Randall Collins)는 사회학의 두 가지 핵심 책임을 말했다: 1)사회학적 눈을 사용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 2)이렇게 얻은 시각으로 사회학적 통찰을 긍정적 사회 변화를 위해 사용하기(Korgen and White 2007). 여기에서는 두 번째 책임에 대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은 긍정적 사회 변화를 어떻게 지지해줄 수 있을까?”
‘참여불교’라는 말은 1967년 틱낫한이 처음 사용했다. 불교가 일상생활에 마음챙김을 적용하도록 돕지만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에 자비, 비폭력, 지혜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후 많은 참여불교 논문이 등장했다.

불교사회학적으로 보면 사회 정의 추구는 먼저 사회 불평등과 억압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틱낫한은 “불교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인본주의(2”009)라고 말했다.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불교사회학적 접근은 개인의 행동과 깨어남이 사회학자들이 공부하는 더 큰 사회제도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는 사회제도를 관찰하고 비평하는 객관적 과학자가 아니라 자신이 비평하는 바로 그 제도의 주관적 참여자라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길들여진 다양한 방식을 찾아야 비로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그 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사회학적으로 보면 사회 정의 추구는 먼저 사회 불평등과 억압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회학자로서 우리는 부정과 억압의 뿌리를 흔히 외적 요인에서 찾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 내면에서 어떻게 번성하고 있는지 연구한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게 될까?
마음챙김을 수행하는 사회학자들은 자신과 학생들이 두 번째 화살을 더 적게 날리고 더 적게 맞도록 도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실재와 접하게 해주는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사회학자들은 현장에 나갔을 때 눈앞에서 일어나는 진실을 주의 깊게 보아 자신의 가정과 생각이 바른 인식을 어떻게 흐리는지 명료히 알아볼 수 있다. 더욱이 마음챙김 수행은 사회문제를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해 통찰을 얻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마음챙김 수행은 사회 정의 문제를 내면에서 성찰해 그 뿌리를 통찰하도록 고무한다.
불교의 다른 많은 분야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라바다 불교의 중심원리인 ‘무상, 고, 무아’는 다수의 새로운 인식론적 고찰을 제안한다. 개인과 집단의 고통의 원인으로 알려진 탐진치는 사회문제의 이해와 고찰에 새로운 은유와 접근법을 제공한다. 지혜를 발전시키는 세 가지 방식인 문(聞), 사(思), 수(修)는 학습에 대한 접근법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들은 소소한 예에 불과할 뿐 불교문헌에는 사회학이 활용할 수 있는 개념적, 실질적 도구가 다채롭다. 불교에서 가장 강력한 사상인 ‘연기’는 인과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에 도전을 제기한다. 사회학자들이 사회문제의 기저에 놓인 다수의 원인과 사태, 미묘한 차이를 보는 데 능숙함에 반해 연기는 인과에 대한 서구의 개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서구의 인과 개념이 모든 것이 귀결될 수 있는 하나의 대원인에 주목함에(선형적 인과 개념) 반해 연기는 여러 조건이 함께 일어나며, 여러 공동 조건 중 하나가 멸하면 함께 일어난 다른 조건들도 멸한다고 말한다. 붓다가 고통의 원인에 주목했으므로 고통의 멸은 고통과 함께 일어난 조건인 탐진치 또는 무지로 인식되었다. 고통의 멸에 있어 핵심은 무지를 멸하는 것이고, 이는 마음을 관하고 고요히 하는 것에서 시작하므로 마음챙김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회학 입문, 이론, 방법 등의 교과목이 불교사회학에서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학생들은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비사회화’ 과정을 시작해 망상을 드러내고 스스로 어떻게 현실을 파악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마음이 어떻게 습관을 만들고 실재를 구축하는지 직접 볼 때 학생들은 이론을 보완 증강할 수 있다.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하기 전이나 하는 동안 마음챙김 수행을 도입해 성찰에 대한 이들의 접근법을 향상시키고 사회학적 통찰력을 개발하게 할 수 있다.
잉게 벨(Inge Bell)이 1979년 불교사회학을 도입한 이후, 이제 불교사회학은 제대로 성숙할 시기가 된 것 같다. 학습, 문제 해결, 사회 정의 등에 대한 동양적 접근법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명상학 학술회의의 증가와 동양의 앎을 강조하는 학과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불교심리학, 불교경제학의 발전, 그리고 서구에서 사회 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참여불교의 인기가 상승하는 것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Queen and King 1996). 불교사회학이 당면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사회제도와 사회문제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또 사회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역동에 대해 불교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불교와 사회학의 연계를 볼 때 무수한 가능성과 질문이 나온다. 지금 당장은 마음챙김 수행이 사회학 분야에 제기하는 몇 가지 질문만을 하려 한다. 사회학자는 자신의 연구, 저술, 가르침에 마음챙김 수행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사회학자에게 어떤 마음챙김 수행이 합리적으로 다가올 것인가? 마음챙김 수행을 어떻게 사회학적으로 공부할 것인가? 마음챙김 수행이 우리의 사회학적 이해를 향상시키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내게는 장애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마음챙김 수행은 새로운 사회학적 이론과 방법론을 환기시킬 것인가? 사회학에 더 많은 연구자들이 불교 사상을 적용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호 연결된 풍요한 저술들을 발굴하고, 사회학 이론과 방법 및 가르침을 탐구하고, 사회학, 사회문제,사회 변화를 공부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더욱 창안해내기를 바란다.

발췌・번역|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 이 글은 2012년 미국의 사회학 학술지인 『The American Sociologist』 43호에 실린 논문 중 주요 내용을 발췌해 번역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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