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으로 이해하는 불교 경전 길라잡이|『대승기신론』 (2)

심리학의 토대,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지난 호에서 이야기했듯이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핵심적 사상을 요약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마음의 본질과 작용, 깨달은 마음과 깨닫지 못한 마음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통해 깨달음과 무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마음이 오염되는 과정과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구체적인 수행 방법까지 제시한다. 마음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그래서 『대승기신론』은 『유식 30송』과 함께 대승불교 심리학을 대표한다. 또한 깨달음과 마음을 설명하는 데서 중관사상, 유식사상, 여래장사상이 발견된다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
부처님은 깨달음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그릇된 생각과 관념이 사라진 마음의 본체”라고 하셨다. 또 “그릇된 생각과 관념이 사라진 마음은 허공처럼 온 우주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우주와 한 몸이다. 깨달은 마음은 바로 여래의 절대 평등한 진리의 몸이다”라고 하셨다.
깨달음은 모든 차별과 우열, 성스러움과 속됨을 구분하는 관념, 개념, 편견이사라져 허공처럼 텅 비어버린 마음 상태이다.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않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완전하게 동일하고 절대 평등하다.
반면에 깨닫지 못한 상태는 이렇다. 첫째, 모든 것을 주객으로 분별하는 인식작용이 발생한다. 둘째, 주객 분별에 의해 인식 주체가 생겨난다. 셋째, 인식 대상이 생겨난다. 분별하는 작용은 완전한 무의식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무지는 세세생생 윤회하면서 쌓인 습관, 기억, 감각, 정서, 사고 등의 총합적 무지이므로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기 전까지는 자각이 어렵고 뿌리가 제거되지 않는다.
다만 깨달은 사람이나 깨닫지 못한 사람이나 본질적으로는 평등하고 같다. 중생과 부처가 동등하다는 것이다. 중생과 부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중생이 아무리 수행하고 깨달아도 부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생멸과 오염된 마음
마음이 생멸하는 원인은 깊은 무의식의 심층인 저장식을 바탕으로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장식에 무명의 바람이 불어서 주객을 분별하는 인식의 주체와 객체가 발생한다. 인식 주체는 인식 객체를 대상으로 삼고 분별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집착한다. 집착하는 대상에 대해서 갖가지 명칭과 의미를 부여하는 작용을 통해 관념, 개념, 신념을 생겨나게 한 다음 심상을 창조하고 관념과 심상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그와 같이 관념을 만들고 심상을 창조하는 인식 작용을 의식(意識)이라고 한다. 이것이 과도해지면 마음의 병이 일어난다. 마음의 병은 마음에 삿된 것이 쌓여 오염된 것이다.
오염된 마음에는 여섯 종류가 있다. “① 집착을 따라서 일어나는 오염, ②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오염, ③ 분별해서 아는 오염, ④ 인식 대상의 오염, ⑤ 인식주관의 오염, ⑥ 저장식의 오염” 등이다. 오염된 마음은 ‘나’와 ‘너’를 분별해서 나를 주체로 삼고 ‘너’를 대상으로 삼아서 집착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접하는 대상이나 정보를 자기가 가진 그릇된 관념과 생각에 비추어 좋고 싫음, 더럽고 깨끗함, 귀하고 천함 등 이원적 구조로 받아들인다. 분노하고 미워하고 공격하고 사랑하는 감정과 행위를 드러낸다. 실상은 대상 자체가 더럽고 깨끗하고, 좋고 싫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생멸을 막고 오염된 것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심리학적 치료이다.

깨달음과 생사윤회의 갈림길
“중생은 다음의 네 가지가 스며들도록 반복해서 익힘으로써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어리석음에 물들어 생사를 윤회하는 고통을 반복할 수도 있다. 첫째, 맑고 올바른 진여법을 반복해서 익힌다. 둘째, 모든 오염의 원인인 무명을 반복해서 익힌다. 셋째, 그릇된 미음에서 일어난 인식 주체를 반복해서 익힌다. 넷째, 그릇된 인식 대상인 색성향미촉법을 반복해서 익힌다.”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내적 원인과 외적 조건을 익히는 과정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는 중생이 닦고 익히는 내면의 진여와 외부 환경에서 오는 진여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단계다. 즉 오감각과 의식 수준에서 수행하는 범부, 성문, 연각, 그리고 초발의 보살은 믿음의 힘에 의지해서 수행을 잘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있는 수행자는 아직 자기 내면에 있는 진여를 깨닫지 못하고 ‘나’와 ‘너’를 차별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오는 진여의 작용과 일치하지 못한다.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와 보살 수행
모든 보살이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부처님이 깨달은 도의 길로 나아가는 데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믿음을 성취한 단계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경우이고, 둘째는 믿음을 이해해서 실천하는 단계에서 마음을 일으킨 경우이고, 셋째는 깨달음을 얻은 단계에서 마음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면 인식 주관이 인식 대상에 대해 일으키는 여섯 가지 작용(분별. 상속, 집착, 계명자상, 이름에 집착해서 그릇된 행위를 일으킴, 그릇된 행위에 얽매어 괴로움의 과보를 받음)이 타파되고 진여의 작용이 발기한다. 모든 부처님과 여래의 법신은 평등해 모든 곳에 골고루 비추지만 의식적이거나 인위적인 노력이 없기 때문에 자연이라고 부른다. 다만 중생들의 마음에 의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중생의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거울에 때가 끼면 형태가 드러나지 않듯이 중생의 마음에 때가 끼면 법신이 보이지 않게 된다

지관 수행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상들은 본래부터 모양이 없기 때문에 생각과 생각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마음을 따라서 일어나는 인식대상을 생각하지 않도록 마음을 조절하고 나서는 다시 마음으로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이 흩어져나가면 곧바로 흩어진 마음을 다시 거두어들여 바른 생각에 머물게 해야 한다. 바른 생각에 머문다는 것은 모든 심상은 오직 생각이 만들어낸 것일 뿐, 실제로 마음 바깥에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편안하게 머물게 된다. 이것을 진여삼매라고 하는데, 이를 전심전력 닦아서 배우면 현세에서 열 가지 이익을 얻는다. 언제 어디서든지 인식대상에 대한 번뇌를 줄일 수 있고 세상살이에 탐닉하지 않게 되며, 외부에서 오는 모든 말과 소리에 놀라거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위빠사나와 사마타
『대승기신론』에서는 위빠사나 수행 방법을 가르친다. 몸과 마음의 실상을 모르는 어리석음이 몸과 마음에 대한 갈애와 집착을 일으켜 모든 괴로움을 만든다. 위빠사나 수행은 이와 같이 오랫동안 자신을 지배한 잘못된 견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을 한다. 세간에 모양과 형태를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 대상들은 있는 그대로의 본질적이고 객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보는 관점과 관념, 생각, 감정, 기억 등의 영향으로오염되었기 때문에 그 역시 실상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표상일 뿐이다. 위빠사나(vipassanā) 에서 위(vi)는 ‘분리하다’라는 뜻이며, 빠사나(pasanā)는 ‘직관 통찰’이란 뜻이다. 대상을 분리해놓고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다.마음이 움직이는 작용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자신의 깨달음만을 위해서 수행하는 성문 연각이 생사에 고통당하는 중생을 향해 대비심을 일으켜서, 좁은 마음을 없애고 중생의 이익을 위해서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의 마음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선행을 닦지 않는 범부가 세간의 고통당하는중생을 보고 선행을 닦고 악행을 멈추게 된다.
이렇게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서로 돕고 의지하므로 독립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사마타 수행은 움직이는 마음을 고요하게 멈추는 작용을 하는 반면 위빠사나 수행은 움직이는 마음의 생멸 과정을 관찰하는 작용이다

중관사상, 유식사상, 여래장사상
『대승기신론』의 진여심은 불생불멸(不生不滅), 불상부단(不常不斷), 불일불이(不一不異), 비유비무(非有非無)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생멸심은 발생과 소멸, 상주와 단멸, 있음과 없음 등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절대 차원에서, 마음 자체는 언제나 그릇된 생각, 관념, 사고가 없기 때문에 변화하는 성질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승기신론』에는 절대적 진리와 상대적 진리의 이제를 주장하는 중관사상이 들어 있다.
유식사상은 마음 외에는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으며, 마음에 의해 모든 것이 창조된다는 것이다. 『대승기신론』에서는 여섯 가지 오염된 마음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마음으로서 보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대승기신론』은 유식사상과 연결된다.
부치님은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럼으로써 중생이 마음을 잘 닦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승기신론』의 핵심이다. 이것이 바로 여래장사상이다. 일체 중생이 가진 여래장은 현실의 무명에 가려져서 생멸을 짓고 있지만, 우리 마음의 본성인 진여심은 무명에 오염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지 무명(無明)의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본래의 자성청정한 마음의 본성으로되돌아올 수 있다.

 

서광 스님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후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 초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
다. MSC 한국지부장 및 MSC 티처 트레이너(Teacher Trainer)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사)한국명상심리
상담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등
다수와 『한영불교사전』, 『불교상담심리학 입문』 등 다수의 편역서가 있으며, 「자아초월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유식 5위」 등
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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