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으로 이해하는 불교 경전 길라잡이|『대승기신론』 (1)

마음의 본질과 작용을 설명한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대승의 본질을 밝힌 책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논서(論書)이다. 대승 경전의 모든 사상들을 회통(會通)할 뿐만 아니라 대승불교 심리학적인 체계로 마음의 본질과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불교의 근본 체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의문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들을 간결하고 논리 정연하게 전개하는 문답식 형태로 기술함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대승기신론』의 저자는 마명(馬鳴, Asva ghoṣa)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 2세기 초·중엽에 활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브라만 출신의 총명한 학자였는데, 당시 인도의 학문 중심지였던 마가다 지방에서 불교 학자들과 논쟁을 벌였다가 패배하자 불교에 귀의했다고 전해진다. 현재까지 『대승기신론』의 범어 원전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한역본(漢譯本)에는 진제(眞諦, Pramārtha, 499~569)의 역본과 실차난타(實叉難陀, 652~710)의 역본 두 가지가 있다.
마명은 『대승기신론』을 쓴 동기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심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아에 집착하고 정신적·물질적 현상에 집착한 결과 고통을 받게 된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적었다. 그는 의심과 집착을 버리면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승기신론』의 구조
『대승기신론』의 내용은 게송(歸敬述意), 저술 목적(正立論體), 핵심 개요(總結廻向)와 세부적 해석(因緣分, 立義分, 解釋分), 실천 수행(修行信心分), 수행 결과 얻어지는 이익(勸修利益分)의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저술 목적
마명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는 중생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진 것을 발견하고 부처님의 방대하고 심오한 가르침의 의미를 전체적으로 개괄하고자 했다. 그는 저술의 목적을 다음 여덟 가지로 밝히고 있다.
첫째, 사람들로 하여금 생사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기쁨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둘째, 부처님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가르침을 잘 해석해서 모든 이들이 불법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 본래부터 중생이 가지고 있는 선의 뿌리를 성장시킴으로써 깨달음을 향한 수행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믿음의 뿌리가 약한 중생으로 하여금 믿음을 닦아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제시해 삿되고 그릇된 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섯째, 다른 중생들도 함께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지 않는 성문과 연각승의 잘못을 올바르게 고쳐주기 위해서다.
일곱째, 염불에 전념함으로써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덟째, 수행 결과 얻게 될 이익을 보여주고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함이다.
대승기신론의 핵심은 한마음에 의지해 두 개의 문을 열어서(依一心 開二門) 대승의 법(法)과 뜻(義)을 설명하는 데 있다. 마명은 특히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한마음에 의지한 두 개의 문을 열어 보이고자 했다. 첫째, 대승불교가 가르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고 둘째, 대승불교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집착을 고쳐서 바르게 알도록 하며 셋째,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바른 길을 단계적으로 밝히려고 했다.

내용 전개
마명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일심(一心), 이문(二門), 삼대(三大), 사신(四信), 오행(五行)으로 전개한다. 일심은 마음이고, 이문은 진여문과 생멸문, 삼대는 체대(體大), 상대(相大), 용대(用大), 사신은 진여에 대한 믿음, 부처님의 공덕에 대한 믿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 수행자에 대한 믿음, 오행은 보시(施門), 지계(戒門), 인욕(忍門), 정진(進門), 지관(止觀門)이다.

일심과 이문
일심과 이문의 관계를 이해해보자면, 대승불교가 궁극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중생의 마음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마음의 본질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현상적 측면이다. 둘은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특성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다.
중생의 마음은 세속적 마음(생멸문)과 깨달음의 마음(진여문)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대승의 의미는 중생이 가진 두 마음을 통해 표현된다. 본래부터 깨달음의 상태에 있는 마음인 진여는 대승의 본질을 보여주고, 인연을 따라 생멸하는 세속적 마음은 대승의 본질이 환경과 조건에 따라서 변화하는 모양과 작용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진여는 어떻게 깨닫는가? 만약 말로써 설명되는 모든 현상들은 실제로는 설명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명할 만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또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각할 수도 없고 생각할 만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 그것이 바로 진여를 따르는 것이라고 마명은 설명한다. 우리들의 잘못된 생각이나 관념은 집단적으로 심상을 만들어서 이름을 붙이고,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念念棚賣) 이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심상은 좀처럼 소멸하기 힘든 단단한 형태로 굳어져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이것을 없애야 한다.
진여를 말로써 설명해보면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여실공(如實空)이다. 일체 현상의 궁극적 모습은 텅 비어 있다. 중생들이 그릇된 마음으로 서로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어 차별하는 것뿐이다. 이름이 다르고 그 이름에 붙여진 의미와 관념이 다르다고 해서 실제로 신, 알라, 부처에 해당하는 실존적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양대 주류인 중관과 유식뿐만이 아니라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기의 의미를 ‘마음’으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승기신론』에서 연기의 근본은 뭇 생명들의 마음을 가리킨다.

그런 의미에서 신, 알라, 부처 등의 심상은 그 본질이 실체가 없이 공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둘째는 여실불공(如實不空)이다. 신이나 부처는 실상이 아니고 허상이다. 이와 같이 신이나 부처는 실제로 존재하는 실상이 아니라 생각과 관념이 만들어낸 심상이고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 바로 깨달은 그 마음은 무한히 열려 있고 일체를 수용하므로 비어 있지 않는 실체로서의 진짜 마음이다. 깨달음은 그릇된 생각과 관념이 사라진 마음의 진실된 본체를 말한다.

삼대와 사신, 오행
삼대(三大)는 세 가지 위대한 것으로, 우리 마음은 진여 자체와 진여의 공덕, 진여의 작용으로 인해 위대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부처의 마음’(體大)을 갖고 있으며, 그 마음에는 ‘아주 큰 공덕(相大)’이 담겨 있다. 그리고 부처의 자비심으로 중생을 위해 사는 ‘진여의 작용(用大)’으로 인해 위대하다. 일심의 진여문은 체(體, 본질), 상(相, 현상), 용(用, 작용)의 삼대로 전개된다. 삼대의 부분은 매우 길게 서술되어 있다.
다음으로 사신인 네 가지 믿음이 언급된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네 가지 믿음은 진여에 대한 믿음, 부처님의 공덕에 대한 믿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 수행자에 대한 믿음이다. 마명이 네 가지 믿음을 언급하는 까닭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하게 굳지 않아서 수행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대승기신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명은 다섯 가지 실천 수행법을 제시한다. 이는 대승불교의 핵심 수행인 6바라밀로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그리고 선정과 지혜바라밀을 합한 지관법이다. 보시는 만약 중생들이 찾아와서 청하거나 구하는 것을 보면 가지고 있는 재물을 힘닿는 대로 베풀어줌으로써 스스로 집착하고 탐내는 마음을 내려놓아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지계는 계율을 지키는 수행인데,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탐내거나 훔치지 않고, 음행하지 않으며, 이중적으로 말하지 않고, 악한 말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교묘하게 꾸며서 말하지 않고, 탐욕·질투·속임·아첨·분노·그릇된 견해를 멀리 버리는 것이다. 인욕은 남이 괴롭혀도 참고 보복할 생각을 내지 않고, 이익, 손해, 비난과 명예, 칭찬과 원망과 괴로움과 즐거움 등의 여덟 가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들을 참고 견디는 것이며, 정진은 현상세계를 애착하고 집착하는 장애를 막기 위해서 깨달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감으로써 모든 장애에서 벗어나 선의 뿌리를 증장시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지관은 모든 인식 대상에 대한 분별을 멈추고 마음이 한곳에 집중해 삼매에 들고(止), 원인과 조건이 일어나서 사라지는 현상의 모양을 관찰하고 구분하는 위빠사나를 하는 닦는 것(觀)이다.
마명은 결말부에서 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수행하게 되면 얻게 되는 이익으로 더없이 높은 깨달음에 도달한다고 설명한다. 단 하룻밤 낮 동안만이라도 『대승기신론』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서 관찰하고 수행을 한다면 그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대표 심리학 논서
앞서 설명했듯이 『대승기신론』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설에 더해 불교사상의 양대 주류인 중관과 유식뿐만이 아니라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명은 연기의 의미를 ‘마음’으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승기신론』에서 연기의 근본은 뭇 생명들의 마음을 가리킨다. 또한 뭇 생명들의 마음은 법계를 뜻하는 큰 수레, 곧 대승이다. 마음은 모든 것을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크고 한량없으며, 이러한 마음을 타고 부처님의 땅에 이르렀고 또 이를 것이므로 수레라고 일컫는다.
요약하면 대승을 뜻하는 큰 수레는 중생의 마음이며, 그 마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니, 그로부터 연기설이 등장한다. 이처럼 『대승기신론』은 마음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유식과 함께 불교심리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다음 호에서는 대승기신론의 관점에서 본 마음의 병, 그 원인과 치유, 그리고 이와 관련한 중관사상과 유식, 여래장에 대해서 다루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광 스님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후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 초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SC 한국지부장 및 MSC 티처 트레이너(Teacher Trainer)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치유하는 유식 읽기』,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돌이키는 힘-치유하는 금강경 읽기』 등 다수와 『한영불교사전』, 『불교상담심리학 입문』 등 다수의 편역서가 있으며, 「Exploring the Spiritual Development Model of Mahayana Seon Practice from the Perspective of Transpersonal Development and Healing」, 「자아초월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유식 5위」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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