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 | 1. 들숨과 날숨, 생명의 리듬을 찾기 위하여

1. 들숨과 날숨, 생명의 리듬을 찾기 위하여

『식물의 사유』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지음, 이명호・김지은 옮김, 알렙 刊, 2020년

식물들은 인간에게 쓸모 있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데. 식물들은 그저 삶을 위해 태어났을 뿐인데, 우리는 그들의 삶을 건축자재로, 가구로, 약재로, 그릇으로 만드는 데 골몰한다. 심지어 그들의 날숨에 ‘산소’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공기 정화 식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참으로 잔인하지 않은가. 나무들의 가지와 잎사귀, 뿌리와 날숨까지 가차 없이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인간의 영악함이 나무들을 죽이고, 산불을 용인하고, 자연을 끝내 파괴한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는 산불, 호주의 코알라와 캥거루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산불. 우리는 어떻게 그 아름다운 숲을 되살릴 수 있을까.
『식물의 사유』는 망가져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 인간의 사유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1세대 페미니즘 전사였던 루스 이리가레가 ‘식물’이라는 새로운 테마로 우리를 다시 찾아와 새삼 반갑다. 『식물의 사유』는 이제 식물들을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식물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배울 때가 되었음을 역설한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들처럼, 우리도 이 소중한 지구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더 아름다운 몸짓을 되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식물의 들숨과 날숨처럼, 인도의 요가 호흡법처럼, 수행을 통해 우리의 몸 자체를 공기가 흐르는 관으로 만들어야 함을 주장한다.
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 그 눈부신 미니멀리즘에 찬탄하게 된다. 우리 인간이야말로 식물을 닮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직 흙과 물과 햇빛만으로 단출하게 살아가는 식물들. 물과 햇빛과 흙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탐하지 않는 식물의 조용한 절제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비법이 아닐까. 욕망이 탐욕으로 흐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절제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 그 이상의 것을 결코 탐하지 않는 식물들의 겸허함. 게다가 그 어떤 조건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하는 모습, 혹독한 시간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하는 것,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것, 무엇보다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선물한다는 것. 그 모두가 식물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기적 같은 아름다움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들의 따사로운 조언처럼, 나 또한 식물을 닮고 싶어졌다. 너무 많이 욕심내고, 너무 많이 소비하고, 너무 자주 타인과 삶의 속도를 비교하는 나의 조급함을 식물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급히 뛰어가지 말아요. 너무 조급히 생각하지도 말아요. 이 햇살은 아름다운 것,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 무엇보다도 살아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잖아요. 이렇게 속삭이지 않았을까. 『식물의 사유』를 읽으며 나는 ‘우리, 동물들’의 탐욕을 돌아보며 가슴 아팠다. 살아 있는 한 무언가를 먹어야만, 식물이든 동물이든 무언가의 시체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우리 동물들의 한계를 뼈아픈 심정으로 돌아보게 된다. 식물처럼, 덜 먹고, 덜 움직이고, 덜 소비하며,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지극히 차분하고 조용하게 살아가고 싶다. 식물은 원자재나 바이오 연료가 아니다. 약초도 나물도 아니다. 식물은 오직 식물, 아니 그 누구도 함부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연 속의 존재일 뿐이다. 인간의 권리인 인권뿐 아니라 동물권, 식물권, 나아가 기계권까지 인정되는 세계, 그 어떤 존재도 함부로 다루지 않아야만 이 지구에 살아갈 ‘거주권’을 주는 시대가 와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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