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 악수

악수 / 함민복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 살

잘 봐
나 이제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야
토라져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었구나

 

 

이 시는 올해의 ‘유심작품상’ 수상작이다. 열네 살 먹은 늙은 반려견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책을 걸러 토라진 늙은 개 가 화해를 하지 않으려 하자 시인은 어린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을, 화해하는 법을 가르쳐 나무와 가깝게 지내겠노라고 늙은 개에게 말한다. 그러고 나서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 순 간, 이미 단풍나무는 세상과 나름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온몸에 손을( 단풍잎을) 달고 바람, 달빛, 어
둠, 빗방울, 꽃향기, 눈보라와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음을 알 게 된다. 그리고 시인 스스로 이러한 것을 문득 깨닫게 된 연 유가 평소에 함께 살아온 늙은 개의 순한 눈빛 때문이었다는 것을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이 시는 모든 존재들은 평등하게, 우열이 없이 공존하고 있 다는 사실을 가만히 들려준다. 인간과 개와 자연이 모두 선한 마음( 생명) 의 눈빛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이미 그러한 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함민복 시인은 동시 ‘반성’에서 이렇게 썼다.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앞과 뒤, 깨끗함과 더러움의 구별이 없는 이 마음이 천진불의 마음일 것이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 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BBS)』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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