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성(性)적 욕망 2 | 남성의 성적인 욕망_박찬국

남성의 성적인 욕망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이 보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인 욕망
n번방 사건은 그 끔찍한 잔인함으로 인해 엄청난 공분을 일으켰다. n번방 사건에는 남성들의 왜곡된 성욕과 포르노 중독과 같은 문제가 얽혀 있다. 여기에서는 남성의 성욕과 포르노라는 문제를 살펴보면서 n번방 같은 사건이 왜 생겼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포르노는 보통 ‘성적인 욕망과 흥분을 자극할 목적으로 성행위를 노골적으로표현한 재현물’로 정의된다. 오늘날에는 포르노나 유사 포르노를 인터넷상에서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 행해진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남성 100%가포르노를 본 적이 있으며, 여성은 80%가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터넷이 자유로운 모든 나라에서 대동소이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지속적으로 포르노를 보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사실 많지 않다. 2009년에 미국에서 행해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0%는 인터넷 포르노에 중독되어 있고 그 가운데 여성이 28%를 차지한다고 한다. 남성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남녀 간의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김영헌의 『속임수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18)이라는 책에는 남성 심리와 여성심리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기 사건들이 몇 개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가장 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건 하나만을 소개해보겠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아기 분윳값이 없는데 분윳값 4만 원을 보내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갚겠다’는 제목의 글을 자신을 이혼녀라고 소개한 사람이 올린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이어서 ‘우선 돈을 보내주면 아기에게 분유를 사 먹이고 다섯 시간 후에 만나주겠다’고썼다. 놀랍게도 극히 짧은 시간에 무려 270명의 남성이 돈을 입금했다고 한다.
남녀 사이의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김영헌은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의거하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상대를 선택할 때 여성은 주로 자식의 ‘생존’을 중시하면서 선택하는 반면에, 남성은 자신의 ‘번식’을 중시하면서 선택한다. 여성이 평생 동안 400개정도의 난자만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에, 건강한 남성의 정액 1㎖에는 7,000만 마리의 정자가 포함되어 있다. 여성은 이렇게 난자가 극히 적을 뿐 아니라 임신은 물론이고 보통은 양육까지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남성을 선택하는 데 까다롭게 된다.
이에 반해 남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수많은 정자를 퍼뜨리고 싶어 하는 번식욕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여성은 남성과의 장기간에 걸친 안정된 관계를 추구하는 반면에, 남성은 여러 여성과 단기간의 관계를 추구한다.

포르노라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성행동은 그것만으로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려운점들이 많다.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은 남자와 여자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강한 욕망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번식 욕망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나승려나 신부 그리고 수녀들의 예에서 보듯 상당수의 사람들이 독신을 택하고 있으며, 요즘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자식을 많이 낳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예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고 싶어 한다는 진화생물학의 대전제를 뒤흔든다. 남녀 사이의 성격 차이에 대한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설명도 상당히 취약하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가장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것은 페미니즘일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은 원래부터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합한 조신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서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사실남성의 경우도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카사노바 같은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많이 번식시키는 가장좋은 방법은 정자 은행에 자신의 정자를 맡기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하는 남성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반면에 남성만큼은 아니겠지만 원나이트 스탠드를 즐기는 여성도 제법 있으며, 포르노를 즐기는 여성의 수도 갈수록 증가 추세다. 일부 여성학자는 여성이포르노에 염증을 보이는 이유도 여성이 본성적으로 포르노를 혐오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여자는 순결하고 정숙해야 한다고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은 포르노를 싫어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포르노나 포르노 중독과 같은 현상도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논리로 온전히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포르노를 본다고 해서 번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남성은 자위하는 데 자극을 얻기 위해서 포르노를 사용하는데,자위행위가 번식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포르노 중독을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포르노 중독에 빠지는 사람은 아내와의 성관계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으로자신의 힘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비열한 심리가 존재한다.n번방에서 일어난 일은 이러한 비열한 심리가여성에 대한 사디즘적인 성욕이란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포르노와 포르노 중독이란 현상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 생물학적인번식 욕망을 통해서 설명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인간만의 특유한 욕망을 통해서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이 포르노를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과 시험이나성과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시달리는 짜증나고 진부한 현실에서 도피해 짜릿한자극과 흥분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빠지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르노가 제공하는 유토피아, 즉 어떤 학자가 포르노토피아라고 이름 붙인 유토피아에서 살고싶어 하는 것이다.이 포르노토피아에서 남성과 여성은 들끓는 성욕과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테크닉과 파워로 충만한 사람들이다. 포르노를 보면서 남성은 포르노 속의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여성의 성적인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면서 황홀경으로 이끄는 자신의 파워를 즐긴다.

또한 포르노 속의 여성은 남성의 욕망에 호응하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남성의욕망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남성은 이에 열정적으로 반응한다. 그 결과 두 사람은 현실의 남녀 관계에서 경험하기 힘든 완전한 일치와 융해를 경험하는 것으로묘사된다. 대리만족의 형식이지만 포르노가 보여주는 서로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강력한 성적인 파워와 남녀 사이의 완벽한 일치와 융합은 사람들이 온갖 갈등에 시달리면서 많은 상처를 받고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일상의 삶이 제공하기 힘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남성이 그리고 심지어는 일부 여성마저도 포르노를 찾게되고 심하면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일 것이다.포르노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전형적인 비판은 포르노가 여성을 모욕하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판은 n번방에서 제공되었던 것 같은 가학적인 성격의 포르노와 대부분의 합법적인 포르노를 구별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합법적인 대부분의 포르노에서는 n번방에서처럼 여성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학대하지 않는다. 그것들에서 남성과여성은 단순히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을 매료시키고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쾌감을 선사하면서 자신의 파워를 즐기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포르노에는 n번방 사건에서처럼 노골적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에게모욕을 주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포르노가 이런 내용은 아니다. 포르노들에 존재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포르노는 남성의 성적인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남성 중심적이며 여성을 섹스에 환장한 호색녀나 남성의 성적인 욕망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헤픈 여자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합법적인 포르노에서 그리는 여자는 자존감을 결여한 여자가 아니라 나름 남자를 매료시키면서 남자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는 파워를 가진 여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필자는 합법적인 성격의 포르노와 여성을 비하하고 학대하는 포르노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포르노가 남성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판타지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의 욕망을 열렬히 열망하게 하는 동시에 여성을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남성의 파워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것은 사실이다.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니체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망은 식욕이나 성욕이 아니라 권력욕이라고 보았다. 누구나 자신을 탁월한 파워를 가진 존재로 느끼고 싶어 한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적인 권력욕을 우리는 포르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권력욕은 대부분의 합법적인 포르노에서는 상대에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파워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n번방에서 추구된 것처럼 여성의 의사를철저하게 무시하고 여성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포르노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권력욕이 극히 비열한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자신의 힘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비열한 심리가 존재한다. n번방에서 일어난 일은 이러한 비열한 심리가 여성에 대한 사디즘적인 성욕이란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상 n번방 사건과 같은 사건도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여성을 학대하는 것이 번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번식에 대한 욕망과는 무관한 인간에게 특유한 우월함에의 의지, 다시 말해서 권력욕을 고려하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n번방 같은 사건을 어떤 식으로 극복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이런 방향에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철학 석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서대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니체와 불교』,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인간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 : 실존철학의 재조명을 통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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