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 우주골짜기_이성선

우주 골짜기
– 山詩· 34

이성선

옹달샘가에서
갓 피어난 동자꽃이
샘물을
들여다본다

샘물이
물 마시러 찾아온
사슴을
쳐다본다

작은
우주 골짜기

이성선 시인은 1941년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2001년 5월 60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순수 서정시를 통해 노래한 시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설악의 시인’이라고 불렸고, 불교와의 인연도 깊었다. 평생 도반이었던 최명길 시인은 이성선 시인이 세상을 떠나자 “시인 이성선은 시와 삶이 일치했다. 성자적 예술가였으며 시의 순교자였다”라며 애석해했다.
이 시에는 옹달샘이 등장한다. 깊은 산속에 있는 맑은 샘 옆에 동자꽃이 막 피어 샘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옹달샘도 동자꽃을 마주 보았을 것이다. 또 한번은 사슴이 찾아와 샘을 들여다보고 샘물을 마신다. 그때에도 옹달샘이 사슴을 마주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자연 생명들의 아름답고고요한 교감을 이성선 시인은 ‘산시(山詩)’ 연작을 통해 표현했다. 설악산산내 사찰들을 노래한 시편도 여러 편 남겼다. 「봉정암」이라는 시에서는“달의 여인숙이다/ 바람의 본가(本家)이다/ 거기 들르면 달보다 작은/ 동자 스님이/ 차를 끓여 내놓는다”라고 썼다. 인도를 기행했던 때의 경험을 표현한 시편들도 주목을 받았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BBS)』라디오제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5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