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 | 마음이 아플땐 불교심리학, 죽은 자의 집 청소_정여울

1. 더 이상 나를 사랑할 수없을지라도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잭 콘필드 지음,이재석 옮김,불광출판사 刊, 2020년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은 절망으로 숨이 턱까지차오른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레시피들을 아낌없이 처방한다. 깨달음에는 본래 국적도 성별도 종교의 차이도힘을 발휘하지 못할지니. 불교심리학과 명상 치유의 거장 잭 콘필드가 들려주는 수많은 사례들과 깨달음의 메시지는 절망과 우울의 늪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나를 사로잡은 이야기 중 하나는 명상의 치유 효과를믿지 못하는 여성, 이사벨의 이야기였다. 이사벨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혼자 명상을 해도 될까요?” 그녀에게 명상을 가르치던 스승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혼자 명상을 해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이사벨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매일 명상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스승은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그녀의 모든 질문들이 너무 ‘징징거리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빠른 치료법을구하는 사람들, 확실한 결과와 간단한 해답을 얻으려는 욕심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승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명상 훈련을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이사벨이 스승의 팔을 와락 잡는다. “잠깐만
요. 내가 알고 싶은 것은요. 명상을 하면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진정으로 나와함께하는 경험을 하게 될까요.” 그제야 스승은 이사벨의 절박함을 이해한다. 힘들어도 겨우 버티고 있는 한 인간의 절망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그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지혜로운 명상 이전에 누군가의 따스한 공감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스승은 이사벨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위로해준다. “누구나 때로 아주 절박한 마음이겠지요. 혼자 그걸 이겨내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바로 그 순간, 두려움과 조바심의 성벽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이사벨의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며치유의 시간이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듯 ‘해답’을 구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나를 이해해줄 단 한 사람의 ‘존재’를 구할 때가 있다. 명상도 치유도 기도도지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간절하게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가 있고 바로 그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 진정한 멘토의 출발점이 아닐까.불교심리학은 과거의 고통에 붙박혀 있는 우리의 마음을 ‘지금 여기,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온다. 잭 콘필드는 말한다.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우리는 최상의 의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유를 선택하는 자유를 가지고있다고. ‘업(karma)’을 이해할 때, 인연의 힘을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의 가장 높은의도에 자신을 헌신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책 속의 문장을 실제로 차분히 낭독해보면, 단지 그 잠깐의 낭독만으로도 ‘내 안의 더 커다란 나(the higher self)’와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2. 끝내 청소할 수 없는마음의 상처를 보듬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김영사 刊,2020년

혼자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가난과 고통 속에 삶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과의 마지막 연결 고리까지 스스로 끊고 떠나간 사람들. 그들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고된 작업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않으려 죽음의 도구까지 깔끔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간 젊은 여성의 이야기,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함께한 부부의 이야기는 특히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나의 마지막’을 차분히 성찰하게 된다. 그것은 철학적 질문이자 인문학적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갈 것인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 우리는 어떤 생의 흔적을 남기고 가야 할까. 이 책은죽어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사물들’ 속에서 그들 삶의 ‘이야기’를 발견해내는 특수청소부가 마침내 훌륭한 작가가 되기까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특수청소를 하나의 ‘직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명’으로 바라보고 있다. 죽은자를 향한 끝없는 연민과 공감이야말로 그를 작가로 만든 뜨거운 원동력이다.우리의 슬픔을 늘 깨끗이 청소하며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슬픔과 분노, 짜증과 질투, 억울함과 한스러움까지도 모두 매일매일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면. 청소되지 않는 슬픔, 미처 치워낼 수 없는 아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압박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책을 만났다. 죽은 자의 집에 남아 있는 수많은 ‘꺼림직한 것들’을 말끔히 치우는특수청소를 가리키는 말 중에 ‘트라우마 클리닝’이라는 것이 있다. 트라우마 클리닝이라니, 바로 내가 찾던 그 용어였다. ‘힐링’에 지나치게 중독되어 있는 우리현대인에게, 좀 더 용감하게 자신의 상처를 직면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나는 바로 이 ‘트라우마 클리닝’이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태도임을 깨닫게 되었다. 트라우마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트라우마의 흔적과 원인을 남김없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수청소는 전문 업체에게 의뢰할 수 있지만,내 마음의 트라우마 청소는 결코 남에게 대신 맡길 수가 없다. 트라우마를 용감하게 대면하고, 트라우마 주변의 수많은 뼈아픈 흔적들을 말끔히 청소하고, 마침내트라우마를 비추는 내 마음의 거울이 반짝반짝 빛날 때까지 트라우마를 쓸고, 닦고, 광을 내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트라우마 클리닝, 고통의 대증요법을 넘어선 고통과의 진정한 대면이었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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