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이란 무엇인가 1 | 늙음이란 무엇인가__김성규

늙음이란 무엇인가

김성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

늙음에 대한 몸과 정신의 정의
사회적으로 65세가 되면 노인이 된다. 이 시기는 세상의 모든 일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하며 병들지 않기 위해 육신과 정신을 잘 다스려야 할 시기이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점이 생이며 변화의 종착점이 멸인 것이다. 모든 존재는 무상이며 변화를 통해 생멸하는 것
이다. 생명체에게 변화는 늙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깨친 위대한 연기의 한 단편이기도 하다. 12연기의 11번째 지분이 생이며 12번째 지분이 노사인 것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로사를 끝없이 반복하면서 윤회하는 것이다. 생에서 멸로 가는 길이 노이며 늙음인 것이다.
늙음은 무수한 요인들이 엉켜 엮어낸다. 늙음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현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늙음은 개인의 육체에서도 오고 정신에서도 온다. 육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세포들의 분열에 의한 생성 소멸과 집합에 의해서 형상이 생성되고 성장하고 또는 같은 모양을 끊임없이 이루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생주이멸의 과정에서 생각이 일어나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의욕이 소멸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 늙음의 증거이며,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육체도 함께 변하는 것이다.

육체적인 늙음, 정신적인 성숙
늙음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무생물인 사물에는 ‘낡다’를 쓰고 생명체인 사람에게는 ‘늙다’를 쓴다. 낡으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옷을 계속 입으면 낡아 해어지고 결국에는 기능을 못하게 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간, 폐, 위, 신장, 심장 등모든 장기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낡아지고 터지고(병이 나고) 결국은 기능을 멈추
게 된다. 이런 장기들이 낡아서 기능을 다해 멈추게 되면 협업을 하고 있는 다른 장기들도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멈춘다. 결국 육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통에 여러 가지 물건을 끊임없이 담다 보면 가득차서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되기도 하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통의 기능이 떨어져
많이 담지 못하게 된다. 우리 뇌의 기능도 이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기억력과작용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물체를 운반하는 수레와 같은 것도 낡으면 물건을 제대로 나를 수 없게 되듯이, 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도 운반 능력과 기억력, 작용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의 복제 능력에 의해 끊임없이 세포가 생성되고 유지하다 늙어 없어짐을 되풀이한다. 생성되는 세포의 수와 늙어 사멸되는 세포의 수가 비슷하기 때문에 모든 장기들과 우리 육체는 같은 모양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 영역인 오온도 끊임없는 복제에의해 생각이 생성되고 머물다 소멸되기를 반복하면서 정신을 유지하며 살아 있
는 것이다. 위에 비정상적인 복제가 일어나 없던 혹이 생기게 되면 위암이 되고, 간에 일어나면 간암이 되는 것이다. 명이 다하기 전에 장기가 망가지고 죽어도 우리는 따라 죽게 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로사를 끝없이 반복하면서 윤회한다.
생에서 멸로 가는 길이 노이며 늙음이다.

육체의 장기에 생기는 혹이 암이고, 탐심과 진심과 치심에 의해 정신에 생기는 혹이 우울증이나 분열증 같은 정신병인 것이다.정신적 성숙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위빠사나와 사마타의 실천을가르치셨다. 사마타는 마음을 집중해 혼미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한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생각을 집중하면 치심을 뚫고 지혜가 터져 탐심과 진심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위빠사나는 생각이 깨어 있어 아집을 뚫고 바른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며 바른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다.

나이 듦의 생태학
우리의 인체는 약 10조(1013)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룹과 계열로 나뉘어서 여러 조직과 기관을 형성한다. 이들 조직과 기관은 여러 가지 적절한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세포들(예 : 신경세포)은 태아의 발달 중이나 유아기에 형성된 후에 는 더 이상 분열을 하지 않으며, 간세포와 같은 세포는 성인이 되면 거의 분열하지 않으나 간이 부분적으로 손상되어 필요한 때는 재빨리 증식하기도 한다. 피부와 혈관 내의 순환 세포와 같은 것들은 소실되거나 파괴되는 세포를 보충해주기 위해 계속 분열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신체는 하나의 세포와 그 자손들의 분열 에 의한 산물이다. 수정란에서부터 노년에 이르러 죽을 때까지 우리의 인체는 10경(1016) 회 정도 세포분열을 하게 된다. 세포가 계속해서 증식하는 조직에서 세포의 전체 수는 세포의 죽음과 이동이 세포의 생산과 정확하게 같을 때에만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세포 분열의 모든 프로그램은 매우 엄격한 조절 상태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이와 같은 시스템이 다윈의 도태(淘汰)와 통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경우에는 세포의 변종(變種)이 나온다고 기대해볼 수 있는데 이 변종은 ‘적합성’이 증가된 것(정상 세포보다 더 빨리 증식할 수 있고 공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는 언제든지 그 주위의 세포 대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주위의 세포들을 희생시키면서 수를 증가하는 세포군이 나타나는데 어떤 정상적인 제약을 벗어나 증식을 하면서도 정상 영역 내에 있고 우위의 조직을 침범하지 않는 양성 종양(良性腫瘍)으로 피부의 작은 사마귀와 초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때때로 매우 커지게 되는 아주 흔한 자궁 섬유 양종(纖維樣腫)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비정상 세포가 커져서 주위의 조직을 파괴하거나 또는 혈류를 타고 먼 곳의 다른 장기에 퍼져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악성종양(惡性種瘍) 또는 암이다. 암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발병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발병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이상 세포가 발생한다든가 또는 그 이상 세포에 대한 면역력이 유전적으로 약화되어 있다고 하는 유전적 요인에 대해 연구했다.
워싱턴 대학의 라이리 박사는 암에 걸리기 쉬운 종류의 쥐를 2군으로 나누고, A군의 쥐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B군의 쥐에게는 전연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더니 스트레스를 받은 군의 92%가 발암했음에 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군은 겨우 7%밖에 발암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 외에도 정신적 심
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보다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암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필이면 왜 내가?’ 하는 암의 발병에 있어서의 개인차에 관한 의문에 대해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마음과 신체와 감정의 상관관계가 중요한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심리적 상태와 질병의 관계를 밝힌 초기의 연구는 1920년대 프라하 대학의 한스 셀리에 박사에 의해 행해졌다. 그의 연구 결과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체내의 면역 조직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신체는 스트레스를 느낄 때에 싸우든가, 도망을 가든가 어느 쪽이 되든지 신체적 반동이 즉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인체에 아무런 해도 일으키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의 반응이 방해받은 경우에는 생체에 대해 유해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불교에서 말하는 탐심, 진심, 치심이 바로 스트레스이며 만병의 원인인 것이다. 아무리 미세한 바람이라도 태풍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나날이 쌓이는 조그마한 스트레스가 몇 생 동안 쌓이면 결국은 암의 원인이 된다.
결국 현대 의학에 의한 유전자 연구가 마지막 단계에 가서 부딪히는 한계는 암과 같은 병이 육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에서 보면 암과 같은 병의 뿌리도 마음이며 이것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려고 하면 궁극적인 해답은 분명 마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김성규 영남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뭣고’ 백년결사운동의 지도법사로 활
동했고, 현재는 영남대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불교
적 깨달음과 과학적 깨달음』, 『부처님이 깨친 연기(緣起) 이야기』 등과 『우리말 유마경』, 『유식삼십송』 등 역의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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