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일하는 생산적 복지 : 복지 만능주의로부터의 탈출__김원식

일하는 생산적 복지

복지 만능주의로부터의 탈출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수개월째 접어드는 코로나19 사태의 피해 국민들에 대한 생계형 복지 지원이 늘어나면서 적자성 국가 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1차와 2차 추경으로 국가 부채가 805조 원에서 819조 원으로 늘어나고1)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3차 추경안 에 따르면 국가 부채는 약 30조 원이 더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 부채 는 약 20% 수준으로 급속히 증가해 GDP 대비 4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 부문 부채와 2018년 기준 940조 원에 이르는 공무원 군 인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하면 이미 부채 비율이 선진국 수준 이상이 된다. 문제 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로 뒷걸음치면 국가 부채 비율은 지금보다 더 가 파른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낭비 없는 복지와 총력적인 경제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1) 4.10 기획재정부 국가 채무 현황 참조

부채는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을 때 발생한다. 개인들에게 ‘부채’란 쓸 때는 달 콤하고 좋은데 언젠가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항상 찜찜하다. 그리고 갑자기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들면 집안은 완전히 혼비백산할 정도로 급속히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정부도 마찬가지여서 국민들의 소득이 늘건 말건 지출만 하면 가정과 마찬가 지로 나라 전체가 혼비백산한다. 그래서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현재는 복지 를 포함한 모든 정책이 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즉 일하게 하는 복 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성장 정책과 함께 복지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수입은 없는데 지출만 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복지 정책이다.

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추진해왔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전 국민적인 포용적 복 지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차별 혹은 양극화 문제는 평등화나 균등화 정책으로 혹은 지시나 명령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은 이미 실험으로 끝 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다른 선진국들이 앞서 성장할 때 우리는 계속 뒤처져 왔다. 그리고 국민들은 무작정 정부에 대한 복지 의존도를 높여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장 심각한 계층은 빈곤 취 약 계층이다.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계층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 경제의 마비 상태에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어 이들에 대 한 지원이 적자 국채를 통한 긴급재난보조금에만 의존하게 되면 국가는 결국 부 채의 늪에서 헤매면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복지 시스템이 경제 침몰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개혁해야 한다.

현 정부는 어려운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집권 이후부터 일자리 창출을 공약 으로 내세우며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여서 실질적으로 민간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더

모든 복지의 본질은 경제적 결핍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립형 근로 복지 정책이 복지의 기본이다.

욱이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노후 불안이 심각해져서 소비가 좀처럼 진 작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크게 규제 완화와 조세 감면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재의 정책은 큰 폭의 전환이 없어서 두 가지 모두 실현 이 불가능하다.

생산적 복지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은 ‘묻지 마’ 복지와 같 다. 실질적인 취업 없이 실업 급여가 아무에게나 지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용보험은 주로 정규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자영자들 은 임의 제도여서 적용률이 매우 낮다. 실업 급여는 소득에 비례해 지급되는 것이 므로 소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급될 수 없다. 그런데 사실상 자발적인 실 업도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제도보다 도덕적 해이가 심한 제도 다. 이러한 제도를 비정규직 혹은 특수 고용 근로자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제도 의 재정 건전성을 허물고,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을 기초생활 생계비로 지급하는

것과 같다. 결국 정규직 근로자들의 투명한 소득이 소득 파악이 불가능한 비정규 직 혹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이전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경제 구조는 매우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근무 행태 가운데 비교적 효과가 있었던 원격, 재택, 배달과 관련 한 것들은 그대로 고착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배제된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직장 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업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복지 지출을 줄이는 첩경이기 때문에 최선의 복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용은 최고의 복지다.

우선, 일할 수 있는 모든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는 탄력적이고 재정 안정적(built-in)인 사회보험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사회보험 예산을 정부 예산에서 독립시켜 서 균형 재정을 유지하고 근로자 집단별로, 혹은 자치단체별로 스스로 자율적 통 제가 가능하게 운영되게 해야 한다.

둘째, 고용 창출의 책임은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산업자원부가 져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고용노동부가 고용의 책임을 질 수는 없 다. 고용노동부는 또한 일자리를 지키는 부서도 아니다. 산업자원부가 해당 산업 들의 진흥을 통해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부처다. 산업 진흥은 규제 완화와 기 술 개발 등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창업과 젊은 고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청년 수 당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셋째, 사회복지와 함께 기업 복지를 활성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강화는 부작 용으로 기업 복지를 구축함으로써 노사 관계의 중요성을 희석시켰다. 노사는 서 로의 일체된 노력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과실을 나눈다. 현재와 같은 적대적 노사 관계는 고용을 더 줄이고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게 할 수밖에 없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개별 계약이 사회 계약에 우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노사 관계와 노사가 서로 협력할 수 있 는 기업 복지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복지의 수요를 줄여서 재정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다.

넷째, 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 고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주인은 수적으로 가장 많은 노인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영향력 이 매우 커진다. 따라서 노인들이 사회의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 다. 노인 계층은 매우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나이는 중요해지지 않고, 평소 건 강을 유지한 정도에 따라 일할 수 있는 노인과 요양 대상 노인으로 분류된다. 인 터넷을 하는 노인과 컴맹 노인이 분류된다. 건강 수준에 따라 능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생산적 노인 고용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복지는 ‘보편적’이라는 규범적 장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치열한 경쟁을 지원하면서 일하고자 하는 모 든 계층의 생계를 보장하는 경제적 장치가 되어야 한다. 모든 복지의 본질은 경제 적 결핍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립형 근로 복지 정 책이 복지의 기본이다. 나누어 먹기식 복지 정책으로는 경제적 결핍을 근본적으 로 해결할 수 없다.

 

김원식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경제학 박사. 사회보장학회 회장, 한국 연금학회 초대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건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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