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민간 복지 활성화를 위한 종교 사회복지의 역할과 과제__최균

민간 복지 활성화를 위한

종교 사회복지의 역할과 과제

최균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공공복지의 지속적 확충에 따른 사회 복지 제도 체계의 완비와 함께 사회 서비스 확대를 통한 민간 복지 부문의 양적 팽 창으로 획기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민간 복지 부문은 공급 주체의 다양화와 양적 증가, 새로운 사회 서비스 확대와 함께 사회서비스이용권제도와 노인장기요 양제도의 도입에 따른 준시장(quasi-market) 영역의 개척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현재 민간 복지 부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증가,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 기능의 급격한 쇠퇴 등으로 새로운 사회적 욕구의 등장, 공공복지의 제공 능력 한계,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복지 욕 구의 다양화 등과 같은 복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민간 복지의 성장과 종교 사회복지의 확대

역사적으로 사회복지의 발전 과정에서 박애(philanthropy), 자선(charity)과 같은 종

교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종교 기관의 활동이 큰 역할을 수행했으며, 현대 복지 국가에서도 종교의 역할은 민간 복지 부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해방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외원 기관들이 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들 기관 들의 대부분이 종교 단체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성장에 종교 기관 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복 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공급 주체의 유형별 특성을 보면 운영 주체의 약 60% 를 종교 관련 법인 또는 단체가 차지하고 있어 민간 복지 부문에서의 종교 영역 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그 역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종교 사회복지의 성장에 따른 쟁점들

우리 사회에서 종교 사회복지의 영역이 확대되고 역할이 증대하면서 운영 주 체가 중시하는 ‘종교성’과 사회 일반이 지향하는 ‘사회성’이 충돌하는 현상이 발 생하고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면, 첫째로 종교 사회복지 시설에서 종교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일반 사회와의 갈등 현상이다. 즉 운영 주체가 중시하는 ‘종교성’과 사회 일반이 지향하는 ‘권리성’이 충돌하면서 종교의 자유, 정교 분리의 원칙 등과 관련한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종교 법인 또는 시설이 종교성을 강조해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에 대해 종 교 의식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정직·해직하거 나 사직을 권고하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사례에 대해 2018년 국회에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을 통해 이를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와 서울시가 2019 년 ‘사회복지시설 종교 행위 강요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사 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 현장에서 ‘순수성’과 ‘전문성‘과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즉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이타적 동기에 기초한 ‘순수성’과 사 회복지계가 강조하는 ‘전문성’ 간의 충돌 현상이다.

셋째,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의 일부가 해당 종교의 신도들에게 만 또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의 제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서비스 접근에서의 ‘선별성’과 ‘보편성’ 간의 충돌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상에서와 같이 종교 사회복지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면서 ‘종교성’과 ‘권리 성’, ‘순수성’과 ‘전문성’, ‘선별성’과 ‘보편성’ 간의 가치 갈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 는데, 이는 종교 사회복지계와 일반 사회복지계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논의를 거 쳐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시설 대부분이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복지 법인의 형태 를 띠고 있고, 운영 재원을 국가가 조달하는 보조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원의 공공성과 사회 서비스 이용의 보편성을 전제로 특정 종교 행위의 강요 나 사회 서비스 이용에의 제한 또는 불이익은 사회의 공동선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 복지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 서비 스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전문주의에 근거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전문적인 일상 서비스 제공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종교 사회복지의 역할과 방향

종교 사회복지가 향후 수행해야 할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 사회의 사 회복지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한계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더 나아가 민간 복지 부문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서비스 모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난 40여 년 동안 공공복지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 고 국민의 복지 체감도가 향상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복지 사각지대 와 같은 제도의 구조적 문제이다. 여기에서 시민 개개인의 복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 차원에서 민간 복지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 사회복지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공적 사회복지 제도에서 포용 하지 못하는 복지 소외 계층을 적극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 체계를 마련 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사회 내에서의 복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 즉 따뜻한 지역 복지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민관 협력을 기반으 로 해서 지역 사회 중심으로 개인, 단체, 종교 기관 등과 같은 민간과 민간의 참여 를 통한 복지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수적 요건이다.

이러한 복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성화하는 데 지역 사회 사회 서비스 제공 주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 사회복지 부문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종교 사회복지 주체들의 적극적 의지와 함께 참여를 통한 종교 간 원활한 소통 구조의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복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은 유기적인 복지 생태계의 구성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인간주의에 기초한 복지 생태계의 구축을 뒷받침하는 실행 체계 는 바로 나눔 테크놀로지의 개발이다. 종교 사회복지계가 주도적으로 나눔 테크 놀로지의 개발과 함께 나눔 문화의 확산을 추진한다면 민간 자원의 확보와 함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따뜻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현행 사회 서비스 제공 체계의 기능은 정부가 제시하는 사업 지침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에 사업의 구조와 내용이 획일적이며, 보조금 방식의 재원 조달 체 계하에서 한정된 기능만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욕구의 등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기존 사회복지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은 민간 복지 부문이 다양성, 자율성 등과 같은 강점에 기반해 새로운 사회 서비스 영역을 개발하고 창 의적인 서비스를 기획, 제공하는 것인데, 종교 사회복지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 는 데 가장 적합한 위상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교 사회복지 부문은 종교적 가치와 지향에 부합하는 조직 문화 를 조성함으로써 일반 민간 시설과 구별되는 차별화된 조직 목표, 서비스 정신, 전문가 교육 및 양성,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종교 사 회복지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발현함으로써 종교 사회복지의 특성과 기능을 사 회적으로 인정(sanction)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 사회복지와 영성 복지

종교 사회복지를 일반 사회복지와 구별하는 특징들 중의 하나가 ‘영성’과 관련 한 특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종교 사회복지는 소외되고 도음

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물질적 서비스뿐만 아니라 상담, 회복 또는 치 유 프로그램 등과 같은 비물질적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이들의 삶에 대한 의 욕을 되살리고 삶의 가치를 새롭게 자각하게 함으로써 일상적인 삶으로의 복귀 를 지원하는 정상화(normalization)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물질주의 중심의 비인간성의 사회를 이타주의와 인간주의 에 기반한 공동체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종교 사회복지가 보유하고 있는 영 성 복지 역량을 사회복지 실천 과정에서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 사회 복지 주체가 실천할 수 없는 종교 사회복지계의 특수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최균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부회장, 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 위 원,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연구평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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