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여름의 길__김승현

여름의 길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갈수록 강해지는 더위와 인연을 끊으려면,

‘더위를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구가 자신의 온도를

찾도록 해나가는 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세 먼지와 더위, 이 두 가지 현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미세 먼지 발생 가능 성이 높아지면서 건물 안에서 창을 닫고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더위가 빨라지다 보니, 미세 먼지를 피하기 위해 닫은 창문이 실내 더위로 이어져 선풍기든 에어컨 이든 틀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을 사게 되고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더위의 인연법

아이러니한 것은 에어컨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더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심해지 는 현상이 더하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식생활에서 육식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냉매 등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 양한 합성 물질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인간 활동이 모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0.93℃ 상승했다. 평균에는 높은 값과 낮은 값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쪽에 속하는데, 지난 30년간 평균 기온이 1.4℃ 올라갔 다. 평균이 올라갔으니 최고 기온도 올라가는 법. 에어컨 사용이 더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 탓에 우리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현상에 또다시 기여하게 되었 다. 거기에 이산화탄소보다 2,000배에 가까운 온실 효과를 지니는 에어컨 냉매 (HFCs)의 사용, 에어컨이 밖으로 뿜어내는 열, 높은 전기 사용량이 있다. 에어컨은 가전제품 중 전기 사용량이 매우 높은 제품 중 하나다. 냉장고 3등급이 전기를 한 달 동안 약 35kW 사용하는 동안, 에어컨은 하루 4시간 사용만으로도 냉장고의 8배에 가까운 약 240kW 를 소비한다.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다 면 그나마 나을 텐데, 2019년 기준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발전 비율은 70% 에 육박하고 있다. 화석연료는 기후변화의 강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는 당장 의 더위는 식혔지만,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으면서 지구가 더 더워지게 되었다.

더위 속에서도 인연법은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편리하려고 만든 수많은 ‘인

(因)’이 기후변화를 일으켜 더 강한 더위를 일으키는 ‘연(緣)’으로 돌아왔다. 인연 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인연은 더 강해지는 법이다. 갈수록 강해지는 더위와 인연을 끊으려면, ‘더위를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구가 자신의 온도를 찾도록 해나가는 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선 에어컨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 연구와 그 효과를 집대성한 책인 『플랜 드로다운』에서는 수많은 기 후 위기 대처 방법 중 냉매 관리가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꼽았다. 냉매는 냉장고, 에어컨 등에 많이 사용된다. 이 냉매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거나 에어컨을 이전 하는 과정 등에서 대기 중으로 나가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산화탄소보다 2,000배 가까운 온실가스 효과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약 800만 톤이 사 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16억 톤에 맞먹는 양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냉매를 사 용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에어컨 같은 냉매를 사용하는 제 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냉매가 새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냉매가 새면 에어컨의 성능이 떨어지기도 하니, 에어컨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냉매 점 검은 필요하다.

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더위가 가중되 는 인연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다. 되도록이면 전기 힘을 빌리기보다는 자연 바람 과 부채, 냉욕을 이용하고 물과 손수건을 들고 다니자. 물은 체온을 낮춰주고, 땀 을 닦는 것은 소소해 보이지만 더위가 주는 불쾌함을 줄여준다. 통풍이 잘되는 옷 을 입어 몸을 상쾌하게 유지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전기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면 선풍기를 사용해보자. 선풍기는 20분의 1의 전기만으로도 시원하게 해줄 수 있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에어컨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나무 그늘

더운 여름,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혀주는 이 고마운 나무는 실제 도시의 온도

를 확실히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의 연 구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열섬 현상에서 온도를 최대 10℃까지 낮춰준다. 한국임학 회에서 도시 숲이 하는 역할을 연구했는데, 생활권 내 있는 도시림 면적과 열섬 현상은 상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경우 1인당 생활권 도시림 이 1m2 증가하면 여름 한낮 온도를 평균 1.5℃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전력에도 영향을 줘, 전국 평균 소비전력량을 0.02㎿h 감소시켰다고 한다. 이는 바로 주변 열을 사용하는 나무와 식물의 증・발산 작용 때문인데, 활발하게 자라 는 나무가 많은 숲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를 활용해 전국 최고 더운 도 시에서 벗어난 사례도 있다.

대구는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실 대구는 오랫동안 전국에서 가 장 더운 곳으로 불렸다. 1994년은 더위의 정점을 찍는 한 해였다. 대구는 도시를 식히기 위해 1996년부터 지금까지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고 있다. 2017년까지 약 3,678만 그루를 심었고 2021년까지 여기에 1,000만 그루를 더 심을 계획이다. 그 결과 대구의 연평균 기온은 서울보다 1~2℃ 낮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1인당 생 활권 도시림 면적은 2010년 4.68m2에서 2017년 11.52m2로 늘어났는데, 서울의 약 2.6배의 면적에 해당한다. 서울의 1인당 도시림 면적은 2017년 기준 4.38m2로 2015년 5.35m2였지만 오히려 0.97m2 줄어들었다.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오아시스는 물과 함께 그늘을 제공하며 휴식과 힘을 준다. 나무는 더위에 지친 이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하고, 숲은 열기를 흡 수해 더위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인간을 넘어 수많은 생물에게는 식량과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인간 편익의 산물로 만든 더위와의 악연을 끊기 위해 나무 를 심어야 한다. 이 나무 한 그루가 나를 살리고 다른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 는 길의 시작이며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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