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마음의 요가』 외__정여울

1. 성찰의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요가』

스와미 비베카난다 지음,

김성완 옮김,

판미동 刊, 2020년

 

매일매일 자신을 비춰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도 아 주 엄격하고 용서 없는 잣대로 자신을 비춰보는 일은. 올 해는 나의 ‘마음챙김’ 목표를 ‘결코 화를 내지 말자’로 정 했는데, 나는 그 약속을 1월에 벌써 깨고 말았다. 무엇 때 문인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 때문에 나는 화 를 버럭 내버렸고, 즉시 가족에게 사과했지만 마음은 무 거웠다. 나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기에 그 분노의 첫 번 째 희생양이 될 때가 많다. 내게 아무 잘못이 없을 때도, 나 또한 가족이 느끼는 분노의 유탄에 맞아 휘청거린다. 5분만 화를 가라앉히고, 물 한 잔만 마셔도 가셔버릴 화가, 쓸데없이 말로 서로를 공격하다 보면 ‘화의 물결’은 더욱 큰 파도가 되어 결국엔 ‘분노의 해일’이 되어버 리고 만다. 3분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부끄러울 것이 분명한, 이런 유치한 대화 속에서 사랑과 행복이 한순간에 파괴되어버릴 수 있다.

나는 올해의 목표를 수정했다. ‘결코 화를 내지 말자’가 아니라, ‘화를 내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그 ‘또 다른 나’를, 그러니까 내 마음의 움직임을 매 순간 관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나를 항상

깨어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마음챙김의 시작이다. 누군가에게 내 화를 받아주길 청해 서는 안 된다. 내 화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나는 받아줬는데 너는 받아주지 않는다 고 불평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과도한 기대는 서운함으로 바뀌고, 서운함이 쌓이면 미움이 되어버리고, 미움이 쌓이면 분노가 되어 폭발해버릴 수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마음챙김 수련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마다, 좋은 책을 펼친다. 책은 가장 가까이서 아무런 화도 내지 않고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친구다. 이번 달에는 『마음 의 요가』가 그런 ‘내 마음의 거울’ 역할을 해주었다. 이 책은 따스한 구루(guru)이자 위대한 안내자의 언어로 깨달음의 순간들을 그려낸다. 글쓰기 속에서는 우주와 접 신이라도 할 것처럼 한없이 다정하고 관대한 내가, 왜 일상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실 수투성이인지. 이상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는 왜 이토록 다른지. 그 때문에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유치하고 자제력 없는 ‘현실의 나’를 토닥이며 ‘이상적인 나’를 향한 소중한 첫걸음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이상을 품은 사람이 1,000번 실수한다면, 이상 없이 사는 사람은 50,000번 실수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이상을 갖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상에 대 해 가능한 한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과 뇌와 혈관 속으로 침투하여, 모든 핏방울을 자극하고 모든 땀구멍을 적실 때까지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것에 대 해 명상해야 합니다. 가슴이 충만해져 입으로 말할 때까지, 그리고 가슴의 충만함으로 손이 일할 때까지 말입니다. – 『마음의 요가』 중에서

그리하여 이상을 품은 매일 실수하는 삶이, 이상을 품지 않고 실수조차 부끄러 워하지 않는 삶보다 낫다. 마음챙김 수련은 현실의 나를 이상의 나로 끌어올리는 매일의 몸부림이다. 그야말로 우리의 이상이 가슴과 뇌와 혈관 속으로 침투할 때 까지, 우리의 꿈이 모든 핏방울을 자극하고 모든 땀구멍을 적실 때까지, 이상을 향한 마음의 행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2. 상처 있는 사람이

더욱 매혹적이다

『트라우마 사전』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지음,

임상훈 옮김,

윌북 刊, 2020년

 

상처는 참으로 복잡미묘하다. 우리 마음속에서 상처로 인 해 파괴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상처가 아예 없다 면 어른스러움이라든지 인간적인 매력 또한 자라나지 않는 다. 영화나 드라마의 캐릭터는 더더욱 그렇다. 작품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 그 인물의 모든 것을 압축해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지닌 트라우마가 스토리텔링의 핵심 동력 이 될 때가 많다. 『트라우마 사전』은 바로 이야기를 창작하 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또한 심리학과 스 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이란 결국 과거의 산물이다. 캐릭터를 진정성 있고, 믿을 만한 인물로 만들고 싶 다면, 작가는 캐릭터의 배경(backstory)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감정적 상 처라는 캐릭터의 배경은 특히 강력해서 캐릭터의 성격과 신념은 물론 그들이 가진 두려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한 형태를 갖춘, 설득력 있는 인물을 만들려면 이들이 경험한 고통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트라우마 사전』 중에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처음에는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바로 방어기제 때문이다. 즉 캐릭터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피하기 위해 ‘감정 갑옷(emotional armor)’을 입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감정 갑옷이 서 서히 말랑말랑해지면서 주인공의 마음을 무장해제해주는 이야기의 힘이 바로 사 랑과 치유의 에너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팁’을 많이 발견했다. ‘작가들을 위한 자기 관리법’이라는 챕터가 특히 재미있었다. 일단 마 음이 편한 장소에서 책을 보라. 캐릭터의 상처를 떠올리면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 며 불현듯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이럴 때를 대비해서 편안하게 숨을 돌리며 감정 을 개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편이 좋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쓴 다음에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을 쓴 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회복한 다음에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좋은 조언이었다. 글을 쓸 때 일종의 리추얼(ritual)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향초를 켜고 다 쓰 면 불을 끄는 등의 습관 같은 것. 향초가 완전히 꺼지면 이제 감정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 다른 일에 신경 쓸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제일 좋은 조언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라’는 조언이었다. 언제 힘든 부분 을 쓰게 될지 친구에게 알리고, 도움이나 격려가 필요하면 전화할 수도 있다고 미 리 말하는 것.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물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글을 쓰 며 나 혼자밖에 없다는 느낌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글 쓰는 사람뿐 아니라 ‘상처를 다루는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고통의 효 율적인 조합만으로는 이야기의 예술이 완성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 통과 설득력 있게 연결되어야 하며, 뼈아픈 고통을 통해 주인공이 진정으로 성장 하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주게 된다. 이 책은 상처로 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 상처 때문에 더욱 복합적인 캐릭터를 가지게 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영 감을 전해준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20 − e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