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부처님 당시 재가자들의 생활과 신행__이필원

부처님 당시 재가자들의

생활과 신행

이필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들어가는 말

재가(在家)란 말 그대로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 즉 일반인을 의미한다. 팔리어로 는 gahaṭṭha(가하타)라고 한다. ‘집에 머무르는 자’란 의미로 출가자의 반대말로 사 용된다. 그러니 이 말은 굳이 부처님의 재가 신자만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다. 당 시 인도의 출가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이해하면 된다.

본 글에서는 재가자들의 생활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첫 째는 일반 생활상이고, 둘째는 신행 생활상이다. 재가 생활이 소유의 삶이라면, 수행의 삶은 무소유의 삶이기에 이 두 삶의 모습은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 한 불일치를 해소해나가고자 하는 시도 또한 있어왔다. 재가 수행이란 이름이 그 것이다. 재가자의 해탈이 경전에서 붓다의 음성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그 근거 가 될 수 있다. 재가자는 복덕을 쌓는 것과 수행을 통해 해탈의 삶을 추구하는 것 이 모두 가능하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염두에 두고 기술해보고자 한다

재가자의 생활상

재가자의 생활을 일목요연하게 엿볼 수 있는 경전이 『사문과경』이다. 이 경전 은 마가다국의 아자따삿뚜왕이 포살의 날에 부처님을 찾아뵙고 자신의 죄를 참회 하고 귀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자따삿뚜왕의 죄는 바로 부왕인 빔비사라왕을 시해한 것이다. 이 경전에서는 비구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 재가자의 생활상을 그려볼 수 있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모두를 자세히 언급하 는 것보다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간략히 그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① 구경거리 : 구경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재가 삶의 쾌락일 것이다. 이른바 ‘문 화’라는 말로 이야기되는 것도 사실은 ‘구경거리’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혹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존자들은 재가자들이 신심으로 가져온 음식으로 살면서 구경거리를 보는데 빠져 지냅니다. 즉 춤, 노래, 연주, 연극 (…) 군대의 행진, 군대의 집합, 열병입니다.”

② 노름이나 놀이 : 고대 인도의 『마하바라타』와 같은 대서사시 문학이 만들어 지던 시대부터 주사위 노름 등이 성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경전에서는 그 외 에 매우 다양한 놀이들이 소개되고 있다.

“혹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존자들은 [재가자들이] 신심으로 가져온 음식으로 살 면서 노름이나 놀이에 빠져 지냅니다. 즉 팔목(八目) 체스 장기, 십목 체스 장기 (…) 장난감 활쏘기, 글자 맞히기, 생각 맞히기, 불구자 흉내 내기입니다. ”

③ 침구류 : 붓다 당시 출가 수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나무 아래를 거처로 삼아 지냈다. 정사가 지어진 후로는 방 안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 게 침구류와 관련한 내용들이 계율에서 언급되게 된다.

“혹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존자들은 [재가자들이] 신심으로 가져온 음식으로 살 면서 높고 큰 [호사스러운] 침구와 좌구를 사용하면서 지냅니다. 즉 아주 큰 침상, 다 리에 동물 형상을 새긴 자리, 긴 술이 달린 이불, 울긋불긋한 천 조각을 덧댄 이불,

 

오늘날 재가 불자들은 보시의 생활화, 도덕적 삶의 회복, 그리고

수행의 일상화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불교는 이론을 통해 배우는 종교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체험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흰색 양털 이불 (…) 붉은 베개와 붉은 발받침이 있는 긴 의자입니다.”

『율장(Vinaya)』에는 이러한 침상들이 금지되자, 일부 수행승들이 “사자 가죽, 호 랑이 가죽, 표범 가죽을 침상의 크기에 맞추어 자르고 의자의 크기에 따라 잘라 사용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마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와 같다”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음을 통 해 당시 재력이 있는 재가자들은 화려한 침상과 의자들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④ 사치 문화 : 어느 사회든 지배 계층에는 다양한 사치 문화가 존재해왔다. 고대 인도인들 역시 지금의 생활과 비교해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사치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혹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존자들은 [재가자들이] 신심으로 가져온 음식으로 살 면서 치장하고 장엄하는 일에 몰두합니다. 즉 몸에 향 가루 바르기 (…) 화장, 팔찌,

머리띠, 장식용 지팡이, 장식한 약통, 긴 칼, 일산, 수놓은 신발, 터번, 보석으로 만 든 관모, 야크 꼬리로 만든 불자, 긴 술로 장식된 흰옷을 입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굳이 사치로 분류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다. 예를 들면 화장, 팔찌 등이 그렇다. 하지만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에서 이러한 것들은 이른 바 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치들이었다.

⑤ 점술 :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보거나 예언에 관심을 갖는다. 고 대 사회일수록 점술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여러 대사를 결정 하기도 했고, 개인의 삶의 여러 내용들을 결정하는 일도 했다.

“혹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존자들은 [재가자들이] 신심으로 가져온 음식으로 살 면서 하천(下)한 기술을 통한 삿된 수단으로 생계를 꾸립니다. 즉 몸의 특징으로 예언하기 (…) 수명 예언하기, 화살에 대항하는 주문, 동물들의 울음을 아는 주문 입니다.”

오늘날 불교 신자라고 해도 점을 보거나 다양한 놀이 문화를 여가로 즐기는 사 람들이 많다. 부처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재가의 쾌락적 삶의 내용은 수행이나 복을 쌓는 생활로 전환되어야 한다.

신행 생활

부처님은 재가자들이 삿된 가르침과 정법(正法)을 잘 구별해 바른 가르침을 잘 배우고, 수행하는 삶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셨다. 『대반열반경』에서는 악마 마 라가 부처님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네 무리의 제자들이 “입지가 굳고, 수행이 되고, 출중하며, 많이 배우고, 법을 잘 호지하고, 합당하게 도를 닦고, 법에 따라 행하며…”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이는 출가나 재가를 막론하고 붓다의 제 자로서 올바르게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① 차제설법 : 부처님을 재가자들에게 먼저 차제설법을 하셨다. 그 내용은 시론

(施論)-계론(戒論)-생천론(生天論)이다. 이는 인과법에 대한 가르침이다. 앞서 재가 자의 일반 생활상을 보게 되면 놀이와 사치와 같은 감각적 쾌락을 충족시키는 삶 에서 ‘베풀고’, ‘도덕적 삶을 영위’하면 그 결과로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과보를 얻 게 된다는 것이다. 시론과 계론은 복을 쌓는 방식이다. 이 중 계론은 5계를 지키 는 삶을 말한다. 이러한 차제설법에 대한 가르침을 잘 이해하면 그다음에 설해지 는 내용이 ‘사성제’의 가르침이다.

② 팔재계 : 재가자의 대표적인 신행 생활로 ‘팔재계(八齋戒)’를 들 수 있다. 우선 일반 재가자가 붓다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삼귀의와 오계를 수지해야 한다. 초 기에는 삼귀의만으로 재가 신자가 되었으나, 이후 오계의 수지가 더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팔재계가 제시되면서 재가 신자의 수행에 대한 측면이 강화되었 다. 팔재계는 포살일에 행해진다. 재가자의 포살은 한 달에 6회, 즉 8, 14, 15, 23, 29, 30일에 행해지는데, 이를 6재일(齋日)이라고 한다. 포살일 아침이 되면 재가 신 자는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인근 승원을 찾아가 비구 앞에 무 릎을 꿇고 “오늘 하루 동안 저는 팔재계를 수지합니다”라고 맹세한다.

팔재계는 첫 번째 불살생계로부터 다섯 번째 불음주계까지는 오계의 내용과 같다. 하지만 불비범행(不非梵行)계는 불사음(不邪)과 달리 부부 관계조차 떠난 완 전한 금욕 생활을 의미한다. 한편 불비시식(不非時食)계는 비시(非時), 즉 그날 정오 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식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불가무관청도식만향(不歌舞觀聽塗飾香)계는 무용이나 음악, 노래 등을 보거나 듣거나, 또 꽃이나 향으로 분장하고 장신구로 치장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불좌고상대상(不坐高床大床)계는 너 무 크고 호화스러운 침대나 침대 매트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오계가 있는데 포살일에 팔재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 은 평소 생업 등으로 수행에 전념할 수 없는 재가 불자가 포살일만이라도 수행자 의 청정한 삶을 본받아 실천함으로써 하루빨리 깨달음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도 록 하기 위해서이다(이자랑, 『법보신문』 2007년 4월 18일자). 이는 결국 재가 신자라고 할

지라도 궁극의 목적은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에 있음을 의미한다.

나가는 말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는 계급제도가 완비되고, 고대국가가 성립한 시기이다. 더불어 상공업과 농업의 발달로 도시 문화가 꽃을 피운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16개 나라로 분열되어 패권을 다투었던 혼란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물질적 풍 요로움에 사치와 향락의 생활을 하는 이른바 지배 계층과 노동과 전쟁으로 신음 하는 하층민들의 구별이 뚜렷한 때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도덕의 타 락과 물신주의의 팽배로 이어졌다.

재가자들의 생활상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각적 쾌락의 삶으로 이어지기 매우 쉬운 구조였다. 이러한 시기에 부처님은 베풂(보시)과 도덕(지계)의 의미를 살 리고, 팔재계를 지키는 수행의 삶을 통해 쾌락지향주의를 벗어나 수행의 삶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재가의 생활상을 보면,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오늘날 재가 불자들은 보시의 생활화, 도덕적 삶의 회복, 그리고 수행의 일상화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불교는 이론을 통해 배우는 종교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체험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필원 청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했으며, 일본 북쿄대학에서 ‘아라한 연구’로 박 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성제 팔정도』, 『명상, 어떻게 연구되었나?』(공저), 『인생이 묻고 붓다가 답하다』, 『불교 입문』(공저) 등이 있다. 「초기 불교의 정서 이해」, 「초기 불교의 인성교육적 특성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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