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불교와 자녀 교육__박병기

불교와 자녀 교육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늘 뜨거운 주제다. 유독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전 국 민이 모두 교육 전문가가 되어 관련 사안이 부각될 때마다 서슴없이 강한 주장을 내세우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주로 학교교육을 의미하고 그것은 다시 대학입학을 위 한 준비라는 양태로 단순화되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교육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문자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敎育]로 정의되는 이 개념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또 가르치는 교 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실천적 활동이다. 그 교사에는 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당연히 부모도 포함된다. 한 아이가 처음 마주하게 되는 교사는 사실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교육의 시작은 가정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 고, 그 가정교육은 곧 자녀 교육이 되고 주체는 조부모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 의 부모다.

붓다의 가르침으로서 불교(佛敎)

불교는 말 그대로 붓다의 가르침이지만,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붓다가 그 깨 달음을 전하는 일을 망설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교육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다.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실천하기는 더 어려워서 전 해봤자 자신만 피곤할 뿐이라는 경전의 은유는, 우리 일상 속에서 진리의 영역으 로 마음을 돌리는 회심(回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방편으로 해 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붓다는 중생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중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범천의 권유를 받아들여 가르침을 폈고 그 과정과 결과가 곧 붓다의 가르침[佛敎]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교육을 통해 비로소 성립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교육은 무엇일까? 붓다가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 그것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서 비로소 성립한 불교에서 교육은 두 차원으 로 나뉘어 전개된다. 하나는 그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진리를 전하는 과정이다. 전자는 주로 수행의 과정이고 후자가 좁은 의미의 교육의 과정 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둘 사이는 긴밀한 연계성을 지닌다. 수행이 전제되지 않 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 될 수밖에 없고, 교육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행은 이른바 ‘소승(小乘)’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고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며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그리고 눈을 갖춘 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가져 오듯이, 존자 고타마께서는 이처럼 여러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 므로 이제 세존이신 고타마께 귀의합니다. 또한 그 가르침과 그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1)

1) 전재성 역주, 「쑨다리까 바라드와자의 경」 『숫타니파타』,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11, 274~275쪽

강가에서 불의 신에게 재물을 바치며 제사를 올리고 있던 바라문 쑨다리까 바 라드와자가 남은 음식과 물병을 들고 붓다를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경 은 수행과 교육의 과정 모두에서 많은 가르침을 담고 있다. 당시를 살던 바라문답 게 석가에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그대는 어느 가문 출신입니까”였다. 그런 그에 게 가르침을 설하겠다고 말한 후에 붓다가 한 첫 말씀은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 를 물으십시오. 어떤 땔감에서도 불이 생겨나듯 비천한 가문 출신일지라도 성자 는 지혜롭고 고귀하며 부끄러움을 알고 자제합니다”였다. 2)

여기서 우리는 불교의 교육이 붓다가 깨달음을 통해 발견한 진리를 듣는 과정 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접 들을 수 있었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언 어라는 방편 등을 활용해 직접적인 가르침이 행해졌고, 다른 시대 사람들은 그 가 르침이 담긴 경전을 스승을 통해 공부하거나 독학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다. 그 방법에는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고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며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직접 가리켜주는 직접적인 것과 어둠 속에 등불을 가져와 눈을 갖춘 자가 형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간접적인 것이 있다.

불교의 자녀 교육

이러한 교육을 자녀를 대상으로 펼치는 것이 곧 불교의 자녀 교육이다. 붓다가 깨달은 진리를 전제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녀에게 그 가르침을 전달하는 일인 것이다. 비교적 단순하게 정의되는 자녀 교육은 그러나 금방 몇 가지 장애와 만나 게 된다. 우선 우리가 붓다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장애가 있다. 자칫 잘 모르는 진리를 섣불리 전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것에 더해 설사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하는 방법의 문 제에서도 상당한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2) 위의 경전 267쪽

첫 번째 문제에 직면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지의 자각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인 수행의 추구 자세다. 몸과 마음으로 진리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서 려고 하는 중도(中道)의 자세가 전제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자녀 교육은 조심스 러운 출발이 가능해진다.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우리는 모두 진리를 구하는 자로서 보살(菩薩)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21세기 초반 우리 사회에서 보살은 당연 히 사부 대중 공동체의 구성원인 동시에 한국 시민사회의 구성원임을 자각하는 시민 보살이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경전 속에 담긴 붓다의 말 씀에 귀를 기울이며 수행을 이어가야 하지만, 불교의 진리가 단지 붓다가 먼저 발 견한 진리일 뿐임에 유념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경전이 성립되는 시기에는 발 견되지 않은 진리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 간과 자연, 우주를 바라보는 자연과학적 진리와 사회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과학적 진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어야 미래를 살아 갈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적절한 가르침을 줄 수 있다. 그것에 더해 인공지능 시 대에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는 인문학적 성찰 또한 단지 불교의 것으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불교에서 얻을 수 있는 자녀 교육의 두 번째 지혜는 그 방법과 관련한 것이다. 사실 자신의 자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자녀에 대해서도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일이 결과적으 로는 사회 전반의 정의를 확산시켜 아이가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길임을 자각 할 수는 있어야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한 자녀 교육의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명심 해야 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기설법(對機說法)이고, 다른 하나는 훈습(薰習) 이다. 모든 아이는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가 타 고나는 유전자와 환경을 받아들여 해석하는 능력에서는 모두 다른 존재자들이 다. 그 점에 충분히 유의하면서 각자의 근기(根機)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이 붓다 교육법의 첫 번째 제안이다. 더 나아가 한 아이도 발달 단계에 따라 다 른 존재자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더해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 신만의 발달 궤적을 통해 자라나고 또 살아간다는 명제에 맞는 자녀 교육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곧 대기설법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론적 지혜일 것이다.

훈습(薰習)은 향을 피운 방에 오래 머물면 향내가 몸에 스미는 과정을 교육학적 으로 그려낸 개념이다. 우리가 자녀들을 향해 하는 말과 일상을 통해 보여주는 행 동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이고, 하고자 하는 말 속에는 때로 내가 잘해내지 못하고 있어서 자식들은 꼭 그렇게 해주었으 면 하는 바람이 포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의 말보다는 일 상 속 행동에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말투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 식 등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 어느 순간 문득 표출해서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야겠지만, 그럴 때에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행 동을 성찰하는 과정이 수반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자녀 교육이 성공할 수 있 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를 기대하 는 부모의 교육열은 자연스러운 본능의 발로다. 그런데 그 생존 역량이 주로 돈 으로 환원되는 일상 속에서는 자칫 많은 유산과 과잉 경쟁 교육의 형태로 전개될 수 있고, 이미 우리들은 많은 부분 그런 부모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붓다의 가 르침에 의지해 바른 자녀 교육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보는 이 시간에, 우리는 먼 저 자식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곧 교육의 장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성과 마주 한다. 그 장에서 이미 훈습이라는 강력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른 교육적 노력들은 그 강력함에 의존해 성과가 달라질 수 있을 뿐이라는 엄연한 사실도 받 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녀 교육의 출발점은 일상 속에서 진리를 찾고자 노력하고 그것에 따라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수행일 수밖에 없다.

그 수행에는 경전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당연 히 포함되지만, 특히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면서는 뇌과학을 활용한 유 전자와 환경 사이의 관계 인식,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진리를 찾아내 는 비판 능력, 유연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타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내러티브 역량 등을 갖추고자 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런 수행을 전제로 일상을 이끌어 가면서, 아이들의 개성과 발달 과정에 따른 대기설법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 자녀들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박병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윤리의 책임 주체 문제’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불교원전전문학림(삼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 『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 등이 있고, ‘2015초·중·고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의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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