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에 가면 불교를 만날 수 있다|제천 신륵사__권중서

보시의 위대함을 알린

제천 신륵사

권중서

문화학자·정견불교미술연구소장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이 착한 소원이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이를 따른다. 만 일 원하는 것이 착한 일이라면 본시 어긋나는 법이 없을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실천하라”했다. 첩첩산중을 돌고 돌아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월악산(月岳山, 1094m)이 턱밑에 와닿는다. 깊은 산속 부처가 되는 신령스러운 고삐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월악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제천 신륵사(神勒寺)이다. 높이 솟은 달〔月〕은 부처님을, 신륵은 중생이 신령스러운 고삐를 쥔다는 의미이다. 신륵사는 전생에 부처님이 실천하신 보시 이야기를 물고기 그림(19세기 초 추정)으로 보여줌 으로써 중생 또한 보시를 통해 부처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사찰이다.

먼저 극락전 외부 동쪽 박공 널판 천장 가득히 먹으로 그린 세 마리 물고기가 서로 잡아먹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육도집경(六度集經)』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 보살이 몹시 가난하 고 곤궁하여,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갔었다. 그들은 다 부처님 을 믿는 마음이 있어서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중생을 제도하였다. 그들이 말하 였다. ‘모두 다 인자하고 은혜롭거늘 그대는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보살이 대 답하였다. ‘무릇 몸뚱이는 빌린 것이라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바다의 고기들을 보니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잡아먹으니 슬픈 마음뿐이다. 나의 몸으로 저 작은 물고기를 대신하여 먹이가 되리라’ 하고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지니 큰 고기는 배가 불 렀고, 작은 물고기는 살게 되었다”라고 했다. 물고기 세 마리가 서로 먹고 먹히는 그림을 통해 전생에 부처님께서 어떤 보시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다음은 극락전 외부 서쪽 박공 널판 천장에 있는 붉은색 커다란 물고기와 먹 으로 그린 가제 그림을 살펴보자. 이 이야기는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 『현우경』, 『보살본행경』, 『육도집경』 등 여러 경전에 실려 있는데 『찬집백연경』 「출생보살 품(出生菩薩品)」에 연화왕(蓮華王)이 몸을 버려 붉은 물고기[적어(赤魚)]가 된 인연 이 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과거세에 바라나시 나라에 연화왕이 그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려 백성들의 생활이 안락하며 풍요로웠으나 백성들이 너무 많은 음식을 탐 하여 갖가지 병에 걸리게 되었다. 이때 왕이 병든 사람들을 보고 매우 가엾이 여 겨 여러 의원들을 불러 모아서 병자를 치료하도록 하였으나 어떤 약으로도 치료 할 수 없게 되었다. 의원들이 왕에게 아뢰길 ‘반드시 붉은 물고기의 살과 피를 먹 어야 병을 낫게 할 수 있는데, 저희들이 아무리 붉은 물고기를 구하려 해도 얻을 길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병자가 더욱 많아지고 사망하는 자가 늘어나고 있습니 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연화왕은 ‘지금 붉은 물고기를 얻을 수 없으니, 내가 원 을 세워 붉은 물고기가 되면 중생들의 병을 낫게 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제가 이제 이 몸뚱이를 버리겠사오니, 저 바라나시의 큰 강물 속에 크고 붉은 물고기가 되어서 백성들이 그 피와 살을 먹어 병을 모두 낫게 해 주시옵소서.’ 이렇게 발원하고 곧 누각 밑으로 떨어져 죽어서 저 강물 속의 큰 붉은 물고기가 되었다. 백성들은 저 강물 속에 병을 고치는 붉은 물고기가 있다는 소문을 듣자, 제각기 칼이나 도끼 등 무기를 갖고 와서 앞을 다퉈 그 피와 살을 베어 먹고 병이 다 나았다. 그러나 물고기는 조금도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 자신이 기억하건대 과거세에 자비를 닦아 행할 때에 나의 몸이 약이 되어 중생들에게 보시한 일이 있었으니, 그 과보로 말미암아 지금 병의 과보가 없고 모든 음식을 잘 소화시켜 환고가 없느니라. 그 당시 내 몸뚱이를 버려 저 중생들의 생명을 구제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이제까지 질병과 고통을 겪지 않았으며, 또 오늘날 내 스스로가 성불하여 역시 이 많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니라.” 붉은색 큰 물고기는 보살을, 물고기 머리 위에 먹으로 그려진 가재는 등에 딱딱한 껍질을 하고 있어 ‘갑각(甲殼)’이라고 하는데 최상, 일등을 뜻하는 ‘갑(甲)’ 자와 같기 때문에 보살의 보시가 최상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육도집경』 「보시도무극장」에는 전생에 부처님께서 흉년이 든 백성들을 위해 큰 물고기가 되어 중생을 구제한 이야기가 전한다. “보살은 물고기의 왕〔경어왕(鯨魚王), 마갈어(摩竭魚)〕이 되어 태어났으나 그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는 것을 보고 ‘내 몸이 커서 수리(數里)에 뻗치는 살이 있으니, 저 백성들에게 제공하면 한 달이 넘도록 궁핍은 면하게 되리라’ 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뜯어 먹었지만 생명이 붙어 있었다. 천신이 ‘왜 고통스럽게 생명을 유지하는가?’ 물으니 보살 물고기는 ‘생명을 버리게 되면 이 몸이 곧 썩어지므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자 천신은 탄복하여 ‘보살이 품은 자비는 세상의 어느 것에 비교하기 어렵도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서 우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하였다.”

이제까진 부처님께서 전생에 몸을 보시해 물고기를 살리거나 물고기가 되어서 사람을 살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제천 신륵사에는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벽화가 있다. 극락전 외벽 동쪽 벽 상단 왼쪽에 있는 「유선도(遊仙圖)」가 그것이다.

신선이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특이한 그림이다. 불살생(不殺生) 계율을 제일로 지키는 불교에서 낚시하는 그림이 사찰의 벽화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벽화를 보면, 거센 물결 파도 위에서 신선이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이것을 본 다른 신선은 경사스러운 일이라 해 피리를 불고 하늘에서 내려온 두 명의 천녀는 기쁨이 넘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참으로 이상하게 보이는 그림이다. 이 불화를 이해하려면 『대비경(大悲經)』 「보시복덕품(布施福德品)」을 읽어보아야 한다. 이 그림을 통해 부처님께서는 철저히 중생을 구제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아난아,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큰 못 속에다 미끼를 설치하고 물고기가 물도록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아무리 못 속에 있다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나와야 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견고하게 낚시 바늘에 물렸으니, 비록 아직 못 속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땅 위로 끌려나올 것이다. 이때 어부는 물고기가 물렸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낚싯줄을 당겨서 당장 못 기슭의 적당한 곳으로 끌어내어 잘 둘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모든 중생들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모든 선근을 심고 보시를 행하여 드디어 마음을 내어 한결같이 생각하고 믿게 된다면, 비록 다른 선하지 못한 악업이 방해를 놓아 지옥·축생·아귀와 기타 모든 곤란한 곳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만일 불세존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볼 것이니, 아난아, 여기서 말한 물고기는 여러 범부(凡夫)에 비유한 것이며, 못은 생사(生死)의 바다를 말한 것이며, 낚싯바늘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하나의 선근을 심는 것을 말한 것이며, 낚싯줄은 사섭(四攝)을 말한 것이며, 고기잡이는 불·여래를 말한 것이며, 뜻에 따라 물고기를 사용한 것은 모든 여래가 중생들을 열반의 과보에 편히 두는 것을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참으로 희유한 말씀이다. 제천 신륵사는 물고기 그림을 통해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선근을 심고, 보시를 행해 부처가 되는 길을 알려준 곳이다. 집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참된 보시바라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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