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생명과학으로 이해하는 윤회__유선경

생명과학으로

이해하는 윤회1)

유선경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죽고 다시 태어나는 반복의 과정을 논하는 불교의 윤회설은 끊임없이 변화하 는 생명현상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본고는 윤회를 생명과학적으로 해 석하며 삼라만상에서 일어나는 윤회란 개체들뿐만 아니라 세포와 분자선상에서 도 일어나는 생명현상임을 밝히겠다.

세포 윤회와 분자 윤회

건강한 성인 몸에서 평균 1,000억(1011)개 정도의 세포가 매일 죽어나간다고 알 려져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 그 죽은 세포가 하던 기능을 대신한다. 이렇게 항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 어디에서나 나타

1) 본 주제와 관련된 더 구체적인 논의는 유선경·홍창성의 2020년 저서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에 전개되 어 있다.

나는 재생(turnover) 과정이다. 재생이란 오래된 것이 사멸하고 새로운 것이 생성되 어 교체하는 자연현상이다.

(stomach)의 내벽 세포는 대략 1주일마다 죽어나가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어 오래된 내벽 세포가 있던 자리를 차지한다. 피부 세포는 5일에서 길면 2주일마다 새로운 피부 세포로 교체되고, 적혈구 세포는 약 4개월마다 새로운 적혈구 세포 가 재생되고, 정자 세포는 거의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정자 세포가 만들어진다. 또한 우리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도 새로운 신경세포들로 교체되는 재생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 최근에 보고되었다. 모든 세포는 재생 과정을 통해 죽음과 생성의 쉼 없는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세포의 윤회를 볼 수 있다.

한편 하나의 세포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분자들의 재생 과정이 관찰된다. 세 포 안에 있는 대부분의 대사 분자들은 1~2분마다 새 분자로 교체된다. 유전 정보 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 DNA 분자들은 이들 분자들이 존재하는 세포가 새 세 포로 교체될 때 함께 새 DNA 분자들로 교체된다. 그리고 RNA 분자들은 약 2시간 마다 새로운 RNA 분자들로 교체된다. 하나의 세포 안에 있는 DNA를 포함한 모든 분자들은 오래된 분자들이 새로운 분자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기를 반복 하며 끊임없이 변한다. 이러한 분자의 재생 과정을 분자의 윤회라고 볼 수 있다.

죽음과 삶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재생 과정의 소용돌이에서 그 어느 생명체도 세포도 그리고 분자도 예외 없이 모두 무상(無常)하다.

세포 윤회, 분자 윤회 그리고 ‘나’

세포 윤회와 분자 윤회의 과정은 매일 매 시간 우리의 몸 안에서 일어난다. ‘나 의’ 분자들과 ‘나의’ 세포들이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윤회를 겪 고 있다. 무려 ‘나의’ 1,000억 개 세포가 매일 죽어나간다. 그리고 또 수많은 ‘나의’ 세포가 다시 태어난다. 내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그리도 많은 ‘나의’ 세포 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은 그토록 많은 ‘나의’ 세포가 죽지 않으면 ‘나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뜻일 것이다. 나의 (세포들의) 죽음이 없으면 나는 살지 못한다. 나의 죽음은 나의 삶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잠시 멈춰보자. 내 몸을 구성하는 ‘나의’ 세포라고 지칭한 후 객관적으 로 취급했던 세포를 대하던 우리의 감정이 미세하게 변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의’라는 지칭어에서 비롯된 나에 대한 집착이 지금까지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여느 세포들을 만나자 갑자기 객관적이던 세포를 주관적인 ‘내 것’으 로 전환시키며 그리 유쾌하지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 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심리 상태의 변화가 바로 붓다가 가르친 무아(無我)에 대 한 무지에서 비롯된 가장 근본적인 고통이다. ‘고정불변한 나’에 대한 집착으로 기분 좋지 않은 감정의 기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붓다의 무아의 가르침을 따라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불 변하고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나의 존재’에 대한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내가 존 재한다’는 집착을 버린다면, 객관적 시각에서 보았던 세포들의 죽음이나 생성이 더 이상 주관적인 ‘내 세포들’의 죽음이나 ‘내 세포들’의 탄생이라고 생각하지 않 게 될 것이다. 붓다의 무아의 가르침은 객관과 주관의 담을 허물어, 윤회를 이해 하며 혹시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제거한다.

죽음과 삶, 그리고 연기

삼라만상의 모든 자연현상은 오직 조건에 의해서만 생성, 지속, 소멸한다는 것 이 붓다의 연기의 가르침이다. 죽음이나 생성도 연기하는 자연현상이다. 최근 과 학 잡지 『네이처』에 죽은 돼지의 뇌세포를 되살린 실험이 보고되었다.2) 도축된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를 특수하게 조제한 용액이 들어가 있고 순환 펌프가

2) Vrselja, Z. et al. 2019, “Restoration of brain circulation and cellular functions hours post-mortem,” 『Nature』, 568 (April 18, 2019)

분자 윤회와 세포 윤회의 쉼 없는 작동이 조직의 윤회를 초래한다.

죽음과 삶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재생 과정의 소용돌이에서

그 어느 생명체도 세포도 그리고 분자도 예외 없이 모두 무상(無常)하다.

달린 기계에 넣어 6시간 동안 조작을 가하니, 개개의 뇌세포를 이어주는 연결체 인 시냅스가 작동하고 뇌세포 기능의 일부가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 죽어가거 나 이미 죽은 세포들이 실험에서 사용한 액체와 그 외 제반 조건들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 실험 보고는 세포의 죽음과 삶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도 고정불변하지도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붓다의 가르침과 같이, 죽음과 삶은 서로 의존해 생겨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증기를 예로 들어보자.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증기는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에 퍼져나가 사라진다. 우리 눈에 증기와 같은 형태가 보이지 않게 되어 우리는 증기 가 사라졌다거나 없어졌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증기의 형태는 사라졌으 나, 이후 어떠어떠한 조건이 모이게 되어 증기를 구성했던 물 분자들이 구름의 형 태로, 때로는 비의 형태로 새로이 생성된다.

증기의 예와 같이 죽음과 생성은 단지 인연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과정일 뿐이지 있던 것이 없어지거나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세포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흩어질 뿐이지 그것이 무(無)로 돌 아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흩어진 분자들은 따로 다른 곳에서 다른 세포들의 일 부를 구성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건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빈틈없이 연결된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죽음과 탄생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분자의 쉼 없 는 재생 과정과 세포의 재생 과정 그리고 조직들의 재생 과정이 겹겹이 연결되어 요동치고 있는 스펙트럼의 양상인 생명현상에서 언제가 죽음이며 또 언제가 탄 생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어떤 일부 구간의 현상을 임의적(arbitrary)으로 따로 떼어내어 죽음이나 탄생이라는 단어로 편리하게 표현하며 우리의 인식 내 용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죽음과 탄생은 쉼 없는 변화와 관계의 양상에 대해 그때그때마다 만들어놓은 임시적이고 임의적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죽음이나 탄생/생성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實體)가 아니다. 죽음과 생성을 포함해서 연기로 생멸하는 모든 현상은 자성이 없이 그저 공할 뿐이다.

지금까지 생명과학적으로 윤회를 이해하며, 윤회란 그리 거창하고 특이한 어 떤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라는 점을 보였다. 우리가 통상 고민하는 윤회의 문제라는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불변하고 독립적인 개체 로서의 ‘나의 존재’나 ‘죽음’ 그리고 ‘삶/탄생’에 대한 미망(迷妄)으로부터 비롯되 었을 것이다.

 

유선경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듀크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재 미국 미네소타주립대(Minnesota State University, Mankato)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명과학철학과 과학철학 및 인지과학 분야의 논문을 영어와 한글로 발표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생명과학의 철학』이 있다. 홍창성 교수와 함께 현 응 스님의 『깨달음과 역사』를 영역했고, 함께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를 펴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seventeen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