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 외__정여울

1. 나 자신의 역사를

내 힘으로 쓸 수 있는 힘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刊, 2019

 

 

우리가 지인들을 통해, 친구들을 통해, 심지어 스쳐 가 는 모든 사람들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들은 모두 교육의 일부다. 늑대인간처럼 숲속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그는 인간 없는 생태계라는 환경에서 또 하나의 배움을 체 험한 것이다. 배움의 발견은 바로 그렇게 보통 사람들과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배움의 세계를 체험한 한 위대한 영혼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타라는 17세 때까지 학교에 다닌 적이 없 었다. 심지어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신 념 때문이었다. 아파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던 아이, 한 번도 학교에서 다른 아이 들과 비슷한 것들을 배워본 적이 없는 이 아이는 ‘무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 의 배움에 길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딸이 문명화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지 않았지 만, 딸은 아버지가 만들어낸 문명 바깥의 세계를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향해 힘차 게 노저어 간다. 언제 세상이 멸망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모르몬교 근본주 의자 아버지의 세계관이 16세까지 타라의 인생을 지배했지만, 17세 이후 천신만고 끝에 ‘다른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타라는 독학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배움의 길을 향해 끝없이 정진한다.

타라에게 음악 CD를 남겨줬던 타일러 오빠가 대입자격시험(ACT)을 권유한 뒤, 타라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OMR카드를 채워 넣는 법도 몰랐던 타라는 가까 스로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하고, 그 뒤 홀로코스트와 흑인민권운동과 페미니즘 을 알게 된다.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은밀한 학대, 오빠가 자신을 향해 ‘깜둥이’라 놀리던 것,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병이 나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아 버지의 모습 모두가 폭력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타라는 이제 더 이상 아버 지의 딸로 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타라의 순수한 영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문장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감동시킨다.

“내가 케임브리지에서 가르친 지 30년이에요. 이 에세이는 그동안 읽어본 가장 훌륭한 에세이 중 하나입니다.” 타라는 늘 모욕당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런 가 슴 설레는 칭찬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모욕당할 준비를 하고 살아갈 정 도로 자존감이 약했던 타라는 자신에게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빛나는 재능이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 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나가든, 그것은 학생의 본모습이에요. 늘 자기 안에 존재했던 본질적인 모습. 케임브리지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학생은 순금이에요.” 이렇게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내 면 깊숙이 잠자고 있던 진짜 자아는 눈을 뜬다. 이 이야기가 그저 공식적인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한 소녀의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였다면 작가의 진심은 제대로 전 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타라는 교육을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나 자신이 되는 길’을 찾은 것이다.

타라는 교육이 지닌 또 하나의 커다란 힘을 증언한다. “빌려 쓰는 책상에 앉아 나 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서 보낸 그 긴긴 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내는 그 끈기야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아무도 자신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지 않지만, 자기 안에서 솟아오르는 활화산 같은 호기심을 오직 배움의 힘으로 해결하 려 했던 타라의 끈기와 집중력. 그것이 이 방치된 시골 소녀로 하여금 더 넓은 세계 로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으며, 아무리 어려운 공부 앞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 고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 힘이었다.

 

 

2. 존재의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끝없는 모험의 아름다움

『화석은 말한다』

도널드 R.프로세로 지음,

류운 옮김,

바다출판사 刊, 2019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지만 여전히 사물이 만들어진 순간의 첫 느낌을 간직하는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 안의 깊 은 영감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화석은 가장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사물이다. 존재 자체가 마치 살아 있는 시계처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으며, 한때는 동물이었으나 지 금은 사물이 된 존재라는 점에서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화석은 지금은 말 못하는 사물이지만 한때는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우리가 경험하 지 못한 태고의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화석은 말한다』는 우리가 화석에 대해 지니고 있던 막연한 호기심을 인류의 역 사와 진화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이끌어준다. 화석은 진화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모든 종류의 화석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시시각각 진화해온 과정을 온 몸으로 증거한다. 턱이 생김으로써 척추동물의 소화력과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다 양해진 것, 생태계에서 지극히 힘없는 마이너리티에 불과했던 포유류가 공룡이 사 라진 뒤 엄청난 폭발력으로 증가하며 지구를 뒤덮게 된 것, 인류 자체의 폭넓은 진 화를 증거하는 수많은 ‘사람족’ 화석들. 이 모든 것들이 진화의 강력한 증거들이다.

척추동물의 역사에서 크나큰 진화적 돌파구가 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턱이 생겨난 것이다. 턱이 등장하기 전의 척추동물은 먹을거리 선택에 심하게 제한을 받았고(대부분이 먹이를 걸러서 먹거나 퇴적물을 먹거나, 칠성장어와 먹장어처럼 기생했다), 따라서 생활 방식과 덩치에도 제한이 많았다. 그러다가 턱을 가지면서 척추동물은 먹잇감을 붙잡아 바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곧 물고기부터 식물, 연 체동물 등등까지 널리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음을 뜻했다. 그 덕분에 척추동물은 어마어 마하게 다양한 생태 자리로 진화해 들어갔고 덩치도 매우 다양해졌다.– 『 화석은 말한다 』 중에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는 동안 포유류는 계속 덩치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었고, 집 고양이보다 큰 포유류는 거의 없었다. 포유류의 대부분은 수풀 사이에서 숨어 지내다가 주로 밤에 만 돌아다니는 등 ‘무시무시한 도마뱀들’ 세상의 외진 구석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사실 포유 류의 역사에서 첫 3분의 2는 중생대의 이런 작디작은 포유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백악기 말에 비조류형 공룡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포유류에게 세상의 문이 열렸고, 마침내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화석은 말한다 』 중에서

화석을 통해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들의 살아 움직 이는 역사를 발견하는 기쁨은 단지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뛰어난 학자의 오 랜 연구 성과가 훌륭한 번역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한 『화석은 말한다』 같은 책들 이 더욱더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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