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홍천 공작산 수타사

지금 이곳에서 정토를 소요(逍遙)하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킵니다. 그럼 달을 봐야지요. 이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손가락은 명확히 달을 가리키고, 바라보는 이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 이 있는 그대로의 달을 직시하는 눈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달을 보기는커녕 오해와 혼란이 달을 대신하기 일쑤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손가락으로서의 절. 절대 헛손질하는 법이 없습니다. 가 리키는 대로 가면, 새가 둥지에 깃들 듯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습니다. 가서 보기만 하면 저 절로 눈이 밝아집니다. 오관을 열어두기만 하면 누구나 귀명창이 되고 시인, 화가가 됩니다. 심산유곡으로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뒷짐 지고 걸어도 우리 산하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수타사’가 그렇습니다. 수타사는 강원도 영서 지역의 대표적 고찰입니다. 산속 절이지만 접근성으로만 보자면 평 지 사찰과 다름없습니다. 공작산 남쪽 골골샅샅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덕지천이 산을 다 내려 와 홍천강을 만나기 전에, 구릉 같은 산자락을 모자처럼 감싸며 흐르는 그 안쪽에 수타사가 있습니다. 수타사를 감싸고 도는 그 물길을 ‘수타사 계곡’이라 합니다. 오래전부터 여름철이 면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 높았습니다. 반석을 흐르는 계류가 야박스럽지 않 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시냇물처럼 찰랑거리는 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물살이 바위를 녹여 담(潭)을 이루어놓은 곳도 많습니다. 수타사 계곡을 따라 공작산 기슭으로 난 오솔길은 산책길로 더없이 좋습니다. 아름드리 소 나무 아래로 걷다 보면 물소리, 솔바람 소리가 동무해줍니다. 금상첨화로 2010년에는 수타사 남동쪽을 에우는 ‘생태숲’이 만들어졌습니다. 165ha(545m2)의 산림에 연못과 소나무를 비롯해 144종 10만 본의 자생식물과 꽃을 들여놓았습니다. 이 숲길과 수타사 계곡 길을 이어 걷는 길 도 절을 찾는 이들을 환희심으로 부풀어오르게 합니다. 이름하여 ‘수타사 산소길’입니다. 불 자 입장에서 보자면 ‘수타사 정토길’이겠지요.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에 원효 스님이 ‘일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는 이야기 가 전하지만, 원효 스님이 입적한 때가 686년이니 곧이 믿기는 어렵습니다. 1530년에 발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수타사는 공작산에 있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최소한 1530년 이전 에 창건된 절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타사 봉황문의 사천왕상 뱃속에서 나온 「월인석보」 (보물 제745호)는 세조와의 인연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월인석보」가 세조 5년(1459)에 간행됐을 뿐 아니라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를 묻은 곳이 공작산이기 때문입니다. 선조 2년(1569)에 현 위치로 옮겨 절 이름을 ‘水墮寺’로 바꾸었는데 임진왜란으로 모두 타버렸습니다. 인조 10년 (1632)에 공잠 스님이 중수함으로써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순조 11년(1811) 아미타불 의 무량한 수명을 상징하는 ‘壽陀寺’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릅니다. 수타사 계곡, 수타사 생태숲 그리고 수타사 산소길. 한동안이나마 우리에게 정토를 소요하 게 합니다. 우리 산하의 정수를 알려주는 손가락으로서의 절을 있게 한, 옛 스님들의 밝은 눈 덕분입니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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