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명상이란 무엇인가 1

명상의 종류와 차이점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

명상에 대한 관심
서양에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임상적 관심과 연구는 이완 반응으로 유명한 심장병 학자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의 심장병 치료를 위한 집중 명상 활용을 계기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최근 10년 사이에 연구의 중심은 마음챙김 명상으로 옮겨졌다. 그 중심에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있는데, 그는 의사들이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는 만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행동의학을 바탕으로 1979년 마음챙김센터(Center
for Mindfulness)를 매사추세츠의과대학에 세웠다. 마음챙김과 심리 치료의 통합 분야로 흥미로운 좀 더 최근의 것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마음챙김에 근거한 개입(intervention)이다. 그 시발점은 카밧진의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1990)과 마샤 리네한(Marsha Linehan)의 선(禪)에 영감받은 변증법적 행동 치료(DBT) 등의 선구적인 작업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 치료(MBCT)로 만성적인 우울 치료에 관한 티즈데일(Teasdale) 등의 연구는 인지행동 연구자들 사이에 마음챙김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 마음챙김과 수용에 근거한 이러한 접근 방식의 가능성은, 경험에 기초한 치료법의 새로운 동향을 예고하는 한편 마음챙김에 대한 현재의 관심은 보다 통일화된 심리 치료 모델을 향하고 있다. 마음챙김을 치료 계획안(protocols)의 핵심 구성 요소, 치료 관계의 결정적 요소, 그리고 심리 치료사들이 치료적 자질(공감과 주의 등)과 일반적인 행복을 개발하는 기술 등으로 입증하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서양인의 명상에 대한 태도 변화
서양에 명상이 전해지기 시작한 초기, 학자들은 명상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종교적 통찰의 언어로 설명되는 고차원의 의식 상태로서의 명상에 대해 인간 의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은 일종의 거부감을 느꼈다. 이들은 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훈련을 받은 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었다.  하지만 1960년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명상이 급속히 서양 사회에 유입되며 지지 기반이 확고해지기 시작하자, 명상에 대한 회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정당한 평가를 내리려는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등장했다. 이들 가운데 직접 명상을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나오며 명상에 대한 연구 접근도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한 연구는 정신분석, 행동주의, 인본주의에 이은 심리학의 제4세력으로 1960년대 후반에 탄생한, 자아초월심리학의 연구에 의해 현대적이고 새로운 학문 연구 분야로서 명상 연구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명상에 대한 학술적 연구의 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고, 종교적 신앙에 따른 동기부여에서 벗어나 널리 실행되어온 새로운 형태의 명상(meditation)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하
는 일반인에게 명상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실천 측면에서도 조언자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명상에 대한 이해와 종류
명상은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다. 명상의 정의를 찾는 과정에서 명상이 지니는 다양한 측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대학교수인 안도 오사무 박사는 1990년도 초반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교에서 1년 동안 명상을 연구한 뒤 『명상의 정신의학 – 자아초월정신의학 서설』(1993, 2003, 우리말 번역 김재성, 2009)을 저술했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명상 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는 두 명의 대표적 학자인 로저 월시(Roger Walsh), 딘 셔피로(D. H. Shapiro)와 함께 연구한 성과물로 1990년대 초반까지의 명상에 대한 연구를 비판적으로 정리하면서 자아초월 정신의학/심리학의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로저 월시와 딘 샤피로의 명상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다음과 같이 명상을 몇 가지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1) 종교적 전통으로서의 명상
서양 학자들은 명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전통의 측면을
충분히 인식한 후 종교적 요소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서양의 명상 연구는
이 점을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진보했고, 종교의 맥락을 벗어난 명상 그룹이나 워크
숍, 장기적인 집중 명상 수행 등이 행해졌다. 종교적 요소를 배제하고 명상을 파악할
경우 오히려 종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도 있다.
2) 자기 컨트롤 기법으로서의 명상
명상이 가져다주는 특수한 생리학적, 임상적 효과에 대한 주목을 시작으로 관심
이 고조되었는데, 현대에는 신체적 건강의 유지와 심리적 치료, 자기 성장, 자기 향
상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명상이 활용되고 있다.
3) 주의 집중법으로서의 명상
요가나 초월 명상, 불교의 사마타 명상 그리고 선불교의 화두를 매개로 한 수행은

“명상이란 전통적으로 한층 더 높은 의식 상태 혹은 훨씬 더 건강하게 여겨지는 상태에 도달하고자, 정신적 과정을 가다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의(attention)의 의식적 훈련이지만, 현대에서는 이완이나 어떤 종류의 심리적 치료를 목적으로 행해질 수도 있다.”

하나의 대상에 주의를 고정해 집중한다. 반면에 위빠사나(통찰 명상, 마음챙김 명상)는 일단 하나의 대상(호흡 등)에 주의를 집중하지만 생각이나 느낌이 생기면, 그것들에 주의를 향했다가 그 대상이 사라지면 주의를 다시 원래의 대상으로 돌리는 방법을 이용한다. 중국의 선 전통 가운데 묵조선은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특정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도 한다.명상 연구의 권위자인 심리학자 딘 셔피로는 “명상이란 추론적이며(discursive), 반추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비분석적 방식과 시도로 집중하는, 의식적 시도를 하는 기법을 말한다”고 했다.
4) 의식 단련으로서의 명상
자아초월심리학의 저명한 학자이며 명상 수행가인 정신과 의사 로저 월시는 “명상이란 한층 더 높은 의식 상태나 안녕감(well-being)을 가져오고자 정신적 과정을 가다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의(注意)의 의식적 훈련”이라고 했다.모든 명상 전통에서는 우리의 일상 의식이 최고의 의식 상태가 아니며, 한층 더 ‘높은 의식’이 존재하고 그것은 수행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체험은 언어를 넘어서 수행한 사람밖에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인의 세계관이나 사고방식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서양의 과학적 세계관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가치, 즉 ‘일상 의식, 일상의 건강보다 뛰어난’ 가치 설정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명상이 일상 의식과는 다르다는 의미로 ‘변성 의식 상태’라는 개념이 사용되며 명상은 변성 의식 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실천 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듯, 셔피로와 월시의 명상 정의를 바탕으로 안도 박사가 정리한 현대적인 명상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명상이란 전통적으로 한층 더 높은 의식 상태 혹은 훨씬 더 건강하게 여겨지는 상태에 도달하고자, 정신적 과정을 가다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의(attention)의 의식적 훈련이지만, 현대에서는 이완이거나 어떤 종류의 심리적 치료를 목적으로 행해질 수도 있다.”

명상의 분류
명상에 대한 정의는 명상에 대한 일반적이고 응용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주의 훈련으로서의 명상을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하면 하나의 대상(이미지나 만트라)에 의식을 집중하는 집중 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과 심신의 모든 경험에 주의를 열어놓고, 현재 순간의 경험을 흘러가는 그대로 관찰하는 통찰 명상(insight meditation) 또는 마음챙김 명상이 있다. 여기에 초월적인 존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을 내맡기는 명상법인 관조 명상(contemplative meditation)을 추가하기도 한다. 현대의 명상 연구는 종교적 맥락에서 자유롭게 응용된 집중 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이 주 대상이다. 그러면 불교에서는 명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명상(meditation)이라고 번역되는 불교 용어는 ‘bhāvanā’라는 팔리어/산스크리트어 다. bhāvanā는 어원적으로 ‘생기게 하다’, ‘마음을 기울이다’, ‘사고 또는 명상에 의해 서 향상되다’, ‘마음에 의해 계발되다’(Pali-English Dictionary, Pali Text Society, p.503)라는 의미이며, 불교 문헌에서는 ‘고요함 또는 집중의 계발(samatha-bhāvanā)’과 ‘통찰의 계발(vipassanā-bhāvanā)’의 두 가지로 제시된다. 집중 명상은 사마타(samatha), 또는 사마디(samādhi)라고 하며, 통찰 명상은 위빠사나(vipassanā) 또는 지혜(paññā),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라고 한다. 집중 명상이란 마음을 하나의 대상이나 주제에 집중시키는 명상을 말하고, 통찰 명상은 순간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명상을 말한다. 불교 전통에서 집중 명상의 주제는 40가지 또는 5가지(오정심관)로 분류된다. 집중 명상의 주제는 해결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문제가 있으며, 모든 집중 명상은 마음의 집중을 통해 기쁨, 행복감, 평정심, 그리고 청정한 마음챙김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통찰 명상은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은 일종의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역할을 한다. 이 문지기가 가려내는 적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貪瞋癡]이 근본 뿌리이며, 이 적들에 대한 대처에는 마음챙김(念; sati)이 항상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마음챙김은 몸과 마음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에 대해 놓치지 않고 밀착해서, 있는 그대로, 비판단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그 현상들의 정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얻어지는 것이 지혜이다. 지혜에 의해 번뇌를 끊어버리게 된다.

김재성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와 일본 동경대대학원 인도철학 불교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 료했다. 현재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자애 명상원 원장을 맡고 있다. 『부처님, 그분 – 생애 와 가르침』,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명상의 정신의학』 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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