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명상이란 무엇인가 2

명상의 과학, 뇌를 넘어서서
마이클 쉬히(MICHAEL SHEEHY)
미국 프랭클린앤드마셜대학 종교학과 석좌교수

숙련된 명상 수행자들이 학습력 향상에 기여한다고 확인된 감마파를 의식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 연구로 확인된 2004년을 기점으로 명상 수행은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과 관련되었다고 알려졌고, 이는 현대 뇌과학에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야기했다. 명상과 신경가소성의 연결 고리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켰다. 오늘날 마인드풀니스의 대중화는 한편으론 매우 진지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해도 명상에 대한 과학 연구는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명상이라는 주제에 과학적 질문을 던진 역사적 시초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최초의 논문이 출판된 것은 1966년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명상 연구의 대부분은 세상과 단절된 채 실험실에서 행해졌고 따라서 명상이 수행되는 공간과 관련된 환경, 사회관계적 영역과 문화적 요소를 소홀히 다루었다. 그 결과 명상 수행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라는 맥락, 그리고 명상 수행자의 세계관, 형이상학, 윤리 등이 명상 연구에 의

2004년을 기점으로 명상 수행은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과 관련되었다고 알려졌고, 명상과 신경가소성의 연결 고리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켰다.

미 있게 반영되지 못했다. 이런 단점을 바로잡기 위해 행해진 연구 결과를 모은 저서 『명상, 불교와 과학(Meditation, Buddhism, and Science)』은 명상 연구를 맥락 안에 되돌려놓음으로써 불교-기반 명상의 과학에 비판적 관점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마음과생명연구소(Mind & Life Institute)가 수여한 명상학 펠로우십(Contemplative Studies Fellowship) 연구비로 탄생한 것으로 불교와 과학의 통합이 어떻게 하면 좀 더 깊은 맥락의 이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인문학자들이 비판적 사고를 모은 것이다. 두 명의 편집자가 말했듯이 이 논문들은 ‘불교 명상 수행과 불교에서 유래된 명상 수행에 관한 과학 연구가 지나치게 좁은 시각으로 이해되어왔고 그로 인해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소홀히 한 경우가 많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이런 맥락을 제대로 숙고하려면 문화, 환경, 세계관 등의 힘이 어떻게 명상 과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런 연구들이 과학계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또 대중에게 보고되는지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1970년대의 과학으로서의 명상학은 명상의 생리학적 효과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70년대에 인지심리학이 부상하고, 80년대에는 심리 치료사들의 관심도 이에 가세해, 이후 명상 연구는 강한 인지적 성향을 보여왔다. 불교 명상 기법을 통해 접근 가능한 주의력과 감정의 조절은 인지 치료의 방법론과 잘 들어맞았다. 1979년 존 카밧진(Jon Kabat-Zinn)은 마인드풀니스를 접목한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인드풀니스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BSR)’라 명명했다. 버지니아대학의 종교학 부교수이며 이 책의 편집자인 에릭 브라운은 자신의 논문 「알아차리는, 하지만 종교적은 아닌(Mindful but Not Religious)」에서 마인드풀니스의 문화적 적응을 검토했다. 브라운은 카밧진이 마인드풀니스를 설명할 때 일부 불교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과학적이고 세속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브라운의 주장에 의하면 카밧진의 접근법은 마인드풀니스, 특히 통증의 마인드풀니스를 설명함에 있어 미국 본토 문화에 적응한 언어를 사용한 점이 독특하며, 그 결과 사람들을 불교적이면서도 세속적이고, 성스러우면서도 과학적인 황홀감으로 이끌어간다고 한다. 명시적으로 불교는 아닌 MBSR의 마인드풀니스는 이런 황홀감으로 인해 미국 문화의 영적 충동과 맞아떨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1991년에는 ‘마인드풀니스에 기반한 인지 치료(MBCT)’가 우울증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개입적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인류학자 조애나 쿡(Joanna Cook)은 논문 「틈을 유념하라(Mind the Gap)」에서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2년제 MBCT 치료사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행한 현장 연구와 관찰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쿡은 MBCT 치료사와 수행자들이 마인드풀니스를 어떻게 과학의 틀에 맞추는지에 특히 관심을 두었다. 치료사들과의 대화에 근거해 쿡은 치료사들의 개인적인 마인드풀니스 수행 경험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나온 증거와 대등하게 사용되어 정량적 과학 연구와 일화적 설명이 동일시되고 있다고 관찰했다. 이로 인해 명상과 과학적 방법이 평행한 증거를 생산하는 상보적인 방법론이라는 해석이 되풀이되게 되었다. 쿡에 의하면 치료사와 수행자들이 마인드
풀니스를 ‘실재(reality)’와 ‘겉모습(appearance)’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과학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쿡은 MBCT의 가장 특징적인 수행법인 생각을 실재가 아닌 것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탈중심화적 관점’을 발전시킴에 있어, 앞에서 말한 구분 방법이 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낸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에 대한 대중적 개념이 명상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명상이 현대 과학 문화 안으로 포괄되게 된다고 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철학 교수 에반 톰슨(Evan Thompson)은 ‘고리 효과(looping effects)’라는 개념을 사용해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명상의 형태를 창조하는지를 논하고 있다. 자신의 논문 「고리 효과와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인지과학(Looping Effects and the Cognitive Science of Mindfulness Meditation)」에서 톰슨은 현대 마인드풀니스의 대중화를 정의하게 된 대중적인 마인드풀니스 이해가 실은 고리(loop)에서 나왔음을 제시했다. 먼저 마인드풀니스는 개인의 사적인 마음 안에 있다는 사고가 대두되었다. 이어 마인드풀니스가 뇌로 투사되었고 그로 인해 마인드풀니스는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수행자들은 두 개의 믿음을 동시에 발전시켰는데, 첫째 마인드풀니스는 뇌를 통제하는 법을 훈련시켜주므로 나는 나의 뇌와 분리되어 있다는 믿음, 둘째 ‘마음’은 뇌의 기능이므로 나는 나의 뇌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톰슨은 이로 인해 자신의 뇌와 불안정한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주의력을 포함한 어떤 인지 기능도 단지 뇌 영역에만 한정된 것은 없고 오히려 한 개인이라는 전인 안에서 화합이 일어나는 과정에 가깝다고 한다. 이 비유는 오케스트라 내에서 어느 한곳에 화음이 머물지 않듯이 뇌에도 주의력이 머무는 곳이 따로 없다는 의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인드풀니스가 인지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일대일로 상관관계를 지닌 뇌의 특정 분야가 있을 것 같지 않으며, 따라서 마인드풀니스를 뇌에 지도화하려는 시도는 잘

불교와 과학 모두 적어도 이론과 정신에서는 자연 세계를 관찰과 통제된 실험으로 발견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불교와 과학은 서로 역사가 다르고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

못이라는 것이다. 그는 명상학이 뇌 중심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명상의 인지 기술을 형성하는 문화적 관행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문화적 관행이 어떻게 인지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 위해 톰슨은 인지생태학을 예로 든다. 이를테면 미크로네시아인들이 배로 바다를 항해할 때(문화적 관행), 별을 관찰하고 하늘을 읽는 습관(인지 기술)을 통해 배를 조정해  바다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뇌 중심적인 과학으로서의 명상학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에 동조하는 또 한 사람은 미들베리대학(Middlebury College)의 종교학 교수인 윌리엄 월드론(William Waldron)이다. 그는 자신의 논문 「인도 불교 사상과 명상의 과학적 연구에 대한 고찰
(Reflections on Indian Buddhist Thought and the Scientific Study of Meditation)」에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며 세상과 연기해 일어나는 마음의 이해에 기반한 마음의 불교 철학을 소개했다. 붓다의 연기 가르침을 중심으로 논지를 펴며 월드론은 기본 학문(또는 불교)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를 때 핵심 질문에 대한 답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그가 사용한 예는 “우리는 왜 감자 칩을 계속 먹고자 갈망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생물학자, 심리학자, 불자의 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앎의 각기 다른 방식은 그만의 도구와 언어 공동체를 만든다. 따라서 그중 하나가 더 타당한 해석이라는 주장은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방식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월드론은 불교와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해석 안에 제한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상상력과 비판적 시각이 공존하는 이 책 『명상, 불교와 과학』에 기여한 연구자들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칭찬받을 만하다. 이 연구자들이 제안했듯 우리가 맥락의 깊이를 탐구하고자 하면 불교와 과학에 있어 서로 다른 요소가 무엇인지 탐색해야 할 것이다. 불교와 과학 모두 적어도 이론과 정신에서는 자연 세계를 관찰과 통제된 실험으로 발견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불교와 과학은 서로 역사가 다르고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논문이 현재 과학으로서의 명상학에서 하나의 시각이나 통일된 목소리를 제시하진 않지만 개개의 논문은 불교와 과학이 교차하는 지평선을 엿보게 해준다. 비록 어느 하나의 명상 수행이나 전통에 대한 심오한 평가는 주지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제시된 다양한 관점은 양자 사이의 대화를 끌어내고 발전시켜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발췌, 번역|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    이 글은 데이비드 맥머핸(David L. McMahan)과 에릭 브라운(Erik Braun)이 편집한 『명상, 불교와 과학(Meditation, Buddhism, and Science)』에 관한 서평이다. 여러 학자들의 논문으로 구성된 이 서적은 2017년 옥스퍼드대학출판사 에서 출간되었다. 명상과 뇌과학에 관한 최근 연구와 트렌드를 잘 요약했다고 생각돼 주요 내용을 본지에 소개한다. ●    맥머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프랭클린앤드마셜대학(Franklin & Marshall College)의 종교학 석좌교수이 며 본서 이전에 『불교 모더니즘의 형성(The Makings of Buddhist Modernism)』 저자로 유명하다. 『불교 모더니즘 의 형성』은 불교가 서양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어 지식인 불자들에게 환영받은 책이다. 브라 운은 버지니아대학 종교학 부교수로 『통찰지의 탄생: 명상, 현대 불교와 버마의 레이 사야도(The Birth of Insight: Meditation, Modern Buddhism, and the Burmese Monk Ledi Sayadaw)』를 저술해 토시히데 누마타상(Toshihide Numata Book Award in Buddhism)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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