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 | 마크 엠스타인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외__정여울

1. 불교의 팔정도와 서양 심리학의 만남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마크 엡스타인 지음, 김성환 옮김, 한문화 刊, 2019

이제는 내가 ‘믿고 보는 저자’가 된 마크 엡스타인은 탁월한 의사이기도 하고 탁월한 불교심리 학자이기도 하다.게다가 글쓰기의 호소력이 뛰어나다. 그러면서 읽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실수나 과오조차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트라우마 사용설명서』로 불교심리학의 정수를 보여준 마크 엡스타인은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에서는 서양 심리학과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접목한다. 팔정도의 기본적인 개념을 ‘마음이 아픈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접목함으로써, 올바른 의도, 올바른 행동, 올바른 말, 올바른 집중 등으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책이다.프로이트와 붓다의 공통점은 본래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간의 상황을 직시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무의식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이다. ‘싫은 것을 밀쳐내지도, 좋은 것을 움켜쥐지도 않은 채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전부 수용하는 명상적 태도’와 ‘휩쓸리지도 거부하지도않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인 자기 관찰의 지점에서, 프로이트와 붓다는 어느새 만나고 있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제멋대로 재단하려는 ‘에고(사회적 자아)’의 영향력을 줄이고, 그동안 좀처럼꺼내보지 않았던 자기 안의 깊은 그림자와 무의식을 대면하려는 용기를 지닌 ‘셀프(내면의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 서양 심리학과 불교심리학의 공통점이다. 마크 엡스타인은 불교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피하지 않고 자기 내면의 치유력을 믿고 삶이 던지는 불확실성조차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를 기르자고 설득한다.

“그 모든 자기혐오는 덧붙여진 것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똑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그 이
야기를 계속 자신에게 덧씌우고 있어요. 당신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제 앞에서 솔직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제게 보여주는 건 오직 당신의 자기혐오뿐입니다. 그 태도
를 한번 내려놓아보세요. 지금 당장. 이 순간에.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릅니
다. 당신은 그것이 드러나기 위한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조차 안 한 상태예요.”
–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중에서

마크 엡스타인은 “자아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닌 골칫거리”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아는 에고, 즉 사회적 자아,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에고다. 더 부유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우리를 끊임없는 피로와 자기 의심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삶이 나아지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끊임없이 에고의 차원에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셀프의 차원에서 더 나은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삶은 피곤한 경쟁이 아니라 무한한 자기 돌봄의 차원으로열리게 된다. 변화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이나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명상을 활용하지 말고, 좀 더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좀 더 작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명상을 활용하지 말고, 진정한 자기 내면과의 투명한 만남을 위해 명상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점점 셀프의 차원으로 다가가는 삶의 주인공이 될수 있다.

 

2. 상처 입을 권리, 상처를 피할 권리
『감정 폭력』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걷는나무 刊, 2019

“뭘 그런 걸 갖고 상처받고 그러니!”라는 말이 참 싫었다.사람들은 생각보다 참 자주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부정한다. 위로해줄 마음이 없다면 위로해주는 척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위로의 형식 속에 또 한 번의 공격적 화살을 담고 있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또다시 상처를 입는다.우리가 상처받았을 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상처의 뿌리를 직시하고 대면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상처를 내 안에서 치유해낼 수 있는 믿음. 이런 용기와 믿음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 우리를 또 한 번 상처 입히는 타인의 말과 표정과 몸짓이다. 때리지 않아도 우리는 상처받는다. “넌 너무 예민해, 아무것도 아닌 걸로 상처를 입니!”, “누가 널 때렸니? 부모가 돌아가셨어? 어서 뚝그치지 못해?” 감정 폭력이란 바로 이렇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고도 말이나 표정이나 몸짓이나 태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는 정서적 실체다.안타깝게도 현대인의 마음은 예전보다 더욱 깨지기 쉽고 상처 입기 쉬워졌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사람들은 만인의 만 가지 요소와 자신을 비교하곤 한다.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만다. 베르너 바르텐스의 『감정 폭력』은 바로 이상처 입기 쉬운 마음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감정 폭력은 당하는 이로하여금 이게 혹시 내 탓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더욱 잔혹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견디고 사는데, 나만 예민하게 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때문이다. ‘이게 다 널 위한 거야!’ 하는 식의 감언이설로 약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말들도 모두 감정 폭력이자 정서적 학대다. 다른 사람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결국 그 사람을 정서적으로 고립시키는 사람들의 협박 어린 말들을 조언으로 착각한다면 결코우리에게 날아오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우리에게 날아오는 첫 번째 화살은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 없기에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 비슷한 상처를 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메기는 전화를 할 때마다 지금 통화를 해도 되는 상황인지,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 법이 없다.
“있잖아, 진짜 중요한 일이야. 너랑 지금 꼭 이야기해야 돼!” 지인이나 친구 중에 만나기만 하면 끝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한두 명쯤 있다.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쉴 틈 없이 쏟아내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피곤해져 집에 돌아와 쓰러지곤 한다.
– 베르너 바르텐스, 『감정 폭력』 중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정서적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괴롭다면, 내 삶이 무너지고, 내 자존이 무너진다면, 더 이상 참지 말고 부딪혀보자. 정중하지만 선명하게 나의 의사를 표현하자. 성격 예민한 사람으로 보여도 괜찮다. 내가 나를 확실히 지킬 수만 있다면. 마침내 무너져가는 내자존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긴박
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감정의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그저 제정신을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 힘이 들 때도우리가 부디 잊지 말았으면. 내 삶을 무너뜨릴 힘도 내 삶을 일으켜 세우는 힘도 오직 나에게 있음을. 누군가 내 허락 없이 내 감정을 도륙한다면 누군가 내 동의 없이내 삶을 모욕한다면 우리는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용감하게 나를 지켜야 함을.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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