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가평 운길산 수종사__우태하·윤제학

동방 사찰 가운데

으뜸가는 풍광

 

 

 

담쟁이도 손을 놓았습니다. 이젠 좀 쉬려나 봅니다. 뜨겁게 푸르렀던 시간들이 빨갛게 익어갑니다. 구름도 하늘 높은 곳에 누웠습니다. 때때로 비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가을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해봅니다. 가을입니다. 산하대지는 봄여름을 지나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빛을 풀어냅니다. 햇빛과 물 그리고 바람이 지은 아름다운 한때입니다.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움의 본질적 속성은 ‘저작권 없음’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 권리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단 하나입니다.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

절집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조망처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수종사’도 그런 곳으로 대표적입니다. “동방 사찰 가운데 으뜸가는 풍광.” 조선의 학자 서거정이 수종사에서 한강을 보며 남긴 말이라고 하지요.

수종사에서 남쪽을 굽어보면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태백의 금대봉(금대산)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강이 비로소 ‘한’강이 되는 장엄한 풍광입니다.

수종사의 창건 연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1439년(세종 21)에 세워진 정의옹주의 부도로 보아 창건은 그 이전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편 봉은사 본말사지에는 절 이름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세조가 즉위 5년(1459) 팔도 방백에 명해 운길산에 절을 세우고는 어느 밤중에 배를 타고 두물머리에 이르렀을 때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다음 날 종소리가 난 곳을 찾게 했더니 바위굴에 16 나한이 앉아 있었고,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절 이름이 수종사가 되었다 합니다.

수종사 아래 두물머리의 마현마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곳입니다. 다산은 수종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말년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 초의 선사를 만나 차를 나누던 곳도 수종사입니다. 수종사에서는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오늘의 우리를 초대합니다. 한강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삼정헌(三鼎軒)’이라는 다실입니다.

삼정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찻집입니다. 시(詩)와 선(禪)과 차(茶)를 아울러 표현하는 말로 ‘삼정’을 차용해 이름으로 삼은 집입니다. 누구든 수종사에 오면 짧게나마 차(茶)를 마시며 시(詩)와 선(禪)의 세계를 맛보고 가라는 배려일 것입니다. 누구나 이 아름다운 산하의 주인이 되어보라는 것이지요. 아무렴 그래야지요. 이 땅에 절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수종사는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최고의 안목을 열어주는 절입니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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