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사홍서원의 의미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__이한구

사홍서원의 의미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이한구

(재)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

 

반갑습니다. 불법(佛法)의 진흥을 위해 정진하고 있는 여러분과 더욱 깊은 도반의 인연을 맺 게 된 것은 크나큰 축복이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수행이 부족한 제가 (재)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니 솔직히 말해 두려움이 앞섭니다. 주변의 추천이 있었을 때, “내가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 는가?”, “내가 다른 분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제 자신에게 먼저 여러 번 던져 보았습니다.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시절 인연도 구도의 과정에서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생각하고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1975년 (재)대한불교진흥원의 설립 취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 리 불교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어려운 국가적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의 정법이념을 드높이 내 걸어 국민의 정신생활에 지표가 되어야 할 때이다.” 그간 상당히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그 방향은 지금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4년 동안 (재)대한불교진흥원은 불교 진흥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초대 이사장이셨던 구태회 님을 비롯해, 황산덕, 장상문, 서돈각 등 기라성 같은 역대 이사장님들의 지도력에 힘 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정관도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보았습니다. 정관에는 우리 진흥원의 목표를 “호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의 방향은 역사적 전통과 정관에 의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시대적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변화하 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사업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는 있 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진흥원이 “꼭 해야 할 일”과 “진흥원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진흥원만이 할 수 있 는 일들”의 목록을 세밀하게 점검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의 경중과 완급을 가려 우선순 위를 정하고 일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모든 문제를 상호 토론과 협의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 게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차원에서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까를 항상 자문하면서 지혜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마다 부처님 의 음성은 달리 들릴 수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경우 공적으로는 엄격하고 공정하게, 사적으 로는 따뜻하고 친절하게 하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인류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에 대한 과도한 집착 과 탐욕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가 급속하게 파괴되고 기후 재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습 니다. 또한 통제되지 않은 잔인성은 인간끼리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형국을 연출할 뿐만 아니라 지구 위 생명체의 대다수를 절멸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세 상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제각기 타고난 자연적인 자유와 존재 의미를 실현하도록 도우 고 배려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너무나 상충된다고 봅니다. 이런 파국에 직면한 인류 문 명에 나아갈 길을 밝히는 것이 불교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불교가 모든 중생 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사회적 깨달음과 실천에 이르게 하는 종교적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불교 진흥이라는 재단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의 노 력을 다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홍서원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옷깃을 여밉니다.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들 이 소중한 인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본지 발행처인 (재)대한불교진흥원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철학자 이한구 박사가 2019년 10월 1일 있었 던 취임 법회에서 발표한 것으로, 본지 발행 방향과도 궤를 같이함에 따라 그 내용을 칼럼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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