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화요 열린 강좌|죽음과 함께하는 삶__박형진

죽음과 함께하는 삶

『죽음을 명상하다』

 

 

우리는 모두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죽음과 함께하지는 않는다. 되려 매일매일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죽음이라는 확실한 사실을 잊으려 한다.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타인의 죽음이며, 그 사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더욱 깊게 한다.

『죽음을 명상하다』는 우리가 추방하려 하는 죽음을 삶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학자이자 선승인 저자 조안 할리팩스는 임종에 직면한 사람들의 돌봄 현장에서 일어났던 40년간의 경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죽어가는 환자, 환자의 가족, 그리고 의료진 등 죽음을 곁에 둔 사람들을 위해 의료 현장에서 활동을 지속해온 저자는 ‘죽음과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사려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나 사례를 시작으로 해서, 우리가 어떻게 죽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이 주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를 단계를 밟아가며 설명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불교가 주는 가르침은 핵심적인 거멀못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삶 안에 이미 죽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에 대한 개념과 해설로 이어지며, 죽음의 괴로움과 함께 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어떻게 해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불교적 가르침을 통해 설파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죽음을 곁에 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명상법을 각 장의 끝에 배치함으로써, 이러한 저자의 논의가 구체적인 마음 수련의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고자 할 때, 세 가지 지침을 깊이 깨달아야 함을 주장한다. “알지 못한다는 것(not-knowing)”, “가만히 지켜보는 것(bearing witness)”, “연민에 가득 찬 행동(compassionate action)”이 바로 그 지침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타자와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열려 있으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지침인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우리가 결과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거나 집착하지 않고, 이 세상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함께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지침인 ‘연민에 가득 찬 행동’은 우리가 타자와 자기 자신을 괴로움에서 구하기 위해 헌신적인 태도로 이 세상과 함께하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지침은 임종, 사망, 돌봄, 애도에 대처하는 필수적인 토대이며, 이것을 기초로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명상할 때라야 효과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명상을 통해, 죽어가는 이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이타심·공감·진정성·존중·참여, 그리고 연민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런 인간의 잠재된 가능성이 발휘될 때 죽음이라는 진실과 직면할 수 있으며, 또한 타인과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지침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안에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자기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의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미덕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1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죽음을 명상하다』의 번역자인 이성동 선생을 초청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명상법, 그리고 ‘죽음과 함께하는 삶’의 자세를 통해 열리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박형진(문화연구자, 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sixteen − sev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