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밀양 만어산 만어사

두려움 혹은 상상력,
‘만어사’에서
‘미륵불’을 만나는 법

 

 

오랫동안 겪어도 매양 비슷한 감정을 일으키는 자연현상이 있습니다. 폭풍우 속의 천둥 번개. 섬뜩 다가오는 무서움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상 현상의 하나라는 과학적 사실도 두려움을 가시게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대인에게는 어땠을까요? 당연히 두려움의 대상이었겠지요. 하지만 두려움에 대응하는 방식은 오늘의 우리와 달랐을 겁니다. 그 일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옵니다.

“만어산(萬漁山)은 옛날의 자성산 또는 아야사산인데, 부근에 가라국(가락국)이 있었다. 옛날에 하늘에서 알이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바로 수로왕이다. 당시 나라 안에 옥지(玉池)가 있었는데 독룡이 살고 있었고, 만어산에는 다섯 나찰녀가 있었다. 독룡과 나찰녀는 서로 오가면서 사귀었는데 그때마다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가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영글지 않았다. 왕이 주술로 막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어 부처님께 설법을 청했다. 그 뒤 나찰녀는 오계를 받았고 이로써 폐해가 사라졌다. 그러자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돌로 변하여 (만어산의) 골짜기에 가득 찼는데, 저마다 쇠북과 경쇠 소리가 난다.”[삼국유사 탑상편 어산불영(漁山佛影)] 이어서 일연 스님은 만어사(萬漁寺)가 고려 명종 11년(1181)에 처음 세워졌다고 기록합니다.

만어사는 만어산(674m) 8부 능선쯤에 자리한 절입니다. 절 앞으로는 700m 남짓 너덜(천연기념물 제528호:밀양 만어산 암괴류)이 펼쳐져 있습니다. 얼음골과 표충사비와 함께 밀양의 3대 신비로 일컬어지는 바위 무더기입니다. 바위 낱낱의 모습이 물고기 같다고 해 만어석, 두드리면 종소리가 난다 해 경석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가운데 서북쪽의 큰 바위가 어산불영(경상남도 기념물 제152호)입니다. 멀리서 보면 부처님의 모습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절에서는 그 바위를 감싼 집을 지어 미륵전이란 당호를 붙였습니다.

만어사는 운해(雲海)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절이기도 합니다. 절 남쪽 아래 밀양 시가와 삼랑진읍을 감싸며 흐르는 낙동강의 물안개가 산을 올라 구름을 이루기 때문이지요. 이곳 사람들은 그 풍광을 밀양 8경의 하나로 꼽습니다. 그 옛날 가락국의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그 운해를 독룡과 나찰녀의 소행으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몇 년 동안 지속되는 폭풍우와 천둥 번개가 다 그로부터 비롯됐다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 매달렸겠지요. 마침내 비바람이 순조로워졌습니다. 위에서 읽은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불을 섬기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우루벨라 갓싸빠를 교화할 때 화광삼매에 들어서 독룡을 제압하고 뱀으로 만든 이야기의 가락국 버전 같기도 합니다.

폭풍우와 천둥 번개에 속수무책이기는 2,000년 전 가락국 사람들이나 오늘의 우리나 매한가지입니다. 감수성이 다를 뿐이지요. 진화의 차원에서 2,000년이라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나무를 타며 열매를 따 먹던 시절을 까맣게 잊었지만 지금도 우리는 섬뜩 놀라면 손에 땀을 쥡니다. 큰 두려움 앞에서는 15만 년 전의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와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얘깁니다. 문명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얼마나 과장되었는지요. 만어사에 가면 가락국의 사람이 되어볼 일입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fifteen + sev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