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불교와 정서 3

정서적 변화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
– 초기 불교와 사상의학의 심신의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1. 심신의학은 무엇인가?
명상은 주로 마음/정신의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어왔다. 명상의 한 종류인 요가는 심신의학의 형태로 알려져 스포츠심리학과 체육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 되고 있다. 요가의 경우는 신체의 조화를 통해 마음/정신의 단계로 나아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편 요가 외에, 타이치 역시 명상의 관점에서, 나아가 심신의학적 관점에서 이해되고 있다.

심신의학은 북미에서 만들어진 말로, ‘신체와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신적인 인간 존재의 양상까지도 통합하고자 하는 전인적 치유 접근법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것은 기존의 심리 치료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종래의 심리 치료 기법들은 정서와 사고의 장애를 주로 다루면서 몸과 마음의 상호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구조와 기능의 문제에 숨어 있는 심리적 의미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진다. 사실 인간의 건강은 육체만으로 혹은 정신적인 면으로만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자체가 심신의 구현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심신의학의 특징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마는 기존의 질병을 위주로 한 한의학적 처방 관점을 인간적 관점으로 전환시켰다. 즉 그는 인간에 대한 문제에서 출발해 실천적인 수양론과 윤리적인 건강론으로 연결하고 자신의 치료 경험과 결합해 새로운 의학으로 발전시켰다.

불교 역시 오늘날의 심신의학적 관점과 비교해볼 수 있다. 붓다가 병에 걸린 비구를 찾아가 했던 설법은 신체적 질병을 심리적 관점에서 극복하는 내용을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불교는 마음을 중시하지만, 개인의 심리적 문제 해결을 통해 신체적 질병을 치유한다는 심신의학적 관점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도 과학적 입장에서 전통적 ‘불교 명상법’의 효과와 질병 치유와의 관계를 분석해보고자 노력하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불교에서 정서(마음)와 육체
초기 불교는 의학 체계가 아니다. 하지만 초기 불교가 종종 의학적 관점에서 해석되는 이유는 초기 불교의 체계가 병적인 심리적 요소를 치유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 경전에서 심신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마음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초기불전인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의 36번경인 「Mahāsaccakasutta」에서 우리는 심신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경전은 악기웨싸나라고 하는 자이나교도와 붓다와의 대화를 담고 있다. 악기웨싸나는 붓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문 바라문들은 신체의 수행에 몰두하지만, [그 몸 수행에] 몰두된 자들은 마음의 수행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은 신체의 괴로운 느낌에 접촉합니다. 고따마시여, 이전에 그들이 신체의 괴로운 느낌에 접촉되었을 때, 허벅지의 마비가 있고, 심장이 파열되고, 입으로부터 뜨거운 피가 올라오고, 정신이 이상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따마시여, 그때 이 마음은 몸에 일치하게 됩니다. 몸의 힘에 의해[마 음이] 일어납니다.”
“어떤 사문 바라문들은 마음의 수행에 몰두하지만, [그 마음 수행에] 몰두된 자들은 몸의 수행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은 마음의 고통의 느낌에 접촉합니다. 고따마시여, 이전에 그들이 마음의 고통의 느낌에 접촉했을 때, 허벅지의 마비가 있고, 심장의 파열이 있고, 입으로부터 뜨거운 피가 올라오고, 정신이 이상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따마시여, 그때 이 몸은 마음에 일치하게 됩니다. 마음의 힘에 의해[몸 작용이] 일어납니다.”
인도 고대인들은 몸과 마음의 상관성에 일찍이 주목했다. ‘마음은 몸에 일치한다.
몸의 힘에 의해 마음이 일어난다’ 혹은 ‘몸은 마음에 일치하게 된다. 마음의 힘에 의해 몸 작용이 일어난다’의 내용이 주목을 끈다. ‘몸에 일치하게 된다’는 것은 마음이 몸에 지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의 힘에 의해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은 몸이 마음 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의 경우는 몸이 마음에 지배되고, 마음에 의해 몸의 여러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붓다는 무엇이 몸을 닦는 것이고 마음을 닦는 것인지에 대해 묻고, 악기웨싸나가 대답을 정확히 하지 못하자,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즐거운 느낌이든 괴로운 느낌이든, 그
것에 대해 탐착(sarāga)하는 것으로 인해 다양한 부정적인 정서가 표출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몸의 수행을 닦지 않으면 즐거운 느낌에 마음이 사로잡히고, 마음의 수행을 닦지 않으면 괴로운 느낌에 마음이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경전이 있다. 바로 『질병의 경』이다. 이 경은 붓다가 어느 알려지지 않은 병든 비구를 찾아가 문답을 나누는 내용이다.

병은 육체에 들었다. 붓다는 의술을 통해 그 비구를 치료하지 않고, 마음을 편안케 해줌으로써, 육체적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육체적 질병이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육체적 질병에 더 이상 마음이 끄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신체를 ‘나’와 동일시하지 않게 됨으로써, 신체적 질병까지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관찰자적’ 자세, ‘방관자적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즐거운 느낌이든 괴로운 느낌이든, 그것에 대해 탐착(sarāga)하는 것으로 인해
다양한 부정적인 정서가 표출된다. 몸의 수행을 닦지 않으면 즐거운 느낌에
마음이 사로잡히고, 마음의 수행을 닦지 않으면 괴로운 느낌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우리에게 병이 발생하면 병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들은 그 병을 회피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을 품게 된다. 이것을 회피 욕망이라고
도 한다. 그 반대인 경우는 접근 욕망이 발생하게 된다. 회피 욕망의 경우 증오와 분노로 인해 투쟁이 야기될 수 있고, 비탄이나 슬픔으로 정서가 표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인 접근 욕망의 경우에는 기쁨과 환희, 황홀감, 혹은 고양감이나 기대 심리가 표출된다. 이런 정서는 정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신체적 반응을 수반한다고 보는 것이 최근 정서 이론의 관점이다. 정서는 신체 생리적 반응으로부터의 해석이며, 정서는 적절한 행위를 조직하는 기능이 있고, 변연계와 자율신경계 그리고 호르몬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정서에 대한 관점은 바로 이러한 정서 이론을 통해 재해석될 수 있으며, 나아가 심신의학적 관점에서도 해석해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된다.

불교는 ‘심신’의 상호 관련성을 중시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실체시하지 않는다. 이런 비실체성에 입각하기에 ‘심-신’의 고통(질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심-신’의 관계를 매개하는 것으로 “느낌”이 매우 강조된다. 이 “느낌”은 신체적/오감적 자극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정서적 반응, 즉 마음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신체화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몸과 마음은 구분이 불가능하다. 몸은 마음을 일으키고, 마음은 몸의 작용을 야기한다. 이때 몸은 그 크기와 위치가 공간적으로 분명히 지각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마음은 다원적/중층적 구조를 갖는다. 인지되지 않지만 세포 단위에서도 마음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전오식(前五識)을 통해서 충분히 유추될 수 있다.

3. 사상의학에서 정서(마음)와 육체의 관계
동무(東武) 이제마의 대표적 저서 가운데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제1, 2, 3장이 의서(醫書)의 내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제4장 이후부터는 의서임을 알 수 있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전통적 한의학을 재해석/재구성한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정서와 육체의 관계를 엿볼 수있 는 내용이 여러 곳에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사단론」과 「태양인내촉소장병론(太陽人內觸小臟病論)」이 중심이다.

① 정서가 장부 형성에 미치는 영향 – 「사단론」을 중심으로 「사단론」에 보면, 각 체질에 따라 장부의 대소가 형성되는데, 이때 성정(性情)이 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성정이 장부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성정이란 사상인에 따른 심성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개념이다. 즉 마음의 두 측 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동의수세보원』 1권을 보면 희로애락의 정서가 역동(逆動)하면 간과 신장, 비장과폐를 상함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희로애락의 정서가 기(氣), 즉 에너지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서/감정(性情)은 곧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에너지가 신체의 장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② 정서가 장부에 미치는 영향 – ‘태양인내촉소장병론’의 내용을 중심으로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인별 병증론에 보면, 태양인을 비롯한 사상인에 대한 병증을 성정과 관련지어 설명한 부분이 나오는데, 정서(성정)가 다양한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이제마는 ‘태양인내촉소장병’의 치료로 먼저 ‘성냄을 멀리하라’고 함으로써, 마음의 다스림을 통한 신체 질병의 치료 및 개선을 주장했다. 『동의수세보원』 「병증론(病證論)」의 여러 곳에서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서를 다스려야 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태양인은 진노(嗔怒), 소양인은 애심(哀心)과 노심(怒心), 태음인은 쾌락과 욕망, 소음인은 기뻐함이 병의 근원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이제마의 직관적 기술이 아니다. 「병증론」 자체가 임상 사례들을 제시한 것이기에, 이제마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확인한 바이다. 이를 통해서 사상의학에서는 정서는 반드시 신체화(somatization)를 수반한다는 관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상의학의 ‘정서-신체’에 대한 관점은 체질별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구축하는데 매우 탁월하다. 요가나 타이치가 몸을 중심으로 명상적 특징을 부여해 치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듯이, 사상의학은 체질별 정서적, 신체적 특성을 바탕으로 명상과 결합하면 기존의 치유 프로그램을 넘어설 수 있다. 사상의학이 기본적으로 ‘심신 의학’의 모범적인 특징을 잘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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