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웃하는 그대 마음을
헤아려 빚은 물건들
변택주
경영은 살림 연구가

 

 

지난 8월호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모든 짓은 마음이 이끈다. 마음에 뿌리를 두고 마음으로 지어간다. 맑고 어질게 마음먹고 말하며 삶을 지어가면 즐거움이 뒤따른다.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나누며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힘이 실린 말씀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내 마음 씀은 어디서 올까요? 네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모든 일이 한마음 품는 것에서 비롯해서 품은 뜻대로 지어가는 것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세상 흐름 속에서 사람의 자유의지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아주 작기 이를 데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그 작은 의지에 따라 내디디는 힘만이 세상 결을 옹글게 바꿀 수 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걸음을 내디딘 의지가 태어나게 한 기계들을 소개합니다.

 

 

푸나무 감정을 알려주는 AI 화분
벌써 일곱 해째이군요.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을 꿈에도 떠올려보지 않던 우리 부부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분양이 되지 않으면 죽일 수밖에 없는 유기견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식구로 받아들인지. 얼떨결에 맡은 강아지와 더불어 살면서 땅거미가 질 녘이면 우울해지는 데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아내와 개가 짖는 까닭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눈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개는 우리가 하는 말을 제법 잘 알아듣는 것 같은데 저희는 개가 하는 소리를 통 헤아리지 못해 답답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푸나무가 품은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스마트 화분이 곧 선을 보인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룩셈부르크 회사 ‘뮤 디자인(Mu Design)’이 개발을 마치고 생산 기반 마련에 들어간 화분인데요. 이름이 ‘루아(Lua)’랍니다. 루아는 옆에 달린 2.4인치짜리 화면에 푸나무가 느끼는 열다섯 가지 감정을 드러냅니다. 물이 모자라면 목이 마르다고 헐떡이는 것과 같은 낯빛을, 둘레 열이 떨어지면 추워서 부들부들 떠는 것과 같은 낯빛을 하고, 둘레가 더우면 너무 덥다는 듯이 땀을 흘리는 표정을 짓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화분 안에 달린 감지더듬이(센서)들이 열과 빛 그리고 온도 변화를 알아채 흙이 물기를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온도는 얼마나 되는지, 빛에 얼마나 드러나 있는지처럼, 푸나무가 자라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두루 살펴 알려주는 덕분입니다.

루아는 거저 내려받을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화분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곧바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밝기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이 앱에는 사람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가 돌아가는 감지더듬이도 실려 있습니다. 푸나무마다 남다른 성깔을 섬세하게 살펴 알려줄지 무척 궁금합니다. 크라우드 펀딩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모으고 있는 루아는 올해 12월에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제 서재에도 18년을 저와 함께 살아온 아레카 야자와 테이블 야자가 한 그루씩 있는데요. 화분을 루아로 바꿔주면 저 나무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으려나요? 아쉽게도 펀딩에 올라와 있는 화분은 저 야자나무들을 품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아 보입니다.

 

 

아기가 우는 까닭을 알려주는 AI
누구나 처음은 힘듭니다. 갓난아이는 갓 태어나서 여리고 서툽니다. 여태껏 겪어보지 않은 처지에 놓인 아이는 뭐든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아이 엄마라고 해서 다를 바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 어째서 우는지 까닭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버이는 밤마다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밤잠을 설칩니다. 아기는 어떨 때 울까요? 배가 고프거나 아플 때, 똥이나 오줌을 쌌을 때 또 뭐든지 제 성에 차지 않을 때 웁니다. 그런데 아이 여럿을 낳아 키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얘가 왜 우는지 그때그때 바로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학교(Northern Illinois University) 리촨 리우 교수 연구팀이 AI 기술을 써서 아기 마음을 헤아리려고 오랜 연구 끝에 열매를 맺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아기 울음소리 특징을 하나하나 분석해 우는 까닭을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답니다. 그 바탕에서 아기 울음소리에 숨겨진 유형을 분석, 울음소리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건강 정보까지 밝혀냅니다. 먼저 ‘선형 예측을 부호화(LPC, Linear Predicative Coding)’해서 울음소리에서 다양한 소리를 뽑아냅니다. 뽑아낸 소리를 압축 감지더듬이(Compressed Sensing)로 자료를 처리해 불규칙한 소리 자료가 보낸 신호를 재구성, 소음과 여러 음성 자료를 가려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아기 울음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를 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울음소리 특징을 짚어 나눠 흔히 우는 까닭과 몸이 힘들어 응급한 상황들을 가려냈습니다. 연구팀은 “아기 울음소리 분석 연구 결과가 의료 분야를 비롯한 우리 삶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보다 더 다양한 아기 울음소리 분석 연구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습니다. 아기들이 드러내려는 뜻을 어디까지 파고들어 살필 수 있을까요? 저도 어서 이 기기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큰딸이 아기를 가졌거든요. 아울러 여기서 한 발짝 더 내디디면 강아지가 짖는 소리나 고양이 울음소리도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고 있습니다.

 

 

 

세균 99.999%를 60초 만에 날려 보내는 텀블러
내 몸 대부분을 이루는 물, 잘 마시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길을 가다가 이곳저곳에 있던 공중 수도에서 물을 받아 마시거나 아무 가게나 들어가 물 한 잔 얻어 마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지나는 길에 있는 가게 문을 두드리고 “물을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없다고 하거나 사서 마시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수(500ml) 한 병을 사면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어 병에 남습니다. 문제는 입을 대고 마신 물에 입에 있던 세균이 따라 들어가 번식한다는 데 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이들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을 마시고 난 텀블러를 씻어야 하지만 까먹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텀블러 83%가 대장균이나 포도상구균과 같은 박테리아에 오염되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두려움에 떠는 사람 마음을 헤아려 세균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병이 나왔습니다. 새로 생긴 미국 회사 ‘라크(LARQ)’가 내놓은 살균 세척 병 라크 보틀(LARQBOTTLE)이 그것입니다. 고강도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라크 보틀에 물을 담고 단추를 눌러 60초만 돌리면 세균이 99.999% 사라진답니다. 물을 맑히는데 1분이면 너끈하다는 얘기입니다.

뚜껑에 달려 있는 UV 살균기는 280nm UV-C 빛을 내뿜어 물속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균을 죽입니다. 스테인리스로 된 보틀 안에서 UV 빛을 되쏘아 안에 있는 모든 세균을 없앤다는 말씀입니다. 거름막으로 이물질이나 세균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UV로 살균하는 라크는 USB로 충전해서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곁들여 간단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병을 팔아 얻은 이익에서 1%를 세상을 아우르는 일에 내놓는다는 라크는 플라스틱 병을 줄여 환경을 아우르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결 고운 제품입니다.

 

 

들고 다니는 꼬마 비데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끼치는 폐해를 떠올리는 우리는 거듭 되살려 쓸 수 있다고 여겨지는 종이를 쓸 때는 상대적으로 별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계자연기금(WWP)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써서 없애는 화장지는 13kg 안팎으로 세상 모든 사람이 쓰는 화장지를 만들려면 날마다 27만 그루에 이르는 나무를 베어내야만 한답니다. 가톨릭에서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프란치스코 손수건-베로니카처럼’이라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손을 씻고 나서 손수건을 쓰자면서 펼친 이 운동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화장지 쓰기를 20%만 줄여도 나무 42만 3,900그루를 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루마리 화장지 대신 화장실에 놓인 비데도 전기 시설과 배관을 해야 하며 전기와 물을 퍽 많이 써서 환경을 망가뜨리는데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를 풀 수 없을까 길을 찾던 갓 태어난 미국 기업 소니(Sonny)가 휴대용 비데(Portable Bidet)를 내놨습니다. 전동 칫솔처럼 원통형으로 생긴 비데는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언제 어디서나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써야 할 때 원통에 물을 채우고, 가운데 있는 단추를 밀어 대롱을 빼내고 나서 밑바닥을 누르면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물줄기는 물이 퍼지는 샤워, 섬세하며 센 것, 순한 것 가운데에서 하나를 골라 쓸 수 있습니다. 아직 비데를 놓지 않은 집이라면 가볍고 작은 이 휴대용 비데를 변기 위에 놓고 쓰면 어떨까요? 비데만 아니라 손을 씻고 양치질하거나 반려동물을 가볍게 씻기기처럼, 나들이 길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이 비데는 안에 배터리가 들어 있어 한 시간 충전하면 20일 남짓 쓸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물티슈만큼 간편하지는 않습니다. 충전을 하고 번번이 물을 넣어야 하며, 대롱도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그러나 화장지를 아끼고, 물티슈를 써서 생기는 쓰레기를 없앨 수 있어 환경도 아우를 수 있으니 그만한 불편쯤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놓인 형편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왜 그래야만 하지?”, “다른 길은 없을까?” 갸웃거리는 물음이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씨앗입니다. 그렇지만 묻기만 해서 풀리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이 앞서고 몸이 뒤따라야 하지요. 몸을 움직여 새로움 빚기를 거듭하면서 일어나는 문제를 몸으로 겪으며 고쳐가면서 짓지 않고서는 옹근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까요.

부처님께서는 “짓(행동)이 따르지 않는 이가 하는 말은 그럴싸하게 들릴지라도 알맹이가 없다. 그러나 짓이 따르는 이가 하는 말은 메아리치며 널리 퍼진다”고 하셨습니다. “마을이나 숲이나 골짜기나 들이나 깨달은 이가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이거나 즐겁고 기껍다”고도 하셨습니다. 이 말씀처럼 이웃이 품은 마음을 헤아려서 좋은 살림 결을 내놓은 도타운 이들을 이웃으로 두고 있으면 즐겁고 기껍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스스로 힘껏 애써서 살림 결을 돌려놓을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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