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 심리 공감

사회 전염에서
개인이
자유로워지는 법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리 대니얼 크라비츠 지음, 조영학 옮김, 동아시아 刊, 2019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명문고 학생이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그 후 몇 달 사이, 전염이라도 된 듯이 다섯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
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고 학교생활에도 누구보다 잘 적응했으며 촉망받던 아이들이었다. 저자는 연달아 일어난 이 사건들이 사회 전염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총기 난사 사건, 섭식 장애,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며 부정적인 사회 전염 현상들이 우리를 어떻게 장악하는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간다.

 

 

전염성이 강한 생각은 자연법칙을 모방하며, 특히 병균의 변이와 전이를 감독하는 법칙과 닮았다. 환경이 적합하고 조건이 완벽하다면 생각은 전파되고
접촉하고 전염되며 일정한 사람들을 통해 타인에게 번식한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능력을 축적하고 우리 신체와 상호작용하며 복제하듯이 생각 또한 임의의 실마리들, 즉 무해한 동작들과 접촉한 뒤 숙주의 심리학적 특성들과 상호작용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활동을 위해 세포를 장악하려 하는 것처럼 생각 또한 사람들에게 착상한 후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장악하려고 한다.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브레너리스) 박사는 병을 알아야 치료와 치유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사실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러셀과 베커에 따르면 인지는 오히
려 이상한 전염을 자극한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사이 폭식증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환자의 수가 세 배나 뛰고 말았다.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며 비율이 조금 떨어지는 듯했으나 1992년 그 수가 다시 급격하게 늘었다. 다이애나 공주가 폭식증과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직후였다. 공주의 고백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폭식증을 알게 되었
다. 그 바람에 치료를 원하는 최초 환자들도 급증했고 이상한 전염이 확산함으로써 새로운 환자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케네디(Walter Kennedy)가 발견한 소위 노시보 반응(Nocebo Reaction)은 동질의 가짜 약으로 환자들에게 긍정 효과가 아니라 불쾌한 효과를 경험하게 했다.

2006년 실험에서 의사들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이제 뇌·심박 조율기의 스위치를 끈다고 거짓말을했다. 그러자 이내 환자들의 파킨슨병 증세가 악화했다. (…) 후일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의 하버드 플라세보 연구 프로그램은 노시보 효과가 플라세보 효과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위력이 강력하며 욕지기, 위통, 피로감, 구토, 근력 저하, 오한, 이명, 건망증 등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테면 내가 모를 뿐이지 내 목표 자체가 실제로 친구나 주변 사람의 목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 아침 던킨도너츠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라테를 주
문했다. 어쩌면 길을 걷다가 쓰레기통에서 언뜻 커피잔 상표를 보았거나 아니면 조간신문을 살 때 어느 여성의 옷에서 스타벅스 커피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신호들이 커피 한 잔이 필요하다거나 뭐든 마셔야겠다는 내 생각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즉흥적인 신호가 보다 본질적인 결정으로 이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식의 중요한 결정 말이다.

“우리는 자연과 별개의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바로 자연이죠. 행동은 박테리아 번식과 같은 방식으로 전염됩니다. 진화를 이어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세대를 거쳐 습득한 습성이잖아요. 당연히 전달하려면 유인하고 복제하고 모방하는 것이 가장 쉽겠죠. 그런데 그 어느 것도 의식적이지 않아요. 개인으로서나 종으로서 스스로가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고 여깁니다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합니다. 뇌 기능만 해도 신경세포가 1,000억 개에 회로가 100조 개 운운하지만, 모두가 우리 의식 너머에서 불을 지핀답니다.”

미겔 사비도는 텔레비전 소설 <나와 함께>를 제작해 이론을 실험했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30% 이상으로 치솟았는데, 지금까지 텔레비사(멕시코 최대 민영 방송국)가 제작한 연속극 중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사비도는 연속극 배경을 교실로 설정함으로써 멕시코의 대규모 문맹 노동시장을 자극했다. 향후의 연구를 보면
1975년과 1976년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문맹자들이 멕시코 성인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는데, 그전 해와 비교해서도 무려 아홉 배나 되었다. 게다가 드라마가 끝난 그다음 해 등록자는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

하버드 대학은 지난 40년 동안 소형 강의 수강생들이 대형 강의 수강생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대형 강의 수강생들이 학습과 기억에 도움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을 더 쉽게 익힌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강의실이 클수록 주변 사람들이 가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많아진다. 말하자면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생각과 질문
방식을 습득하고 학습 기술을 모방하고 대화 능력을 개발하도록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강의실이 클수록 지식의 우물도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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