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기획|불교와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역사 (4)
전문가 체계와 인공지능의 발전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학교 니액 연구 교수

 

 

전문가 체계의 등장은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은 추상적 사고의 보편적 적용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유니버설 튜링머신의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전문가들이 가진 지식을 조직화하고 그들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법을 따라서 주어진 영역에서 탁월한 추리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그러나 진정한 지능적 정보처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계속적으로 제기된다. 첫째는 전문가적 지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나아갈 경우 전문가적 지식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는 철학적인 질문이다. 전문가 체계를 발전시켜가면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적 지능을 완성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인터넷의 온라인 정보 체계가 요즘과 같이 발전하지 못한 1980~90년대 상황으로는 이러한 질문들이 인공지능의 제한적 성공과 새로운 도전을 모두 보여주는 흥미로운 토론 거리가 되었다. 전문가 체계는 한정적인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체계인데 만일 주어진 분야를 벗어나는 문제가 제기된다면 전문가 체계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제한적 능력은 인간 지능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 체계들을 통합하면 그 총체적 연합체는 아마도 인간 지능에 필적할 만한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 체계를 종합할 때 최상의 인공지능 체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 체계들이 상호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가? 전문가 체계들이 상호 소통하도록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전문가 체계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이 두 가지 질문은 기계적 지능의 근본적인 약점을 보여준다. 즉 전문가 체계이든 보편적 튜링머신이든 기계는 주어진 프로그램을 통해 작동하며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기계적 지능의 태생적 한계라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한다. 물론 프로그램 자체를 바꿀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것을 기계 자체가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가? 가르쳐준 내용만 실행하는 고정적 지능이 기계적 지능이라면 인공지능은 이 한계를 넘어서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바꾸어나가는 능력을 갖춘 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런 질문에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대답이 있다. 약 인공지능(weak artificial intelligence, 弱 人工知能)과 강 인공지능(strong artificial intelligence 强 人工知能)이다. 약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적 정보처리 체계가 다양한 지적 활동을 보여주지만 이 능력들을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적 지능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을 굳이 인간의 지능과 비교하지 말고 그 나름의 지적인 정보처리 체계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 입장이다. 강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실현된 정보처리 능력이 인간의 지능과 비교 가능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참고로 강 인공지능과 약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의 목표와 해석의 문제이지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능력이나 수준에 관한 것은 아니다. 즉 강 인공지능이 약 인공지능에 비해 더 발전된 인공지능 체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약 인공지능은 컴퓨터의 능력을 극대화한 정보처리 체계의 개발이라는 목표 이외에 별다른 의미를 인공지능에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주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과연 인공지능은 강 인공지능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율적 판단을 내릴 기계적 체계가 가능한가?

 

신경망 체계(뉴럴 네트워크)와 오온(五蘊, 다섯 가지 마음 덩어리)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의 연구는 두뇌의 정보처리 방식과 흡사한 체계를 구성하는 신경망 체계로 나아간다. 원래 컴퓨터의 구동 체계는 폰 노이만 체계를 따르고 있었다. 폰 노이만 방식이란 헝가리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이 고안한 컴퓨터 운영 방식이다. 이것은 1950년대부터 디지털 컴퓨터(정량적, 비연속적 정보를 취급하는 컴퓨터)의 정보처리 체계의 표준으로 인정된 정보처리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입력 장치와 출력 장치 사이에 중앙 처리 장치가 있고 여기에는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저장된 공간과 처리된 정보가 저장되는 메모리 장치가 있으며, 정보처리는 도입-연산-저장(FetchOperate Store)의 반복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터가 폰 노이만 방식을 따르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 anatta)라는 것은 절대 불변하는 나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불변의 실체나
초월적 순수 의식으로 보는 것은 마음이 다양한 기능과 과정의 연합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의 독특한 점은 프로그램이 입출력 과정과 별도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즉 정보처리의 규칙인 프로그램은 입출력 과정을 순차적으로 조절하지만 그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정보처리 체계가 폰 노이만 컴퓨터이다. 그런데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라고 불리는 신경망(神經網)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와는 구조가 다르다. 이 정보처리 체계는 입출력 과정과 정보처리 과정이 다수의 입출력 요소와 이들의 연결 강도에 의해 통합된 체계이다. 이 체계에서는 정보처리 과정이 폰 노이만 체계에서처럼 입출력 과정과 별도로 존재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입출력 과정을 뒷받침하는 연결선의 강도에 따라 조절된다. 정보처리는 망상 구조로 연결된 처리 단자(unit)들에 의해서 수행되는데 이 단자들은 다른 단자들과 일정한 가중치를 가진 연결선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입력 신호는 각 단자들로 입력이 되고 이 신호들은 연결선을 따라 다른 단자들로 진행하게 되는데 연결선의 강도에 따라 신호가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신호는 출력 단자를 통해 출력되는데 출력 신호는 이 모든 단자들과 연결선의 통합된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망상 체계는 폰 노이만 체계의 프로그램과 같은 독립된 정보 통제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자들과 연결 강도의 패턴이 프로그램의 역할을 한다.

신경망 체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정보처리의 망상 구조가 오온이 인간의 존재를 구성하는 구조와 흡사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민스키의 ‘사회로서의 마음’이라는 이론에서 설명한 것처럼 불교의 오온설과 인공지능의 마음에 관한 생각은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있다. 분산적 구조들의 연합된 현상으로 존재를 보고 마음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그것이다. 불교의 오온설에 따르면 인간 존재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다섯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我)라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섯 요소의 분산된 연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오온에서는 나라는 것이 이런 다섯 요소들의 연합 혹은 덩어리 혹은 묶음일 뿐이라는 절대적 자아를 부정하는 철학이 나타난다.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 anatta)라는 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 불변하는 나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음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는 것도 자신의 절대적 존재를 믿는 것만큼이나 집착이나 번뇌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마음을 불변의 실체나 초월적 순수 의식으로 보는 것은 마음이 다양한 기능과 과정의 연합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신경망 체계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런 분산된 마음의 구조가 잘 드러난다. 신경망이라는 망상 구조는 마음이 여러 정보처리의 요소들의 상호 연합으로 나타남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나라는 존재가 오온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생각과 비슷한 점이 있다. 신경망 구조가 마음의 분산된 구조를 보여준다면 오온은 존재의 분산된 현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산 구조의 장점은 무엇인가?

신경망 체계에서는 컴퓨터의 입출력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이 연속적으로 변화해 갈 수 있다. 이런 신경망 구조의 한 가지 큰 특징은 정보처리 체계가 입력을 처리하면서 스스로의 정보처리 패턴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신경망 장치들의 연결 강도의 연속적인 변화를 통해 열린 학습 체계가 가능하다. (폰 노이만 체계에서도 학습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학습 프로그램을 구동시켜야 한다.) 신경망 체계에서는 프로그램이 (단자들의 연결 강도의 패턴이) 입출력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변화해갈 수 있다. 마치 두뇌의 정보처리 과정과 비슷한 일이 신경망 체계에서 벌어진 셈이다. 두뇌 세포들은 각각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들은 경험에 따라서 연속적으로 그 연결의 강도를 변화시켜간다. 따라서 기계는 자기 스스로 배우고 학습하며 연산의 규칙을 변화해갈 수 없다는 예전의 주장은 신경망 체계가 잘 구성된 컴퓨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신경망 구조가 예전에 고려되기는 했으나 효과적인 학습 기법이 개발되지 못해 폰 노이만 체계에 뒤처지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학습 기법들이 개발되면서 신경망 체계는 인공지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것이다. 결국 학습은 인공지능에서 프로그램만큼이나 중요하다. 물론 폰 노이만 체계에서도 논리적인 추론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별도의 학습 프로그램의 독자적 활동에 의존한다. 반면 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연산 체계에서 보여주는 학습의 과정은 입출력과 연결되는 학습이기 때문에 정보처리와 학습을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다. 즉 신경망 체계에서는 새로운 경험(입출력)이 학습에 연결되는 구조가 보다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습이 인공지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 기법의 발전은 정보처리 체계의 연속적인 발전과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기법들은(폰 노이만 체계나 신경망 체계들은) 인간의 지능에 필적할 지적 능력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필자는 인공지능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이러한 분산적 구조와 연속적 학습 가능성의 과정이 어떠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또한 불교적 시각에서 이러한 인공지능의 체계들이 깨달음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살펴보려 한다.

__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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