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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이 복잡하지만,
여전히 완전히 ‘진화’하지 못한
현대인의 심리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刊, 2019

 

 

1.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현대인은 검색에만 중독된 것이 아니다.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운동 중독, 헤로인 중독 등 수많은 중독이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중독뿐 아니라 행위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애덤 알터는 역설한다.

우리가 검색과 클릭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낚시질’ 때문이다. “가상현실 체험을 극찬한 풀런도 거기에 완전히 ‘낚였다(hooked)’라고 말했다. (…) 약물 중독과 행위 중독(behavioral addiction)은 여러모로 매우 비슷하다.” 우리는 화려한 광고나 자극적인 헤드라인 때문에 뉴스나 광고에 ‘낚이지만(hooked)’, 그 기사를 열어보면 막상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없거나, ‘내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겸연쩍게 만드는 무분별한 정보의 과잉 노출에 실망하고 만다. 현대인의 다채로운 중독 중 저자가 가장 걱정하는 중독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현대인은 어느새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겪게 되었다. 노모포비아란 모바일 결핍 공포증(no-mobile-phobia)의 줄임말로 휴대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평균 사용량을 평균 수명에 비추어 계산해보면 ‘우리가 살아 있는 평생 동안 무려 11년을 스마트폰에 빼앗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물질 중독’보다 ‘행위 중독’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중독, 마약 중독 등 물질 중독은 ‘특정 물질에 대한 의존증’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면 되지만, 모바일 중독이나 운동 중독 같은 행위 중독은 뇌 회로에 훨씬 근원적인 의존증을 불러일으켜 그 사람의 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으로 인한 도파민의 생성은 ‘이 행동이나 물질이 나를 보호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는 그릇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독은 사랑과는 다르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알코올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중독은 사랑에 빠지는 행위가 아니다. 켄트 베리지가 증명했듯이 모든 중독자는 자신이 중독된 대상을 절실히 원하지만 그 대상을 좋아하는 이는 별로 없다. 쾌락이 사라진 지 한참 지났지만 게임을 하고 싶은 욕망, 강박적으로 정리 정돈을 하고 싶은 욕망, 스스로 전기 충격을 받고 싶은 욕망은 여전했다.” 중독은 어떤 ‘이유’나 ‘절실함’으로부터 인과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그저 ‘그것을 하고 싶다’는 강박적인 욕망만을 남김으로써 인간의 지성과 품위를 무력화시켜버리는 것이다.

중독의 문제는 ‘멈출 수 없음’,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에 결국 자신의 진정한 주체성을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우리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삶을 창조하는 능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몸을 관리하고, 스케줄도 알려주고, 몇 칼로리를 섭취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도 정해주는 수많은 기계들에 둘러싸여 ‘그냥, 담백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리처드 니스벳/
리 로스 지음, 김호 옮김,
심심 刊, 2019

 

 

2. 리처드 니스벳의 『사람일까 상황일까』

달리와 뱃슨의 실험은 착한 사마리아인 우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신학생들은 새 건물로 가는 길에 출입구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도움을 주었을까? 이들의 종교 지향 성격이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이들이 바쁜지 아닌지가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은 각각 다음과 같다. 일부는 도움을 주었다. 종교 지향 성격은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바쁜지 아닌지는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 『사람일까 상황일까』 중에서

삶의 결정적인 순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개인의 성격, 개인의 상황,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의지나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 특히 주변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건물 출입구에 쓰러져 있다면, 그리고 그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어떤 상황에서 그를 도와주거나 외면할까.

저자는 그 사람의 본래 성격이 냉담한지 친절한지, 교내 봉사 단체의 성실한 멤버인지, 이런 기질적인 요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이 바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교양 있고 세련된 사람이라도 시간에 쫓기거나,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하면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주변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쓰러져 있는 사람이 얼마나 아파 보이는가? 그가 술취한 상태인가? 아니면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로 보이는가? 이런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개인 심리학이 아니라 사회 심리학이다. 개인의 의지와 욕망을 최종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개인의 행동은 어떻게 집단의 영향을 받게 되는지, 개인의 행동의 사회적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하여 문제 해결 방식도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치유를 묻게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니까 분명 남을 잘 도울 것이다’, ‘공격적인 아이가 늘 문제를 일으킨다’ 같은 고정관념이 우리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브라이언(James Bryan)과 메리 앤 테스트(Mary Ann Test)는 이타주의 실험에서 ‘모범을 보이는 사람’(유사하거나 동일한 상황에서 본받을 만한 도움을 준 동료)의 유무에 따라 실험 참가자가 곤란을 겪는 운전자를 기꺼이 돕고 구세군 냄비를 보았을 때 적극 도울 가능성 모두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연구들은 더 놀랍고 때로 보다 복잡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에서 죄책감이나 행복감 같은 특정 기분은 실험 참가자가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기꺼이 들어주는 정도나 다른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정도를 눈에 띄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람일까 상황일까』 중에서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나의 성격’이나 ‘나의 의지’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질병에 걸리고 난 뒤의 때늦은 치료보다는 질병의 예방이 더 지혜로운 것처럼, 심리적 갈등을 뒤늦게 치유하려 하기보다는 심리적 갈등을 최대한 불러일으키지 않는 상황 속으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바쁠수록,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공격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수록, 우리는 더욱 자주 분노나 짜증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반대로 느리고 조화로운 삶, 낙천적인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 속에 섞여 사는 사람들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챙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 우리는 우리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내면의 열쇠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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