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화요 열린 강좌

불화(佛畵)로 읽는 삶의 지혜
『명화에서 길을 찾다』

 

강소연 지음,
시공아트 刊, 2019

 

불교미술은 신앙의 한 결정체인 동시에 불교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불교 미학의 시각적 구현이기도 하다.
때문에 불교미술은 불교적 신심과 종교적 환희를 불러일으키는 성스러움과 숭고미(崇高美)의 발현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불교 경전이 설파하는 형이상학적 진리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미술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배경이 되는 불교의 사상과 경전의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명화에서 길을 찾다』는 30여 년간 문화재를 연구한 저자가 한국의 불화를 대상으로 거기에 담겨 있는 다양한 불교의 진리와 그 배경이 되는 지식을 상세하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통의 많은 불교적 주제들 중에서 사람들 사이에 가장 널리 유행한 이야기를 뽑고, 그것이 그림을 통해 구현된 것을 찾은 뒤,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 서술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승 경전의 관념 아래 제작된 불화의 서사적 구조가 불화를 대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불교의 가르침을 문자를 통과하지 않고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활용해 저자는 불화 속에 담긴 서사성을 다시 이끌어내어 그것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깨달음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이 책은 특히 ‘십바라밀(十波羅蜜)’의 덕목, 즉 희생, 결심, 정진, 평온, 인내, 욕망, 지혜, 선정, 방편, 자비라는 불교가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중심으로 한국 불화의 감상법을 당시 광범위하게 전해지던 설화를 매개로 해서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 사찰 전각 외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심우도>는 무명과 욕망에 길들여져 본래의 진리를 망각한 상태에서 자아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불화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심우도>에는 대승불교의 여래장(如來藏) 사상, 즉 어떤 상태에 있건 간에 불성은 존재의 안팎으로 편재하고 있다는 진리가 함의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심우도> 혹은 <십우도>에서 등장하는 소는 무명으로서의 ‘나’, 그러니까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하며, 소를 찾는 과정이 고통에 가득 찬 것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설파하는 대로 <십우도> 또한 ‘나는 없다’라는 무아의 진리를 향해 간다. 목동이 소를 길들이는 과정을 담은 이 불화 또한 이러한 무아의 진리를 그대로 표현한다. 어두운 색의 소가 점점 하얗게 되면서 목동은 느긋해지고, 그러다가 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면 소가 그림에서 사라지고 목동만 남게 된다. 그러다가 목동도 사라지고 텅 빈 공간만 남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 공간은 깨어 있는 마음으로 충만한 공간이며 불교가 이야기하는 궁극의 깨달음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저자가 이야기를 통해 소개하는 불화 속의 열 가지 덕목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에 다름 아니다. 불화 속의 주인공들이 모두 궁극의 행복과 자유를 열망하고 성취해가는 과정 안에는 시간적 타자들과 불교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로 충만해 있다. 오랜 역사와 시간의 더께로 창조된 불화가 아직 빛을 잃지 않고 우리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10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명화에서 길을 찾다』의 저자인 강소연 선생을 초청해 한국의 불화 속에 얽힌 불교와 경전이 말하는 진리, 그리고 그것이 말해주는 삶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박형진(문화연구자, 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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