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꿈, 의식 4

꿈, 깨어남, 다시 삶
양영순
철학박사

 

꿈, 미끄러지다

잠들기 전 일상 의식과 수면 중의 꿈 의식 사이를 티베트인들은 ‘바르도(bardo)’라
고 불렀다. 중간을 뜻하는 바르도는 일반적으로 이생과 저생 사이, 죽은 후 다시 환
생하기 전 49일간의 중음(中陰)으로 잘 알려져 있다. 『티베트 사자의 서』의 부록 「여
섯 바르도의 서시」에서 바르도는 다양하다. 49일의 중음에 해당하는 치카이, 초에니,
시드파 바르도 외에도 출생 시의 바르도, 꿈속의 바르도, 명상의 바르도가 있다. 그
러나 중간 상태라는 바르도의 본질을 우리 일상에 적용하면 바르도는 우리 일상 곳
곳에 우리의 주의가 가닿지 않은 깨어 있음과 깨어 있음의 사이, 즉 망각과 혼침의
지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바르도는 우리의 무의미한 대화 중 말이 끊긴 침묵에
도 있고, 들숨과 날숨 사이의 중간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깨어 있는 주의
력이 미치지 않는 바르도의 지대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가 아니다. 마치 낮
의 일상적 시력으로 잘 보이지 않던 밤의 사물들이 어둠에 익숙해진 시력에 의해 점

차 형체를 드러내듯이 바르도 상태에 걸맞은 의식의 주의력이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가 말하는 바르도의 풍경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중음계
인가? 아니면 우리 의식 저 밑바닥에 흐르는 집단적 원형의 심상을 기록한 것인가?
이는 죽어서 중음을 경험하고 돌아온 자의 말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우리
가 매일 경험하는 잠과 꿈의 바르도는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잠에 빠져들 때 각성과 무의식이 혼재된 독특한 상태를 경험한다.
에반 톰슨(Evan Thompson)은 이 이 입면 상태를 “중간 영역과 소용돌이를 허용해 각
성과 꿈이 서로 흘러드는 합류를 허용하는 깊은 흐름”이라고 표현했다. 잠에 곧바로
빠져들어 의식 체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잠으로 미끄러져 꿈이 발생
하기 전의 의식 상태를 경험하고 기억할 수도 있다. 이때는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잠든 것도 아닌 경계 지대에서 잠재의식의 다양한 심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때의 뇌 상태, 즉 ‘입면 뇌(立眠 腦)’를 연구한 수면 과학자들은 입면의 경험을
4단계로 나누었다.

 

깨어남, 꿈을 지켜보다

티베트 밀교 수행자들은 24시간 내내 완전한 각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잠에 빠져
드는 순간과 꿈이 출현하는 미묘한 순간까지 알아차리고, 수면 내내 명상을 유지하
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꿈과 잠의 요가는 전 세계적으로 힌두 요가의 ‘요가
니드라’, 중국 도교의 ‘수면공(睡眠功)’, 남미 샤먼들의 자각몽 훈련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티베트 밀교만큼 정교하게 발전한 곳은 없다.
지난 30년간 자각몽을 연구해온 로버트 웨거너(Robert Waggoner)는 『자각몽, 꿈속에
서 꿈을 깨다』라는 책에서 자신의 연구가 결과적으로 티베트의 꿈 요가와 상통한다
고 밝혔다. 그리고 꿈 의식의 연구를 위해 동양의 명상 체험을 주목하고 연구에 도입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타났다. 에반 톰슨이 철학과 인지과학, 생물학을 인도 철학 및
불교와 융합한 연구서 『각성, 꿈 그리고 존재』는 서구의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이 탐

구 대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꿈의 의식, 깊은 수면 상태의 의식, 더 나아가 이러한
의식에서 발생하는 자각몽, 유체 이탈 등의 비일상적으로 알려진 의식 상태를 탐구
대상으로 포괄한다. 그는 또한 이러한 의식까지 탐구하며 명상했던 동양의 명상 전
통을 서구의 연구 방법과 관점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함을 역설하고, 그 탐
구 성과를 종횡으로 이 책에서 펼쳐낸다. 어릴 때부터 체험한 불교 명상과 인도 요가
수행에 대해 서구의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및 생물학 등의 연구 성과를 적용하고 종
합해 의식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에반 톰슨의 연구법을 주목해야 한다. 에반 톰슨은
이 책의 4장, 5장, 6장에서 입면 상태, 꿈꾸는 상태, 자각몽의 상태를 심도 깊이 검토
했다. 그는 고대의 요가 수행과 수면 과학의 현대적 성과를 결합해 꿈 심리학, 뇌과
학, 꿈 요가를 통합하고자 했다.

불교의 명상은 마음을 탐구하는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다. 현대 인지과학이
나 심리학이 외적 관찰과 측정 방법으로만 내적인 심리 작용을 연구함으로써 근본

적인 한계에 부딪혔지만, 의식의 다양한 차원을 직접적으로 자각하고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방법을 탐구해온 동양 명상을 연구에 도입한다면 인지과학과 심리학의 연
구 성과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다시 전통으로 돌아가면, 티베트에서 크게 유행했던 까규파의 나로빠(Naropa)가 가
르친 6요가는 이후 12세기에 이르러 쫑카빠 대사의 『심원한 길인 나로 6법으로서 이
끄는 차제, 삼신구족』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6요가란 생명열(gtum mo), 환신
(sgyu lus), 꿈(mi lam), 정광명(‘od gsal), 바르도(bardo), 의식 전이(‘pho ba) 요가를 말한다.
꿈 요가는 다른 나머지 요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소 복잡한 수행법이다.
그러나 티베트 밀교의 또 다른 전통인 닝마파에서는 꿈과 잠 요가만을 집중적으로
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닝마파의 아티 요가에서는 잠 요가와 꿈 요가를 구분했
다. 닝마파의 꿈 요가는 나로 6요가의 꿈 요가와 거의 같지만, 잠 요가는 닝마파 최상
경지인 족첸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잠 요가는 나로 6요가의 정광명 수행과
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까규파에서 정광명 요가는 우리 마음의 궁극적 본성인 맑
은 빛에 합일하는 기법이다.

쫑카빠는 꿈 요가의 4단계를 제시했다. 1) 꿈꾸는 동안 의식적 자각을 유지하기
2) 꿈의 내용을 조절하고 증가하기 3) 꿈속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꿈의 본성이 환
영임을 훈련하기 4) 꿈속에서 그러한 상태를 명상하기. 쫑카빠의 꿈 요가는 단적으
로 불교의 자각몽(Rucid dream)의 훈련이다.

수면 중에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는 상태인 자각몽은 일반인의 50~70%
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것이다. 자각몽은 꿈을 꾸다가 자각하는 딜드 자각몽(DILD:
Dream-Initiated Lucid Dream)과 깨어 있는 상태에서 곧바로 시작되는 와일드(WILD: Wake-
Initiated Lucid Dream) 자각몽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와일드 자각몽 상태에서 유체 이
탈이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일반인의 14~25%가 경험하는 유체 이탈과 자각몽과
의 관계에 대한 여러 견해가 있어왔다. 자각몽 초기 연구자인 스티븐 라버지(Stephen
LaBerge)는 자각몽을 초기 유체 이탈의 한 과정이라고 봤지만, 반대로 에반 톰슨은 유

체 이탈이 자각몽의 일종이라 본다. 그는 유체 이탈이 말 그대로 유체가 신체와 뇌로
부터 벗어나는 탈신체의 경험이 아니라, 오히려 ‘변형된 신체화의 한 형태’라고 조심
스레 결론짓는다.

한편 쫑카빠의 6요가에서 유체 이탈과 유사한 요가도 있다. 꿈 요가의 이전 단계
인 환신과 마지막 의식 전이 요가(Pho ba: 포와)는 이 유체 이탈과 유사한 것으로 보
인다. 많은 대승 밀교 경전에는 포와를 통해 천신과 보살의 세계로 가 가피를 받고
영적 가르침을 신속하게 배우는 내용이 나타난다. 이는 서양 근대에 스웨덴보르그
(Swedenborg)가 영계를 탐사한 내용을 기록한 『천국과 지옥』에서도 잘 나타난다.

유체 이탈 전문가인 러시아의 미하일 라두가(Mikahile Raduga)는 『자각몽과 유체 이
탈의 모든 것』에 잘 나타나듯이 일반인들이 쉽게 유체 이탈을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는 REM 수면 상태와 자각 의식이 결합된 의식 상태(페이즈)에서 자각몽뿐 아
니라 유체 이탈, 아스트랄투사, 임사 체험, 거짓 각성, 가위눌림 등의 다양한 체험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해 제시하는 기법들은 의외로 단순
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그가 열어젖힌 이 페이즈 기법은 얼핏 보면 꿈 요가의 현대
적 재탄생으로도 보이지만, 마음에 대한 근원적 탐구의 일환인 꿈 요가가 지향하는
세계는 페이즈의 체험이 추구하는 지점을 넘어서 있다고도 보인다.

 

삶, 다시 꿈을 살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명상서인 『우파니샤드』에 나타난 의식의 네 가지 차원은 일상
적 각성 의식, 꿈꾸는 의식, 깊은 수면 의식, 그리고 순수 자각이다. 에반 톰슨은 서양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대상이 첫 번째 일상 의식에 머물러 있었다는 한계를 인
정하고, 동양의 명상가들이 탐구해온 더 깊은 다양한 차원의 의식을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명상을 수단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다.

선가(禪家)에서 선사는 화두와 합일된 의식 상태로 낮뿐만 아니라 꿈과 깊은 잠 속
에서도 화두가 성성하도록 수행해야 한다. 이를 『선문정로』에서는 동중-몽중-숙면-

오매일여로 표현한다. 꿈과 잠 수행 역시 선가와 우파니샤드 명상 전통에서 통과해
간 상태와 같다.

닝마파의 아티 요가에서는 최상의 경지인 족첸에 이르기 위해서 청정광명과 몰입
하는 잠 수행이 강조된다. 이는 나로빠 6요가에서 꿈 수행 다음으로 정광명에 진입
하는 요가가 위치한 것과 같다. 닝마파의 잠 수행은 꿈 없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도
각성을 도모해 청정광명과 합일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수행의 과정은 17세기 로첸
다르마 리쉬의 『근본적인 망상에서 벗어나는 법』에 잘 나타나 있다.

불교는 이 삶을 커다란 꿈으로 은유한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가장 절실한 직유(直
喩)일 것이다. 인간은 무지에서 태어나 죽음으로 잠들지만, 어제 잠든 내가 다시 깨어
나듯이 다른 모습의 존재로 또다시 무지 속에서 태어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마음의 윤회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밤에는 잠들어서 꿈을 꾸고, 낮에는
깨어서 커다란 꿈을 꾼다. 그러나 낮과 밤에 모두 깨어난 사람은 무엇을 보게 될까.
『금강경』 4구게의 구절들이 떠오른다.

“일체의 모든 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볼지니라.”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
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는 것은 늘 깨어 있다는 의미이다. 형상에 머
물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에 어떤 우상도 없다는 것이다. 우상이 없는 자는 있는 그대
로의 실제를 보고 있다. 그 실제를 우리는 여래(如來)라고 말할 뿐이다. 있는 그대로
의 세계는 이제 꿈과 같지도 않고, 아지랑이 같지도 않고, 허망하지도 않다. 그저 그
러할 뿐이다.

 

양영순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연구원, 진각종 밀교
프로젝트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 자이나 프레크샤 명상, 티베트 밀교 수행, 요가 수행을 해왔
으며, 현재 인도 전반의 명상과 요가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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