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 심리 공감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해마를 찾아서-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2019, 민음사 刊

 

우리의 기억을 신뢰할 수 있을까? 어린이의 기억은 어른의 기억과 어떻게 다를까? 인간은 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늘날 신경과학사에서 가장 의미 깊은 것으로 인정받는 실험들을 통해 기억의 비밀을 풀어낸 책.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으로 우리의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지, 기억을 효과적으로 불러내기 위한 기억훈련법은 무엇인지, 허위 기억과 망각은 왜 일어나는 것인지 살피고 있다.

 

바다에 사는 생물과 우리 뇌 사이의 거리는 멀지만,바다의 해마와 뇌의 해마 사이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새끼들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데 위험이 없고 그들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때까지 배에알을 품는 해마 수컷처럼, 뇌의 해마 역시 무언가를품는다. 그건 바로 우리의 ‘기억’이다. 해마는 기억이 크고 강해져서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때까지지키고 꼭 붙잡아둔다. 해마는 말하자면 기억을 위한 인큐베이터이다.

 

“뇌는 두 가지 상반되는 원칙에 따라 작업을 합니다.” 오슬로 대학의 아네르스 피엘 교수는 말한다. “뇌의 어떤 부분들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많은 정보를 동일하고 범주화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반면에 해마는 사건들의 고유한 점을 간직하고자 하지요.” 해마는 사건과 경험을 서로다르고 구별되는 것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정되어 있다.

 

NKVTS(노르웨이 폭력·트라우마 스트레스 연구센터)와 오슬로대학의 연구자들은 우퇴위아 학살에서 생존한 청년들의 진술을 조사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외적인 세부를 더 많이 기억하고 내적인 생각이나 해석은 더 적음을 발견했다. 계속해서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기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결과적으로 이후에 트라우마 기억에 덜 시달리지만, 주위의 세부에 온통 마음을 쓴 사람들은 후에 기억에 더많이 시달린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자서전적 기억이 각별한 사람들이 사실은 세부에 오류가 있는 이미지 표상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많이 기억한다. 이들은 기억력이 뛰어난 것 같지만,기억의 극장을 있는 대로 사용한다. 기억의 레퍼토리가 크지만, 그런 만큼 재구성할 가능성들도 너무나 크다. (…) 그리고 일상적인 일들은 극적이고 이상한 일보다 더 쉽게 거짓 기억이 되어 파고들어온다.

 

뇌의 한 부분을 그렇게 특정해서 훈련하는 데는 딱한 가지 문제가 있다. 머리 안에서의 성장 가능성은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기억을 훈련한다고 거대한 뇌가 생기지는 않는다. 사실 기억 훈련은 다른 영역에서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적어도 런던의택시 기사들의 경우는 그렇다. “해마의 뒷부분이 커짐과 동시에 앞쪽이 조금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매과이어는 말한다. 훈련을 거치며 택시 기사들은 다른 형태의 기억력은 조금 잃었다. 형태의 기억이다. (…) “뇌가 공간 기억에 우위를 주는 대신 다른 형태의 시각적 정보는 좀 포기해야 했던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가장 광범위한, 개인적인 기억의 범위를 뛰어넘는 망각은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에 마주하는망각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유아 기억상실증이라고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경계는 서너 살 때이다. (…) 생애의 처음 몇 년은 가까운 식구들이 이야기를 해주어서 알 뿐이다. (…) 특정한 나이에 맞추어 나타나는 그런 기억의 경계는 왜 생겨날까? 이것은 신비이고, 연구자들이 100년도 넘는 동안, 어쩌면 인간이 자신의 의식에 관해 철학적 사고를 한 동안 내내 싸워온 수수께끼이다. 이것은 기억의 너무나 독특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전증은 뇌의 제한적인 부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뇌전증 중 하나는 측두엽뇌전증이다. 이름 그대로 측두엽에서 시작하는데, 앞에서 말했듯 해마도 그곳에 있다. 이 경우에는 ‘연결 오류’ 혹은 손상이 부분 발작을 가져온다. (…)해마에 생긴 손상이나 장애는 뇌전증을 가져오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기억력 감퇴도 뒤따를 수 있다. 발작 자체도 잊힐 수 있고 때로는 그전후의 일들도 잊힐 수 있다. 전이나 지금이나, 이사람들 중 일부는 해마를 (한쪽만!) 제거하는 수술을제안받는다. 해마 하나를 유지하는 한 경과는 괜찮다.

 

토머스 서든도프의 말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뇌의 기억 체계에 포함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화적 이점이다. 혹은 이것이 우리가 미래를 보기 시작한 결과로 우리의 기억이 생겨났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생존에 관해서라면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유용할 뿐이다. 오류투성이이고 유연하지만 살아 있는 우리의 기억은살아 있고 유연한 미래의 비전을 만드는 기능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더라면 인간에게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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