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

생명의 보금자리를 만들다
도시 양봉가 그룹 ‘어반비즈서울’

 

꿀벌은 환경 지표종으로, 꿀벌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도시 양봉은 단순히 곤충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길인 것이다

 

두바이에는 세 계절이 있단다. 여름, 뜨거운 여름, 아주 뜨거운 여름. 이 농담을 그저 농담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은 연일 30℃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이 한반도에서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여름, 예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숱한 밤 열대야로 단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포항에서는 바나나를 재배하고,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어종은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어획량이 반세기 만에 1만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말로, 우리의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경각심을 갖는 것은 물론,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

열섬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등온선을 그릴 때 대도시는 주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 그래프가 마치 바다 위에 섬이 떠 있는 모양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대도시 하면 우리는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회색 빌딩 숲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열 흡수력이 뛰어나다. 또한 열 방출력 역시 매우 좋다. 밤이 되면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품었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그 열을 내뿜는다. 도시의 밤은 그래서 낮보다 더 뜨겁다. 그것뿐일까. 실내에 찬 바람을 만들어내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은 실외기로 열을 뿜어낸다. 건물마다 설치된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도시를 더욱 뜨겁게 한다. 시원하려고 설치한 에어컨 때문에 우리의 여름은 더욱 뜨거워지는 이 아이러니. 이러한 현상에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뜨거워지는 도시를 식혀줄 방법으로 이들이 선택한 것은 ‘꿀벌’이다

 

도시에서 양봉을 한다? 도시에서 벌을 키운다고 치자. 대체 어디에서? 다름 아닌 옥상에서. 그것도 정말 서울 시내 한복판 동대문에서. 동대문에 양봉장이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찾아갔다.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호텔 옥상에 정말로 벌통이, 그 벌통 안에 꿀벌이 그득했다. 호텔 옥상에서 꿀벌을 키운다는 말을 듣고 구경하러 온 외국인 투숙객도 있었다. ‘도시’와 ‘양봉’. 도시 양봉가 그룹 ‘어반비즈서울(Urban Bees Seoul)’은 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을 기어코 성사시켰다.

“꿀의 원천이 되는 식물이 가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양봉이 가능합니다. 도시에는 공원도 있고, 산도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많은 꽃과 식물들은 훌륭한 밀원 제공지예요. 꿀벌의 행동반경은 직선거리 2km 정도로, 생각보다 꽤 먼 곳까지 접근할 수 있습니다. 도시 양봉이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유럽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심 옥상 양봉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고온 건조한 기후와 다양한 식물 분포, 농약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성을 갖춘 도시 환경이 도시 양봉의 장점입니다. 오히려 도시가 꿀벌이 살아남기 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가 대답했다. 어반비즈서울 소속 도시 양봉가들은 양봉에서 얻어지는 꿀이 아니라 벌에 집중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벌을 키우면 꽃의 발화율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그 덕분에 다른 곤충과 작은 새의 유입이 늘어난단다. 아주 자연스럽게 도시 생태계가 복원될 뿐만 아니라 도시 양봉가라는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다고. 여기에서 얻는 꿀로 부가적인 경제적 이득까지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를 뛰어넘는 효과에 입이 딱 벌어졌다.

“꿀벌의 최대 관심사는 꽃과 꿀입니다. 꿀벌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먼저 덤비지 않아요. 사람이 먼저 벌집을 망가뜨리거나 꿀벌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면요. 게다가 벌침을 쏘면 벌은 죽게 되기 때문에 함부로 쏘지 않습니다. 또한 꿀벌은 하늘 길을 이용해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합니다. 벌에 침이 있고 쏘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이 벌을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지만, 위험하지 않아요. 꿀벌은 참 중요한 곤충인데 주목받지 못하고 오해를 받고 있어요.

 

서울 도심 한복판 호텔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는 도시 양봉가 그룹 ‘어반비즈서울’. 도시의 생태 지킴이로 1일 체험, 요리 교실 등 도시 양봉가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주요 도시에는 이미 옥상 양봉이 널리 알려져 있고 안전 등을 고려해 약간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양봉과 관련한 규정이나 관련 법규가 아직은 없다고. 도시 양봉이나 도시 농업 자체가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 양봉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어반비즈서울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도시 양봉의 기본기를 1일 체험하면서 나와 맞는지 알아볼 수도 있고 꿀을 활용한 요리 교실 프로그램도 있다고. 벌을 키우려면 꿀벌, 벌통, 기본 양봉 도구, 방충복, 벌통을 놓을 장소가 필요한데 손쉽게 도시 양봉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어반비즈서울의 도시 양봉장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관심은 있지만 일상이 바쁜 사람들을 위해 꿀벌을 대신 키워주는 서비스도 있다. 특별한 명패를 설치한 나만의 벌통을 1년간 소유하고, 도시 양봉장을 방문할 수 있으며 연말에 꿀 5kg을 배송 받을 수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학교에 적합한 체험이나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저희는 관행적인 양봉 방식과 달리 농약, 항생제, 설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산하는 꿀의 양은 적지만 꿀을 생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벌의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도시에 사는 벌이 만든 꿀이라고 해서 도시의 유해 물질이 꿀에 섞이지는 않아요. 벌이 꽃꿀을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꿀 속에 섞여 있던 성분들이 벌의 효소와 섞이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깨끗한 꿀이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중금속이나 유해 성분이 걸러져요. 꿀벌이 필터 역할을 하는 겁니다. 수확한 꿀은 한국양봉협회 시험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도시 양봉으로 얻은 꿀은 믿고 드셔도 됩니다.”

 

꿀벌은 환경 지표종으로, 꿀벌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도시에 꿀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그만큼 우리의 생활환경도 좋아진다고. 도시 양봉은 단순히 곤충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길인 것이다. 환경문제 때문에 에어컨이 없는 어반비즈서울 사무실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고민하는 도시 양봉가들 덕분에 꿀벌과 상생하는 색다르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꿔볼 수 있었다.

취재・글|박예슬(객원기자)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2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