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 심리 공감|뇌를 텅 비게 하라

뇌를 텅 비게 하라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오공훈 옮김, 메디치 刊, 2019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종전 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간의 두뇌를 이야기한다. 저 자는 우리 뇌가 너무 과대평가되었다며, 뇌는 텅 빈 상태 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뇌과학은 물론 철학, 종교, 심리 학을 넘나들며 뇌가 텅 빈 상태를 필요로 하는 이유와 그 상태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다. 또한 뇌가 텅 빈 상태는 창의력과 에너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 을 여러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경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가 텅 빈 상태 를 얼마나 극도로 두려워하는지는, 독일 국민의 약 30%가 ‘환자에 대한 처리’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에 서 잘 드러난다. 환자에 대한 처리란, 환자가 움직이 지 못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고 더 이상 치유될 가망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하는 조치를 끝 내야 한다고 확정짓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절대 적인 무위 상태에 놓이는 데 대한 두려움은 너무나 커서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려고 한다. __p. 10

 


과학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시냅스가 밑천이 상당 히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말은 시냅스가 개별적으로는 다음 뉴런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기 기 위한 ‘신경전달물질-힘’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 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시냅스는 다른 시냅스와 연대해 신호를 뉴런의 수상돌기에 묶어야 한다. 흐 름이 더 많이 모여 커다란 흐름으로 연결되려면 흐 름이 큰 힘을 확보해 흘러가야 한다. 그래서 뇌에는 수많은 흐름이 ‘대기 상태’에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뉴런은 휴지 상태에 놓여-일생 동안 휴지 상태에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언젠가 활성화될 순 간을 기다린다. __p. 80


특히 전전두엽은 단일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 을 때보다는 삶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에 사로잡혔을 때 훨씬 활성화된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신경심리학자인) 크리스토프는 이렇 게 설명한다. “백일몽에 빠지면 책을 쓴다거나 강연을 하는 직접적인 목표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백일몽에 빠진 시간을 삶에 의미 있는 질 문을 탐구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__ p. 121~122


다른 종교도 자아에서 벗어나기를 거듭 요구한다. 그렇게 하면 신과 보다 가까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 기 때문이라고 한다. (…) 그래서 자아의 해체, 혹은 자아 비우기는 상당수 종교의 기반을 이룬다. 하지 만 오로지 잃어버린 자아의 자리에 신성을 채우려 는 목적만 갖고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선불교만 자 아가 있던 자리를 신성으로 다시 채워 넣지 않은 채 텅 빈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권장한다. __p. 183


주의력결핍 장애(ADS)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는 물론 사이코패스도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것을 보면, 종의 보존에 어느 정도 이득이 되기 때 문에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간접 증거는 세계사를 빛낸 저명한 여러 인물의 생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 타인, 토머스 앨바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 빈치, 헤 르만 헤세, 모차르트, 존 레논은 청소년 시절에 주의 력결핍 장애 증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 최신 연구에 따르면 권력의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한 사 이코패스의 수는 전체 인구 평균보다 약 3~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도층이나 경영자의 위치에 있는 사이코패스의 수는 평균적인 인구 분 포 기대 수치보다 약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__p. 242~243


조현병 환자들의 해마는 건강한 사람들의 해마보 다 평균 4% 이상 작았다. 해마는 여러 기억 내용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묶는 역할로 잘 알려진 뇌 영역이다. (…) 이런 이유로 해마가 축소되었다는 것 은, 해리는 물론 이로 인한 텅 빈 상태의 단계에 들 어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사회라는 외부 세계는 의미를 잃고 단편화된다. (…) 그래서 조현병 환자는 발병하기 훨씬 전부터 의미가 가득한 정보와 의미 가 없는 정보를 서로 구별해내지 못하는 행동이 눈 에 띤다. __p. 258


우울증, 경계선 인격장애, 조현병 같은 정신장애를 앓는 환자에게는 오랜 기간 서서히 텅 빈 상태로 미 끄러져 들어가는 상황이 훨씬 나쁘다. 환자는 이렇 게 미끄러져 들어가는 과정을 거의 또는 전혀 통제 할 수 없는 데다, 건강했던 지난날의 삶을 영원히 잃는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밑 바닥까지 떨어져 끝을 향하는 길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 치매와 알츠하이머라는 숙명적인 병을 살펴 보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지옥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__p. 262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출생은 무에서 나오고, 죽음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 “죽음은 우리를 원상태로 복귀시킨다. 이는 최초의 상태, 말하자면 자기 자신 이라는 본연의 존재 상태다.” 그리고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 상태에서 의지는 더 이상 자발적 주체에 게 가지 않으며, 이로 인해 주체가 견뎌야 하는 고통 또한 더는 생기지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쇼펜하 우어가 내린 최종 결론이 강조하듯,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은 어리석다. 죽음이 오면 오로지 고통에 찬 ‘의지의 주체’만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지 자 체는 사라지지 않고, 이제부터는 주체가 없어진 상 태에서 완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다.__ p. 309~310

 

정리|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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