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생명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쓸모연구소’__박예슬

생명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쓸모연구소’

 

 

한 해 170만 톤의 폐목재가 버려진다. 한쪽에서는 새것을 선호하는 요구에 맞추어 끊임없이 대량 벌목을 하고, 한쪽에서는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양의 멀쩡한 목재가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울창한 숲은 점점 줄어들고 쓰레기는 늘어만 간다. 숲이 파괴되면서 동물들의 서식지도 위협받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버려진 가구를 업사이클링해 반려동물을 위한 집기를 만들어 선순환에 힘쓰는 곳이 있다. 바로 ‘쓸모연구소’다.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금속공예든, 그림이든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별다른 고민 없이 가구를 전공으로 택했어요. 학교에서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쭉 경험해본 게 지금 많이 도움이 돼요. 3학년 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때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가상의 가구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그때 이걸 실제로 해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졸업 작품도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창업하진 못했고,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2년 동안 근무했어요. 회사에서는 계속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답답했어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으니까 집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퇴근 시간만 기다렸고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집에서는 반려묘를 위한 생활용품을 꾸준히 만들었거든요. 그러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쓸모연구소를 창업하게 됐고요.”

쓸모연구소 유라 대표의 인생 궤도를 튼 것은 다름 아닌 반려묘 두 마리였다. 아버지께서 구해다주신 구형 CRT 모니터를 반려묘를 위한 집으로 업사이클링해 커뮤니티 사이트에 업로드했고,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창업에 대한 생각을 굳힌 계기였다고. 회사를 다니면서 젊은 창업자들을 지원해주는 사업들을 찾아보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마감 이틀 전에 처음 써본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그것이 좋은 기회로 돌아왔다고 했다. 초기 자본 하나 없이 출발했는데 ‘함께 일하는 재단’의 도움으로 필수적인 공구와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유라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가구를 수거해요. 말 그대로 바깥에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젖거나 오염된 경우도 있는데 그런 가구들은 수거하지 않아요. 소중한 반려동물들이 사용할 가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단단하고 저렴하긴 하지만 접착제가 많이 들어간 MDF나 PB 역시 제외해요. 도봉구 내 이사를 돕는 ‘동네119’라는 활동이 있는데 그 활동을 하면서 버려지는 가구를 가져오기도 해요. 인천목재단지, 업사이클 소재연구소 같은 곳에 방문해서 자투리 목재를 골라 챙겨 오기도 하고요. 심하게 상한 부분은 다른 목재로 교체하고, 대패로 겉면을 벗겨내기도 해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주 쓸모 많은 자재로 다시 탄생하게 돼요.”

우리나라는 원목을 대부분 수입한다. 소각 비용이 재활용 비용보다 싸다는 이유로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원목 자재가 버려지고 있다. 유라 대표는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멀쩡한 가구를 보며 재활용 센터로 보내질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부수어 소각장으로 보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폐가구 자재를 업사이클링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의 반려동물 가구 회사들처럼 새 자재를 구입해 반려동물을 위한 집기를 만들면 좀 더 쉽게 작업할 수 있지만, 새 자재를 얻기 위해 벌목하고, 코팅하고, 공장을 돌리는 모든 과정이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 행위를 통해 반려동물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고. 다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폐자재를 활용하면 자원이 버려지기까지의 순환 기간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각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물건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풍조를 변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업사이클이라는 활동 자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아요. 제품을 만드는 데 재료비가 들지 않는데 왜 제품이 비싸냐는 분들도 있고요. 나중에는 결국 버려질 것 아니냐고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업사이클은 정말로 업사이클이기 때문에 더 복잡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어요. 효율성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위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도전하는 기업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일에 대한 즐거움을 계속 상기하면서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추억 묻은 가구의 목재 중 건강한 재료를 선택해 반려동물에게 물려주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쓸모연구소의 유라 대표는 업사이클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 문화센터, 도서관 등에 출강해 자투리 목재로 소형 입간판, 자동차 조명, 칠판 만들기 등 수업 대상에 맞는 다양한 업사이클 목공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쓸모연구소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시 도봉구에 자리 잡았다. 꼭 무언가 사지 않아도 들어와 사진 찍고 구경하고 가는 것도 언제나 환영이라고. 현재는 금・토・일요일 오후 1시에서 8시까지만 운영한다. 취재・글|박예슬(객원기자)

쓸모연구소 홈페이지 : https://sseulmo.com

주소 : 서울 도봉구 도봉로14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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