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담 대선사 법문

상대의 허물은

나의 허물의 그림자

 

 

 

화려한 꽃은 향기롭게 피어 있어도 조금도 자랑하는 마음 없고, 하루 밤새 떨어져버려도 조금도 가슴 아파하거나 아까워하는 생각이 없습니다. 피어 있을 때도, 질 때에도 무심(無心)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꽃이 피어 있을 때는 곱다고 야단하다가도 져버리면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돈을 잘 벌거나 높은 자리에 영전하게 되면 온 집안에 경사가 났다고 좋아하고 야단을 떨다가도 살림이 망하거나 높은 자리에서 파면당하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속상해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만물 가운데 영장이라 하지만 사실 우리는 식물인 저 꽃만도 못하다는 이야기이죠.

항상 말씀드리지만 불법 가운데 참선이 제일 수승한 법이고, 그 참선 가운데에 활구참선이야말로 확철대오(廓撤大悟)함에 있어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왜냐하면 이 활구참선은 화두공안을 참구(參究)해서 공안을 타파함으로써 자기의 본래면목(面目), 즉 자기의 마음자리를 깨달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두 하나만 제대로 참구할 줄 알면 그것이 바로 참선을 잘하는 것입니다.

생사는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바로 우리의 생각이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데서 일어나서 윤회하는 것입니다.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그 생각을 단속하는 것이 생사 문제를 해결 짓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견색시증처(見色時證處) 모든 색상을 보는 그때가 바로 참 나를 증득하는 때요,

문성시증처(聞聲時證處) 모든 소리를 듣는 그때가 바로 생사 없는 도리를 깨닫는 곳이다.

눈으로 모든 색상을 볼 때 그 찰나가 바로 생사 없는 진리를 증득하는 때입니다.

참선 공부를 하는 사람은 색상이 눈에 띄자마자 ‘이 뭣고’ 바로 참 나를 깨달을 수 있기에 생사 없는 진리를 증득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경계는 바로 자신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거울을 쳐다볼 때, 거울 속에 나타나는 얼굴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거울만 거울이 아닙니다. 이 허공계, 동서남북 사방(四方) 사유(四維) 상하(上下) 시방의 세계에 끝없이 펼쳐 있는 허공(虛空)도 하나의 커다란 거울입니다. 이 거울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 거울입니다. 거울 속에는 태양도, 달도, 별도, 지구도, 사람도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지가지 많은 중생들이 그 속에 비춰지고 있습니다. 꽃도, 나무도, 돌도, 짐승도 있습니다. 그러한 모양들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허공이라는 거울 속에 비춰지는 허망한 영상입니다.

거울이란 것을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자신을 비추는지는 모르고 실제로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물론 거울은 깨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변허공계의 거울은 깨지지 않습니다. 이 거울을 바로 볼 줄 알고 바로 사용할 줄 알아야 정말 우리는 이 우주 법계에 펼쳐 있는 삼라만상 두두물물(頭頭物物)을 바로 볼 줄 알고, 자신의 참모습을 바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거울은 겉모습만 보이지만 무변허공계의 거울을 바로 보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쁜 사람 눈에는 달이 밝고 좋고 기쁜 달로 보일 것이고, 슬픈 마음으로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손님이 내 집에 올 때에도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반갑겠지만, 우환이 있으면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손님에게 반갑고 반갑지 않는 마음이 있을까요. 그것은 손님이 아닌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볼 때도 아내의 마음이 기쁘고 흐뭇하면 남편이 반갑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짜증나면 잘 차려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친구, 형제, 부모, 자식 간에도 다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가 내 마음이 비추어서 내게 돌아온 것이고, 상대의 모든 허물이 사실 나의 허물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바른 불자는 불법의 인과법칙을 잘 이해해 다른 사람의 허물을 그 사람의 허물로서 미워하고 원망하거나 몰아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허물은 바로 나의 허물을 통해 나에게 되돌아온 영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과법을 철저히 믿기만 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수월할 것이며, 법률, 경찰, 형사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원망과 미움이 자신을 괴롭게 만듭니다. 사람은 지옥을 꺼리지만 자신의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이미 지옥 속에 들어온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지옥을 없애야 이 몸을 버리고 저승에 가더라도 지옥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지옥은 숨이 떨어지면 익힌 대로 가는 것입니다. 마음에 지옥을 익혀왔으니 숨이 멈추는 대로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육도 윤회는 익힌 대로 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술에 잔뜩 취해도 어지간하면 자기 집은 무의식중에 찾아올 수 있듯이 살아 있을 때 지옥 연습을 많이 해놓은 사람은 무의식중에 지옥을 찾아가기 수월한 것입니다. 반면에 살아 있을 때 극락 생활을 익힌 사람은 숨이 떨어지자마자 극락이나 천국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앞으로 날씨가 더 더워지고 불쾌지수가 높겠지만 이런 일로 언짢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럴 때일수록 더욱 ‘이 뭣고’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잠깐 머물렀다 내쉬면서 ‘이 뭣고’ 하십시오. 속이 상하고 답답할수록 더 열심히 박차를 가해 더 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일을 당할수록 더 이 공부를 하십시오. 그러면 그 어려운 일로 인해서 더 신심이 돈독해지고 불법이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는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생사 해탈을 하기 위해 이 사바세계로 오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속세에서 불법의 인연을 심어 사바세계의 몸을 받았고, 여기는 도를 성취하기 쉬운 곳입니다. 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지혜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쇠가 불과 물속에 들어가 쇠망치를 맞지 아니하면 절대 물건이 될 수 없듯이 어려운 일을 당할수록 더 신심을 갖고 공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송담 대선사의 1989년 7월 용화선원 일요 법회 법문을 편집부에서 녹취, 정리한 것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twelve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