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우주(宇宙)란 무엇일까? – ③ 대폭발우주론과 불교의 우주론__소광섭

대폭발우주론과

불교의 우주론

소광섭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글을 시작하며

뉴턴의 고전물리학으로 우주를 생각하던 당시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이 무한 히 큰 공간에 별들이 넓게 펼쳐진 그런 우주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우주는 뉴턴 의 만유인력과 운동법칙을 적용하면 우주가 무한히 크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고, 유 한하다고 해도 또한 문제가 생겨서 우주론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우주론이라는 과학 이론이 성립될 수 없었다. 그러면 어떤 이유로 일반상 대성이론에서는 우주론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과학적 우주론을 가능케 한 뉴턴물리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 과 공간의 관계이다. 뉴턴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은 각각이 독립된 존재이다. 시 간은 직선적 흐름이고 1차원이다. 공간은 피타고라스의 직각삼각형법칙(A2 + B2 = C2, A 는 밑변, B는 높이, C는 빗변의 길이)을 만족시키는 3차원의 유클리드 공간이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하나의 존재이며, 이를 4차원 시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들어 있는 삼각형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때 피타고라스의 법칙이 약간 바뀐다. 예를 들어 위 식에서 B가 시간인 삼각형이면 ‘A2–B2=C2’으로 부호가 바뀐다. 이 지극히 간단한 시간의 부호를 바꾸는 것이 상대 론의 수학적 핵심이다.

두 번째 큰 차이는 물질과 시공간의 관계이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에서는 비유하 면 공간은 운동장이고 물질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같다. 공간은 물질의 존 재와 관계없이 평평한 운동장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일반상대성이론의 시 공간은 물질이 있으면 휘어진다. 물질이 많을수록 더 많이 휘어진다. 지구가 태양에 끌려 공전하는 것은 만유인력이라는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 라 태양 주위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 을 유클리드기하학 대신에 리만기하학이라고 한다.

물질이 아주 많으면 시공간이 극도로 휘어져서 시공간에 구멍(singularity)이 생기 는데 이것을 블랙홀이라 한다.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된 것인데, 그 존 재가 예상대로 관측되고 있고, 얼마 전 작고한 호킹(Hawking) 교수는 블랙홀 연구에 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과학적 우주론이 뉴턴 체계에서는 성립되지 않지만 리만 기하학에서 성립하는 것도 물질의 존재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다. 뉴턴역학 체계에서는 물질의 존재와 관계없이 무한하고 평평한 유클 리드공간이므로 유한하거나 휘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우주는 우리의 상식적 시간이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동적인 우주라 해도 팽창과 축소를 반복하는 성주괴공(成住壞空)형 이론도 가능하다.

부처님은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우주는 유한한가 무한한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셨는데 이를 무기(無記) 중도 또는 유무중도(有無中道)라고 한다.

 

리만기하학으로 기술되는 시공간의 특성은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 및 공간과는 판 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고, 우주론에 대해 질문하면 대개는 질문 자 체가 성립하지 않는 질문 또는 무의미한 질문을 하기 십상이다. 현재 과학적 우주론 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이른바 대폭발우주론(Big Bang Cosmology)이다. 지금으로부 터 약 150억 년 전에 우주가 대폭발로 생겼으며 이것이 태초이다. 태초에는 우주의 크기가 극히 작았으나 그 후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현재 크기는 반경이 약 150억 광 년 정도이며, 영원히 팽창할 것이라는 것이 이 우주론의 기본 내용이다. 이 우주론에 대해서 보통 제기하는 대표적 질문을 몇 개 들어보면 (1) 태초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 는가? (2) 우주의 중심은 어디 있는가? (3) 우주의 끝에 가서 바깥을 보면 무엇이 있는 가? 등이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러한 질문들이 성립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주론 Q&A

(1) 태초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주가 어느 특정한 시점에 생겼다는 것은 성경에 쓰인 대로 하나님의 창조를 믿 어온 서양 사람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한편 오래전 부터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러면 천지창조 이전에는 우주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학의 비조라 할 수 있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명저 『고백 록』에서 “창조 이전에는 시간도 없었으므로 태초 이전이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 는다”고 답했다. 이 질문을 한 사람은 텅 빈 공간에 어느 순간 없던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질 문을 하게 된다. 대폭발이론은 시간도 공간도 없는 그야말로 절대 무에서 공간과 시 간이 함께 시공간으로 출현한다는 점에서 상식과 완전히 다르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생긴다는 말인가라는 질문도 태초 이전에는 공간도 없었기에 역시 질문 불성립이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대폭발을 일으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대물리학은 아직 답을 못하고 있다. 공(空)에서 양자 요동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으나 이 과정을 계산해서 보여주는 이론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2) 우주의 중심은 어디인가?

이 질문도 성립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대폭발우주론에는 우주 중심이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상상하면 보통 풍선이 바람을 넣어 점점 커지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풍선 그것만 있고 풍선의 내부나 바깥이 없는 그런 풍선을 그리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풍선 그 자체만 그려라. 속도 없고 바 깥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팽창한다.” 이 내용은 수학적으로 가능하며 리만기하 학은 이런 공간을 다룬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유클리드기하학에는 이런 것이 없다. 그래서 속이 없는 풍선이기 때문에 자연히 중심이 있을 곳도 없다. 중심이란 개념 자체가 이런 풍선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우주는 비유하면 속과 겉이 없는 순 수한 풍선 그 자체이다.

대폭발우주는 풍선보다 좀 더 복잡하다. 한 차원 더 높기 때문이다. 풍선은 면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므로 2차원적 존재이다. 대폭발우주는 3차원 풍선이라서 이 또한 그림으로 그리거나 상상할 수 없다.

(3) 우주의 끝과 그 바깥

이 질문 역시 성립하지 않는 질문이다. 다시 풍선 우주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우 주의 바깥을 상상하는 것은 풍선의 바깥과 같은 공간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풍선이 더 큰 공간에 내포되어 있는 특수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풍선 자체만 홀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바깥이나 속이나 중심이 없는 것이다. 우리 우주도 그 자체만 있 고 바깥이나 속 같은 것은 없다.

따라서 우주의 끝에 도착해 바깥을 본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 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풍선으로 비유되는데 3차원인 점이 차이이다. 3차원이기 때 문에 동서, 남북, 상하의 3가지 축으로 운동할 수 있다. 동쪽 방향으로 계속 운동해 나가면, 결국 원위치로 돌아온다. 우리는 머리를 아무리 돌려 바라보아도 무한히 펼 쳐진 듯이 보이는 공간만 보이는데 이것이 비유하자면 개미가 고개를 아무리 좌우로 돌려보아도 풍선의 표면만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우주가 팽창하려면 바깥의 빈 공간이 있어야 가능할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 역시 더 높은 차원의 공간에 내포된 특수한 경우의 이야기이고, 우주 외에 다른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바깥 없이도 그 자체로서 팽창 축소가 가능하다. 이런 내 용은 리만기하학에서 쉽게 이해된다.

(4) 우주는 왜 계속 팽창하는가?

이 질문은 타당한 질문이며, 답은 ‘현재 물리학에서는 모른다’이다. 일반상대성이 론에서는 대폭발우주만 가능한 이론이 아니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처음에는 변함없이 일정한 우주의 이론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천문학자 허 블이 은하들의 달아남을 관찰하자 그 생각을 바꾸어 동적인 우주를 인정했다. 동적 인 우주라 해도 계속 팽창만 하는 이론도 가능하고, 어느 선에서 팽창을 중지하는 이 론도 있을 수 있고, 또는 팽창과 축소를 반복하는 성주괴공(成住壞空)형 이론도 가능하 다. 초신성의 관측 등 천문 데이터에 따르면 우주는 계속 가속적으로 빠르게 팽창한 다는 것이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우주가 왜 계속 팽창하는지 알려면 폭 발 초기의 조건을 이해해야 가능한데,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아직 물리학이 해결 하지 못한 문제이다.

 

대폭발우주론은 인간의 정신이나 생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불교의 일체유심조나 기독교적 하나님의 섭리와

창조는 대폭발우주론과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 모든 발전 과정을 통해서

부처님의 침묵과 중도사상이 더욱 깊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수학적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술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본 다. 우주는 우리의 상식적 시간이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우리 의 상식은 무언가 틀린 지식이란 점이다.

지금부터 2,500년 정도 옛날에는 물리학이나 수학이란 말조차 없었다. 이때에 외 도의 논사들이 부처님께 물었다. “우주는 유한한가요, 아니면 무한한가요?” 그들은 이렇게 확신하고 물었을 것이다. ‘유한과 무한 둘 중의 하나이지 그 외에 다른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18세기의 칸트는 철학자 이전에 천문 물리학자였기 때문에 그의 저술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그의 결론은 무한하다고 해도 문제가 있 고, 유한하다고 해도 문제가 있어서 이를 ‘이율배반’이라고 명명했다. 물론 그는 이문제는 경험의 밖에 넘어서 있으므로 이성만으로 결정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위대한 학자라 할지라도 뉴턴적 우주관을 넘어서는 사고를 할 수는 없었고, 그 바탕 위에 논리를 전개했다.

우주의 유한성과 무한성에 관한 인도의 외도 논사들의 질문이나 칸트의 치밀한 논리적 사고까지도 상대론이 제시하는 우주의 특성과는 전혀 무관한 단순한 언어 논리의 유희에 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부처님은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우주 는 유한한가 무한한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셨는데 이를 무기(無記) 중도 또는 유무중도(有無中道)라고 한다. 이런 외도들의 명제는 얼핏 생각하면 깊은 형이상 학적 진리를 탐구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들의 관념 세계에서 노는 무의미한 말장 난, 즉 희론(戱論)에 불과하다는 점을 일찍이 용수 보살이 강조한 바도 있다. 현대 물 리학이 제시하는 우주론이라고 해서 이를 마치 우주의 궁극적 실상을 밝힌 것이라 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중도에는 어긋날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폭발우주론은 인간의 정신이나 생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한 계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완전히 물질만으로 구성된 유물론적 세계관을 반영한 우 주론이다. 불교의 일체유심조나 기독교적 하나님의 섭리와 창조는 대폭발우주론과 는 양립하기 어렵다. 미래에 물리학은 생명과 정신까지도 포함한 더 광대한 법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오늘의 우주론이 어떤 점에서 제한적인 지식인지도 확연히 보 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모든 발전 과정을 통해서 부처님의 침묵과 중도사상이 더욱 깊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소광섭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동 대학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로 있 다. 저서로는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대통일이론』이 있고, 연구 분야는 양자장론 및 일반상대성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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