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부산 백양산 삼광사__우태하·윤제학

우리는 저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봄은 걸음마다 꽃을 피웁니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진달래, 철쭉…. 걸음걸음마다 색깔과 모양이 바뀝니다. 사이사이 몇 차례 봄비가 다녀갑니다. 낯빛을 확 바꾼 차가운 바람이 지나기도 합니다. 꽃잎이 바람에 날립니다. 그 꽃잎은 삶과 죽음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봄꽃의 천연한 아름다움으로 치면 진달래꽃이 으뜸이겠지요. 어떤 꽃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진달래꽃은 늘 거기 있었던 듯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진달래꽃 옆에서는 어떤 나무든 마치 제가 그 꽃의 몸인 양 합니다. 봄은 그렇게 꽃으로 피어납니다.

진달래꽃 지고 나면 세상은 한층 밝아집니다. 꽃 진 자리마다 햇볕이 소복소복 쌓입니다. 짐짓 과묵으로 일관하던 큰키나무들도 기지개를 켭니다. 숲의 강물이 깊어갑니다.

산과 들이 온통 푸르러 갈 때, 세상은 사람들이 피운 꽃으로 밝아집니다. 등불입니다. 부처님 오시는 길을 밝히는 꽃입니다. ‘초파일’은 그 꽃이 만발하는 날입니다. 초파일을 굳이 음력 4월 8일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파일. 공무원들이 무성의하게 지은 ‘석가탄신일’은 물론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말보다도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뜻에 더 어울립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가장 곱게 한복을 차려입는 날은 ‘초파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는 그 모습은, 이제 그때의 당신보다 더 나이를 먹은 아들이 절에 가는 길을 아이처럼 뛰어가게 합니다. 초파일. 꽃 피는 날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꽃으로 피어나는 날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저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초파일이면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 피어나는 곳이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의 백양산 동쪽 자락의 삼광사입니다. 그날 삼광사는 커다란 한 송이 꽃입니다. 절 마당 가득, 전각의 처마, 절로 오르는 계단 가에 등불이 걸립니다. 그 수가 4만여 개라고 합니다. 2012년 미국 CNN방송은 ‘삼광사 연등 축제’를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 50선’에 꼽았습니다. 올해 삼광사 연등 축제는 4월 28일부터 5월 12일까지 열립니다.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는 그리 오래된 절이 아닙니다. 삼광사라는 이름으로 백양산 자락에 법등을 밝힌 때는 1986년입니다. 1991년에는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관전’을 낙성함으로써 비교적 짧은 기간에 부산의 대표적 사찰의 하나로 성장한 초대형 절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초대형이라는 규모가 아니라 그곳에서 행해지는 수행과 교육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을 위한 삼광한글학교, 어린이 텃밭 가꾸기, 템플스테이, 묵언명상 힐링 산책, 삼광한문학교, 삼광서예교실 같은 것들 말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금 이곳을 벗어나 정토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의 실천일 것입니다.

삼광사의 초파일엔 꽃구름이 하늘을 이룹니다. 그 구름 꽃비로 내릴 때, 그 비에 젖는 사람, 꽃이 되겠지요.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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