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강화도 고려산 적석사__우태하·윤제학

서방정토는 어디에?

서쪽으로 가면 극락세계에 이를 수 있을까요? 서쪽으로 10만 억 국토 저편에 있다는 그 세계는 얼마나 먼 곳일까요. 얼마나 가야 할까요. 몇 년, 아니 평생이면 가능할까요. 깨달음을 얻어야만 하는 걸까요. 그러면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자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죽은 다음에야,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으로만 그곳에 갈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영혼은 얼마나 맑아야 할까요?

10만 억 국토 저편은 상상으로도 미치지 못할 곳이지만 다만 서쪽으로 가는 일이라면 어렵지 않겠지요. 한강 물줄기를 따라가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땅에 이릅니다. 강화도.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둘이나 있지만 엄연히 섬입니다. 더는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이니 10만 억 국토의 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화도에는 이름난 절이 여럿 있습니다. 전등사, 보문사, 정수사가 그렇지요. 이에 비해 ‘적석사’는 숨어 있다시피 한 절이었습니다만, 누구든 한번 가보고 나면 꼭 다시 찾고 싶은 절 목록에 윗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석사 가는 날이 진달래꽃 핀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석사를 품에 안은 고려산(436.3m)에 진달래가 피면, 정상 일대의 산봉우리 전체가 한 송이 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늘 서쪽을 바라보며, 극락세계를 왜 ‘안락국(安樂國)’이라 일컫는지를 알게 해주는 절이 적석사입니다. 언제 가도 좋다는 얘기지요.

고려산은 강화의 진산입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高麗山’이라 적었고, <대동여지도>는 ‘高呂山’이라 했습니다. 현재 강화군청 홈페이지는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오련산’을 ‘고려산’으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오련산이었다는 고려산의 옛 이름은 적석사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절에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고구려 장수왕 4년(416) 천축(인도)에서 온 스님이 고려산 정상의 오련지(五蓮池)에서 다섯 송이 연꽃을 날려 꽃잎이 떨어진 곳에 청련사·백련사·흑련사·적련사·황련사를 세웠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낙조봉 남쪽 기슭에 세운 적련사(赤蓮寺)가 바로 오늘의 적석사입니다. 붉을 적(赤) 자 때문에 불이 자주 난다고 해 쌓을 적(積)으로 바꾸어 적석사(積石寺)가 되었다 합니다.

적석사가 자리한 곳이 낙조봉이라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적석사의 낙조’는 강화8경에 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일’에 대한 걱정은커녕 내일이라는 시간 자체를 의식하지 않게 됩니다. 그건 ‘될 대로 되라지 뭐’ 하는 감정과는 다른 것입니다. ‘저녁’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안락’은, 극락세계란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 존재하는 세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적석사에 가면 10만 억 국토 저편에서 온 기별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받게 되거든, 미소라도 좀 나누어 주십시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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