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미세 먼지 피해에서 벗어나려면?__변택주

미세 먼지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변택주

경영은 살림 연구가

 

 

지난 3월 5일 “서울 1시간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이란 기사가 떴습니다. 희뿌여니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공식 관측 이래 가장 최악’이라니요. 미세 먼지로 겪는 괴로움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깊습니다. 면역 체계가 미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기 싫어합니다. 숨 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마지못해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야 한다면

여기 덴마크 디자인 회사 ‘킬로(Kilo)’가 ‘에어모션연구소(Airmotion Laboratories)’와 손잡고 아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큼 근사한 고성능 마스크를 내놨습니다. ‘우비플레이(Woobi Play)’라는 방독면처럼 생긴 이 마스크 한쪽에는 커다란 ‘헤파 필터(Hepa Filter,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자잘한 알갱이까지 걸러내는 거름막)’가 달려 있어 2.5㎛밖에 되지 않는 미세 먼지를 95%까지 걸러준답니다. 여섯 살배기 아이가 써서 얼굴이 가려지지 않는 반투명 의료용 실리콘 구조입니다. 식품안전 등급을 받은 실리콘 소재는 살갗에 닿아도 해롭지 않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쉽게 쓰고 벗을 수 있으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설계해 숨 쉬기도 편합니다. 그래봤자 여섯 살배기들에게 알맞은 마스크라니 위아래로 두 살 터울까진 가까스로 씌운다고 해도 나이가 훨씬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스럽게도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지 마라”고 하는 ‘미세 먼지 전문가’가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이자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는 “미세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나라를 찾지 못했다. 아직 어떤 미세 먼지 농도에서부터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기준도 세워지지 않았다. 그러니 미세 먼지가 많아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나 미세 먼지 때문에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드러나는 이들에게만 쓰라고 하고 싶다. 그렇더라도 마스크를 썼는데 숨 쉬기가 힘들다면 바로 벗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쓰면 숨을 쉬기 어렵고,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건강이 나쁘지 않은 여느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 상태는 PM2.5 기준 250~500㎍/㎥ 수준이랍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세 먼지 예보를 하면서 굳이 마스크를 쓰라고 합니다. 까닭은 알 수 없으나 마스크를 쓰라고 해야 한다면 임산부를 비롯해 마스크를 써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짚어줘야 합니다.

 

입고 다니는 공기청정기 립 에어 티셔츠

이탈리아 의류 회사 ‘클로터스(Kloters)’는 더럽혀진 공기를 맑히는 티셔츠를 내놨습니다. ‘립 에어(Rep Air)’란 이름을 가진 티셔츠는 유행을 타지 않는 단순한 티셔츠입니다. 티셔츠 한 장이면 자동차 두 대가 내뿜는 대기오염 물질을 맑힐 수 있답니다. 비밀은 주머니에 담긴 직물 ‘더브레스(The Breath)’에 있습니다. 더브레스는 질소산화물(N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황산화물(Sox), 오존, 박테리아, 악취 따위 대기오염 물질을 빨아들여 자연 공기 흐름을 이용해 분해합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다른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고 그저 더러운 공기가 세 겹으로 된 더브레스 층을 지나가기만 하면 맑아집니다. 바깥에 있는 두 겹에는 항균 성질이 있어 오염 물질을 걸러줍니다. 가운데 있는 나노 분자가 오염 물질을 거둡니다.

 

미세 먼지로 수소 에너지를 만들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Antwerp University)와 루벵대학교(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연구진이 미세 먼지로 수소 에너지를 일으키는 작은 되살림 에너지 발전기를 선보였습니다. 특정 나노 물질과 ‘멤브레인(Membrane)’을 바탕에 둔 이 발전기는 햇빛 에너지를 써서 공기를 분해해서 수소 가스를 만들어냅니다. 수소 가스를 만들어내려면 깨끗한 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계는 깨끗한 물 없이도 공기만으로 수소 가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 가스는 따로 갈무리해서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벤치 하나가 나무 105그루 몫을?

얼마 전부터 서울 강남을 비롯한 마포구청 앞에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공기정화기 벤치가 하나둘 들어서서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애프터레인’이 내놓은 벤치가 그것입니다. 벤치 옆으로 들어간 공기가 말갛게 된 다음, 다시 벽을 타고 올라가 위에서 맑은 공기를 내뿜습니다. 뿜어져 나온 공기는 5초쯤 머무를 뿐이지만, 공기정화기가 맑은 공기를 거듭 내뿜기 때문에 공기 커튼을 이루고 있습니다.

애프터레인 벤치 한 대가 공기를 맑히는 힘은 나무 105그루와 맞먹는답니다. 이 벤치는 하루에 4만 1,472m²에 이르는 공기를 맑혀 공기정화 식물과 더불어 맑히는 힘이 나무 105그루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환경부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미세 먼지를 깨끗하게 만드는 양이 0.098g이라고 하니까요. 자리를 3m²밖에 차지하지 않는 애프터레인 벤치는 도심 한가운데 315m²나 되는 숲이 들어선 셈입니다. 더구나 벤치 꼭대기에 세워놓은 햇빛 판에서 만드는 전기를 쓰고, 빗물을 물탱크에 200L나 모아뒀다가 두고두고 꺼내어 쓰기 때문에 물을 주며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자급자족 벤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무선 충전기와 와이파이 핫스폿도 설치되어 있어 도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탓

톺아보면 미세 먼지를 불러들인 것도 우리이고 미세 멋지 탓에 괴로움을 겪는 것도 우리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임종길 선생은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다 이런 시를 썼습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네. (…) 물건 값이 이렇게 싸도 될까? (…) 푸른 숲을 집어삼키고 (…) 검은 석유로 요리하고 (…) 작업 노동자의 수명을 디스카운트하고 / 땅과 강과 하늘을 죽여가며 /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 // 배와 비행기에 실리지 못한 / 죽음의 가루가 먼 바다를 건너 / 미세 먼지로 내 폐를 파고들고서야 알았네. / 내가, / 물건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음을.”

미세 먼지를 내뿜은 괴물이 어디 메이드 인 차이나뿐일까요? 처음에 ‘미세 먼지 공식 관측 이래’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관측 이래’라니 대체 언제부터라는 말이야?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관측을 처음한 때가 2015년이었습니다. 겨우 네다섯 해 전으로 날씨 관측처럼 오래된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70년대 80년대는 말할 것도 없이 2000년대 초반 기록도 들어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하얀 셔츠를 입고 나가면 오전이 채 지나지 않아 소매 끝이 까맸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였는데도 목이 칼칼하고 기침을 하면 가래가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만 이제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때에 견줘서는 공기가 많이 깨끗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미세 먼지가 나아진 적이 없이 마치 역사 이래 거듭 심해져가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위험하다는 말씀입니다. 잊을 수 없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도 쓰지 않은 농약이나 방부제를 물에 타서 쓰는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썼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째서 다른 나라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빚어졌을까요? 누군가가 제 잇속을 채우려고 위험을 부풀리며 겁을 줬기 때문입니다. 미세 먼지에 중국이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고 봅니다만, 우리나라 미세 먼지를 만들어내는 주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싼 것이 비지떡에 머물지 않고 목숨까지 내놓으라니?

문제는 싼 것이 그저 비지떡에 머물지 않고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드잡이하는 데 있습니다. 살려면 이제라도 제값 치르기는 말할 것도 없이 편함을 바치지 말고 기꺼이 불편함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미세 먼지 하면 흔히 떠올리는 중국은 요즘 4년 사이에 주요 도시 미세 먼지 농도를 32%나 떨어뜨렸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어땠을까요? 중국 영향을 80%나 받는다는 한국은 농도를 10%라도 떨어뜨려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세 먼지에는 석탄발전소며 공장, 경유차를 비롯한 휘발유차와 같은 오염원에서 바로 나온 알갱이들이 있습니다. 아울러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가스로 된 오염 물질이 나와 공기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바뀐 알갱이들도 있습니다. 이토록 간접 배출로 일으킨 물질이 미세 먼지 가운데 70%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제라도,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신재생에너지 쓰기를 앞당기기를 비롯해 자동차 매연 줄이기를 넘어 없애는 일을 서둘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토록 굵직굵직하게 기업이나 정부가 바꿔나가야 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같은 여느 사람이 살아가면서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들 가운데 신경 써서 줄여야 할 것도 적지 않습니다. 둘러보면 가정에서 난방이나 취사용으로 쓰는 가스를 비롯한 여기저기서 미세 먼지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미세 먼지를 없애는 지름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처럼 우리 곁에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들춰내어 되도록 쓰지 않거나 덜 쓰는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지 않으면 아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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