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1|정신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__박천웅 외

정신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최근 조울증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살해한 사건 이후 의사의 안전에 대한 대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매년 많은 정신증 당사자들이 치료 과정이나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으로 인한 자살률이 높은데도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어서 당사자와 가족들의 불만이 높다.

정신증으로 장기간 지낸 사람들은 온순하고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잠재된 억압이 매우 높아서 마음속 깊이 갇힌 에너지의 양이 크다. 이 에너지가 감정 상태로 표현되면 적개심으로 보여지고 자기나 타인을 없애고 싶은 충동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정신증의 치료

증상은 가짜, 감정은 진짜라고 한다. 정신증 치료는 탄생 시기에 가까운 기억할 수 없는 시기부터 축적되어온 부정적 경험이 감정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을 찾도록 한다. 심리 치료는 종교적 수행 과정과 유사하게 마음이 자기에게 집중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왜곡된 사고, 행동, 습관 등을 알아차림으로써 걱정과 고통으로부터 분리되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인구는 전 국민의 20%가 넘는다고 한다. 가장 복잡한 정신증인 조현병만으로도 유병률이 1% 정도이다. 정신증의 원인은 양육 과정에서 공감적 응답의 결핍, 거절 경험의 축적, 부모를 이상적으로 모방하는 기회의 결핍, 습관적으로 방치되어 홀로 되는 두려움 또는 자신이 없어지는 공포 등으로 본다.

 

약물 위주의 치료에서 벗어나기

1990년대 이후 부작용이 적은 정신 치료 약물이 개발되면서 정신증 당사자들의 사회 활동이 가능해지고 정신 치료에 약물 치료가 대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째 새로운 신약 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아직 약물만으로는 정밀한 치료를 보장하지 못해 약물로 인지능력과 정서는 개선되나, 정상적인 사회 활동에 필요한 고급 정서와 대인 관계와 창의력은 약물 치료만으로는 절대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약물 위주의 치료를 극복하고 심리 치료를 권장하는 의사들의 세계적인 모임이 있다.(ISPS) 이들은 약물 이외의 오랜 심리 치료 경험을 살리고 논문을 발표하고자 학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약물이 발달하지 않은 1960년 이전에 보스(Boss) 등 실존주의자들은 객관적 접근은 인간관계에서 고통을 갖게 되는 맥락을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당사자의 현재의 갈등을 직시하는 실제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보고 조현병 심리 치료에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1921년 만들어져 현재까지 정신증 심리 검사에 널리 사용하는 로샤 검사에서 정신증을 진단할 때 객관적 진단만으로 환자의 특징을 반영할 수 없고, 당사자별 주관적 진단을 병행할 경우 환자 고유의 상태를 잘 알아내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정신역동 심리 치료사인 낸시 윌리엄스(Nancy Mc. Williams)에 의하면 약물은 호르몬에 관한 생물학적 환경문제는 개선하지만 다른 환경적 요소와 내면의 깊은 습관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깊은 성격의 문제는 심리 치료를 통해 뇌신경에 영향을 주어(뇌의 가소성) 해결해준다는 견해를 편다. 조현병 치료에서는 조현병 당사자들의 높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주시하라고 권고한다. (1999, 정신분석적 사례 이해에서)

선진국에서는 약물 위주에서 벗어난 지역사회의 협력적 치료 환경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입원실 없애기(이탈리아), 약 복용에서 벗어나 회복을 앞세우는 오픈 다이얼로그(핀란드), PACT의 팀 구성(미국), 편견과 낙인 없는 지역사회 모임 활성화(미국 NAMI), 수백 년 전통의 헤일러(Geele) 마을 – 정신증 당사자 평생 입양(벨기에) 등이 있다.

 

모두를 위하여

칼 융의 집단 무의식의 관점으로 보면, 심리 상담 현장에서 우리 국민의 정신적 갈등 내용을 살펴볼 때 사회적, 역사적 갈등(유교 전통 등)에서 비롯된 공통적인 대물림의 요소가 많아 보인다. 자기희생의 부산물들이 부정적 에너지로 변해 사회적, 집단적 또는 가족적 대물림 속에서 정신적 에너지가 취약한 가족이나 개인을 찾아 화산이 터지듯 분출해 정신적,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신증 치료는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폭넓은 지원과 예방의 책무가 필요해 보인다.

선진국처럼 당사자 위주의 지역 맞춤 팀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관련 종사자들을 양적 일변도로 늘리기보다는 정신증을 다룰 수 있는, 70년 전 칼 로저스가 주장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수용과 정확한 공감적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자를 양성해야 한다.

당사자 중심의 맞춤식 치료 환경을 만들려면 모든 연관 조직–의료계, 심리 치료계, 시설, 당사자 가족 모임–은 현재의 운영 방식을 벗어나서 이권을 내려놓고 당사자들의 치료와 건강 회복에 자원을 집중하고 협력할 때 변화가 시작되고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치료 환경은 당사자 치료를 위한 조직이 아니고 당사자를 퇴행시키고 만성화를 위하는 조직으로 보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회적으로 진정한 효율성을 이루려면 정신증 예방 및 조기 치료 환경이 중요한데, 정신증을 발병 6개월 이전에 장악해 만성화를 예방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초발 정신 치료 – 정영철 현 정신병학회장).

한 의사분으로부터 소개받은 ‘해외 정신과 의사 6인의 선언문’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선언문 내용 속에 필자가 평소 생각했던 부분이 근본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서 읽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6인의 의사라기보다 6인의 현인으로 부르고 싶다.

 

1) 근거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을 제공하라.

2) 가능하면 사회에서 지내게 하라. 급여를 정상인보다 몇 배 지불하라.

3) 가족들을 정부가 철저히 교육 지원하라.

4) 정책을 가능하면 조현병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곳에 직접 투자하라.

5)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정부가 돈을 직접 투자하라.

6) 일반인의 인식 개선에 돈을 아끼지 마라.

 

이 글은 대원불교문화대학동문회에서 지난 1월 13일~14일, 양일간 대한불교진흥원 괴산 다보수련원에서 실시한 ‘2019년 겨울 수행학교 : 생활명상’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박천웅 대원불교문화대학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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