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세상 읽기|로버트 라이트의 『불교는 왜 진실인가』 외__정여울

서양 지식인의 눈에 비친
불교의 마음챙김 수련

 

1. 『불교는 왜 진실인가』

 

과학이 인간이 처한 곤경의 근본 원인을 밝히기 2천 년도 더 전에 불교가 이를 파악했다는 사실은 불교가 오늘날에 지닌 적절성을 보여준다. 만약 붓다가 오늘날 살아 있었다면 인간이 어떻게 해서 미망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준 다윈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윈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면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 운동에 동참했다면) 인간이 빠진 미망과 고통의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준 붓다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 <불교는 왜 진실인가> 중에서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첨단 과학이 미처 발달하기 훨씬 이전, 즉 지금으로부터 무려 2,000여 년 전에 불교가 인간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근원적인 불만족, 끊임없는 결핍감, 생로병사의 고통에 속박되어 있다는 점 등등)를 깨달아 인간 세계에 전파했음을 일깨운다. 붓다가 다윈을 알았더라면 ‘진화론이 나의 설법과 일치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다윈이 불교를 이해했다면 ‘불교 속에 진화론의 해답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드러난 키워드는 ‘불교의 깨달음’과 ‘마음챙김 명상’이지만, 보이지 않는 키워드는 ‘서양 불교(Western Buddhism)’이다. 서양에서 받아들여진 불교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서양 사람들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불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의 스토리를 예로 들어 불교의 깨달음을 설명한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주면서 선택을 요구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가 만들어내는 환영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고, 빨간 약을 먹으면 환영의 세계로부터 탈주해 진정한 현실의 세계로 나오게 된다. 파란 약은 자본주의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이자, 안온하고 익숙한 ‘마취’의 세계다. 빨간 약을 선택하면 과연 어떤 위험과 예측 불가능성이 기다릴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네오는 용감하게 빨간 약의 세계, 즉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진실의 세계로 입문한다. 그것은 위험천만하지만 통찰과 자유가 있는 세계, 힘겹고 불안하지만 그 무엇에도 예속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을, 네오는 점점 깨닫는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 안락한 세계, 남들이 칭찬하는 세계는 매우 평화로운 대신 거짓과 환상으로 점철된 경우가 많고, 힘들고 두렵고 무서운 세계는 불편하고 위험한 대신 ‘내가 깨달은 나의 삶’만이 닻을 내릴 수 있는 투명한 진실의 세계다.

저자는 바로 이런 위험한 빨간 약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불교적 깨달음에 이르는 길, 마음챙김 명상 수련의 길,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일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가 “서양 불교인들이 명상을 통해 실제 경험한 변화를 상징하는 적절한 비유”였다고 이야기한다. 서양 사람들에게 〈매트릭스〉는 한마디로 불교의 다르마를 상징하는 영화였던 것이다. 법(法)으로 번역하는 다르마(dharma)는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워쇼스키 형제가 키아누 리브스에게 네오 역을 이해시키기 위해 세 권의 책을 읽게 했는데, 그중 한 권이 저자가 쓴 『도덕적 동물(Moral Animal): 진화심리학으로 들여다본 인간 본성』(1994)이었다고 한다. 그 책에서 저자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이렇게 정의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뇌가 인간을 잘못 이끌고 심지어 노예 상태에 빠지도록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해 만들어진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면서도 어떤 치명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 우리 삶의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바로 이런 ‘빨간 약과 파란 약 사이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골라야 하는 딜레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깨달음의 과정, 마음챙김의 과정 또한 그렇다. 마음챙김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다함 없는 순수한 몰입만이 있을 뿐이다. 몰입해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 내 마음을 듣고, 만지고, 받아들이는 것, 그 하나만으로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불교가 전해준다. 오직 명상의 힘으로 온몸이 불에 타들어가는 고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열반에 이른 베트남의 틱광둑 스님 이야기는 마음챙김 명상의 궁극적인 경지를 증언해준다. 스님은 당시 불교가 탄압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조국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스스로의 목숨을 불살라 전 세계에 그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내 마음을 올바로 관찰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너무도 가슴 아픈 사례다.

“응오딘지엠 대통령에게 국민을 향한 자비와 종교의 평등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그런 다음 성냥에 불을 댕겼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데이비드 핼버스탬이라는 기자는 이렇게 썼다. “스님은 불에 타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주변의 통곡 소리와 너무나 대조적으로 스님은 지극히 평온한 모습이었다.” – <불교는 왜 진실인가> 중에서

저자가 불교의 ‘윤회’나 불교의 여러 가지 ‘제의’를 믿지 않는다고 못 박는 것을 보면, 그가 불교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진정 ‘다르마’나 ‘카르마’를 이해했다면 윤회도 이해했을 것이고, 두카(duhkha : 고통, 불만족)와 메타(metta : 자애)를 이해한다면 불교의 다양한 제의에 담긴 감사와 희열의 의미도 이해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과학적인 사고에 길들어 있는 서양 지식인’의 입장에서 불교를 최대한 그들의 ‘합리적 언어’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매우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가 마음챙김 명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펑펑 솟아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그가 불교의 진실을 마음 깊이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주의력결핍장애가 있으며 무지무지 까다로운 성격이라 마음챙김 명상을 제대로 시작하기가 너무도 어려웠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그에게 묘한 친밀감까지 느꼈다. 바로 그렇게 진정으로 주의를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 마음챙김 자체가 잘 안 되는 사람, 그 어떤 집착으로부터도 제대로 놓여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진정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그는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불교를 단지 ‘종교’가 아닌 ‘사유의 체계’이자 ‘철학의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열쇠를 얻을 수 있다.

 

 

2. 『불멸의 서 77』

 

이 책은 문학과 철학, 과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인류의 역사를 바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한다. 기원전 3000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결정적 전환점을 가져온 책 77권을 뽑아 소개하는 이 책은 당시의 판형으로 된 표지 이미지와 초판본의 내지 인쇄 이미지도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인류 최초의 이야기로 일컬어지는 고대 수메르의 서사시 『길가메시』, 인류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톱 10 안에 항상 드는 『성경』, 유대인들의 『토라』, 무슬림의 『코란』, 힌두인들의 『마하바라타』, 도교의 『주역』 등을 통해 인류 역사의 종교적 기반을 살펴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의 『사자의 서』, 금박의 쿠픽 문자로 쓰인 『블루 코란』, 화려한 금박과 다채로운 빛깔들로 마치 한 장 한 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한 『켈스의 서』, 사해 연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한 『사해문서』, 의사들을 위한 완벽한 교본 『의학정전』 등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책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월트 휘트먼의 『풀잎』,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프리 초서의 『초서 작품집』,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발표했고, 셰익스피어 전집 등 다양한 문학작품의 초판본이나 본문 이미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테의 『신곡』과 『폴리필로의 꿈』,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섄디』, 디킨스의 『픽윅 페이퍼스』에 이르기까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 더욱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문학 작품들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펭귄 페이퍼백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고전문학 작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볼 수 있게 되기까지, 인류의 출판문화는 ‘파피루스에서 종이책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필요로 했다. 문학작품뿐 아니라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비롯한 수많은 음악가들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악상이 담긴 ‘악보’야말로 오직 인쇄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인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책들의 탄생 비화와 핵심 내용을 일별할 수 있는 알찬 미니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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