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고창 도솔산 선운사__우태하·윤제학

 

 

선운사에

동백꽃 보러 가시거든…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나?” 이 말이 겨냥하는 바를 설명한다면, 결례가 되겠지요. 분명히 달을 가리켰지만 손가락 그 자체 혹은 손짓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선운사(禪雲寺)’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되 현란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는 그 아름다움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다소곳이 물러나 앉았습니다. 선운사 ‘동백 숲(천연기념물 제184호)’입니다.

선운사 뒤편, 산이 다해 구릉처럼 누운 기슭에 3,000여 그루 동백이 어깨를 겯고 숲을 이루었습니다. 30m 안팎의 너비로 긴 띠를 이룬 숲의 면적은 약 1만 6,000㎡에 이릅니다. 숲의 나이는 500세 정도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 불에 탄 절을 다시 세울 때 심어 가꾼 것으로 봅니다. 동백기름을 얻을 목적도 있었겠지만 산불로부터 절을 지키기 위한 요량이었을 것입니다.

선운사 동백 숲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절집의 한 부분인 한 절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손가락입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는 당연히 선운사이겠지요. 선운사의 역사, 그곳에 흐르는 공기, 공양간의 된장국 냄새, 스님들의 염불 소리…. 그 모든 것의 총체일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만으로 절을 느끼는 실마리를 삼고자 한다면 ‘만세루(萬歲樓,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3호)’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 보물 축에도 못 들지만 말입니다.

만세루의 내부에 들어가 보면 왜 이 절의 이름이 ‘禪雲’인지를 알게 됩니다. 정면 9칸 측면 2칸 규모로 작지 않은 규모인데 기둥은 물론 대들보도 구불구불합니다. 심지어 두 개의 나무를 잇댄 기둥도 있습니다. 서까래는 땔감으로나 쓰면 좋을 것들입니다. 그런데 대들보 위 종보 끝의 용머리 조각을 보면 아, 이렇게 구름을 타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형편에 구애받지 않는 대담, 해학. 이것이 선(禪)의 경지겠지요.

선운사에 동백꽃 보러 가시거든 꽃만 보지 말고 구름도 타십시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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