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강진 월출산 무위사__우태하·윤제학

극락보전 앞 ‘텅 빈 마당’, ‘무위(無爲)’의 법당

 

 

아무래도 ‘무위사(無爲寺)’는 겨울에 가는 것이 제격일 듯합니다. 바람 없는 청명한 날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래야 월출산 등성마루의 바위불꽃이 하늘을 곱게 물들이고, 빈숲을 지 나 극락보전 앞마당으로 넉넉히 내려앉을 터이니까요.

무위사는 그리 큰 절은 아니지만 국보 둘, 보물 넷을 품고 있습니다. 극락보전(국보 제13호), 극락보전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제313호), 극락보전 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312호), 극락 보전 백의관음도(보물 제1314호), 극락보전 내벽 사면 벽화(보물 제1315호), 선각대사탑비(보물 제507 호)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절의 존재 가치가 문화재에 국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겠지요.

만약 저에게 문화재 지정 권한이 주어진다면 극락보전 ‘앞마당’을 또 하나의 국보로 삼겠 습니다. 극락보전은 자신의 규모에 비해 넓은 앞마당을 둠으로써 그곳을 능히 하늘과 짝할 만 한 곳이 되게 했습니다.

무위사 극락보전 앞마당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써 많을 일을 합니다. 비가 와도 눈 이 와도, 바람이 제멋대로 굴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든 ‘온다’, ‘간다’는 식의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정녕 ‘무위(無爲)’의 공간입니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조선 세종 12년(1430)에 지어진 건물로 무위사에서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맞배지붕에 주심포 양식의 대표적인 조선 초기 건물이지요. 흔히들 무위사 극락보전의 아름 다움을 검박함에서 찾곤 합니다만, 넓은 앞마당이 없어도 그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 니다. 아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앞마당을 과감히 비우고 건물의 치레를 최소화함으로써 내 부의 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후불 벽화, 그 뒷면의 백의관음도, 사면 벽을 채운 벽화(총 29점의 벽화로 현재는 해체되어 보존각에 전시되어 있다.)의 장엄은 외부의 소박과 극적 대비를 이루며 감동의 깊이를 더합니다.

무위사는 신라 진평왕 39년(617) 원효 스님이 처음 지었고 통일신라시대 말기인 헌강왕 원 년(875)에 도선국사가 중창한 것으로 무위사 사적기가 전하지만 역사적 사실로 보기는 어렵 습니다. 믿을 만한 역사적 사실은 선각국사 형미(864~917) 스님이 ‘무위갑사(無爲岬寺)’에서 교화 를 펼쳐 널리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로 미루어보면 낮춰 잡아도 10세기 이전 부터 이 절의 이름이 ‘무위’라고 불린 것 같습니다.

무위사의 진정한 법당은 텅 빈 마당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어떤 구실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정녕 ‘무위’겠지요. 지금 무위사에서는 마당가 늙은 팽나무도 한껏 게으름 을 부릴 것입니다. 해찰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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