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 온 편지|숲의 치유 능력__김산들

숲의 치유 능력

 

오늘날 우리는 자연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게 꽉 막힌 벽과 벽 속에서 푸른 자연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일이 현대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에서 치유할 기회를 알면서도 놓치고 있으며, 점점 흙으로 돌아가는 그 회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세 아이가 소곤소곤 말을 주고받는 듯하더니, 배낭에 무엇인가를 집어넣기 시작 했다. “가방에 망원경과 물은 꼭 넣어가자. 그리고 작은 비닐봉지도 가져가자. 혹시 화 석이나 작은 동물 흔적을 발견하면 가져와서 공부도 해야 하니깐. 그리고 또 뭘 가져 가지?” 큰아이 산드라가 쌍둥이 동생들에게 하는 소리였다. 나이가 좀 들어가니 아이들 은 가까운 곳에 부모 동행 없이 자주 갈 용기가 생겼나 보다. 사실 어른 눈에는 반경 300m도 안 되는 곳으로 놀러 가는 모습인데, 아이들에게는 아주 먼 곳으로 가는 대 단한 모험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언니, 혹시 모르니까 공책도 가져가자. 숲에서 무엇을 발견하면 간단한 메모라도 할 수 있게 말이야.” 마냥 어리게만 느껴졌던 쌍둥이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더 또렷해졌다. 분명 아이들은 목적이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쳤는지, 세 아이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허락을 구했다. “엄마, 우리 셋이서 잠깐 숲속 모험을 하고 올게. 모든 준비는 다 마쳤고 점심 전까 지는 돌아올 거야.” “응, 그래?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비밀의 숲’에 갈 거야.”

망설임 없이 비밀의 숲으로 간다는 말에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주니, 아이 들은 신나게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간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우리 집 뒷동산의 작은 숲속을 ‘비밀의 숲’이라고 부른다. 자 신들만 알고 있는 비밀의 숲. 어른 눈에는 비밀일 것 하나도 없는 이 숲속이 아이들에 게는 대단한 숲이다. 돼지털을 발견하기도 하고, 큰 바위에 오르는 덩굴식물도 관찰 하고, 산딸기도 따 먹을 수 있다. 또 운이 좋으면 작은 다람쥐가 도토리 먹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숲이 놀이터이며, 수수께끼를 푸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왜 아이들이 자꾸 숲으로 가고 싶어 하는지 어느 정도 이 해가 되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이 자연과 멀어지면 생기는 신드롬이 다양하다고 한다. 숲과 산, 자연 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생기는 정서 불안이나 조울증 등의 심리적인 불안정 상태를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고 한다. 이 증세의 최고 치료제 는 산에 오르며 자연을 만끽하고, 숲에 들어가 비타민 엔(N)을 흡수하며 자연을 내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은 우리의 몸을 치유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며 잔잔한 평화를 주기 때문에 정서적 감성 회복에 최고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산에 오르면 정상을 정복해 기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자연과 하나 된 그 행복 바이러 스가 몸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쁜 것은 아닐까?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자연이 주는 그 에너지를 받고 치유한다.

그런데 농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평소에 항상 자연을 보면서 생활하는데, 왜 자 주 숲으로 가려고 할까? 이 자연 에너지는 일상적으로 보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고 한다. 직접 숲에 들어가 그 기분 좋음을 느껴야만 한단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 이, 자꾸 숲에 끌리게 되는 듯하다. 숲에서 얻는 그 심리적인 편안함, 자연이 주는 혜 택, 분명 아이들은 어른이 말해주지 않아도 몸소 체득하는 듯하다. 이 얼마나 경이적 인가. 숲에 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연과 멀어진 사람들도 자연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더 늦기 전 에 자주 가졌으면 한다. 특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어린이들에 게는 이 자연이 특별한 치유제라고 한다.

또 우리 주위에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흔한 외출이 어떤 이 들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음을 상기해보자. 생태계는 얽히 고설킨 공존의 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사회관계망도 이런 생태계의 한 부분이 며, 신체적 자유가 없는 장애인을 도와 자연을 즐길 기회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한번은 장애인을 도와 산행하는 봉사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숲의 편안함에 감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대단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 정말 아름답다!” 장애인이 느끼는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간애를 나누는 그 아름다움이 겹쳐 배가 됐 을 것이다. 숲에서 동시대를 사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경험은 경이로움 그 자체 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우리가 더 분발하며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혜택 이 없는 소수의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할,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 의 무가 큰 의미가 되어 자라나는 미래의 아이들에게도 바른 유산으로 남았으면 한다.

“엄마, 우리가 발견한 게 뭔 줄 알아?” 아이들이 ‘비밀의 숲’에 갔다 와 요란스럽게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이건 새 깃털, 이건 소라 같은 화석이고, 이건 참나무 잎이야. 돼지털도 발견했어. 봐봐!” 식탁에 늘어놓으며 설명하는 아이들 눈에는 기쁨과 행복 바이러스가 반짝인다.

역시 인류 DNA는 속일 수 없는 자연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진화해왔음을 느낀다. 옛 날 우리의 조상이 자연에서 곡물을 채집하고, 사냥하며, 열매를 따 먹던 모습, 그 모 습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재현하는 인류의 참모습은 아닐지…!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인류의 모습 말이다.

우리도 아이들처럼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이 순수함과 마음의 치유, 평화를 느껴 보면 어떨까. 주말 가까운 숲이라도 산책하면 오늘 하루가 더 행복해지고, 내일 하루 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간단한 외출이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김산들 스페인에서 언어와 도자기를 공부했다. 스페인 관련 블로그(www.spainmusa.com)를 운영하면서 여러 방송 매 체에 스페인 정보를 제공, KBS 다큐 <공감>, <인간극장>, EBS 세계견문록 <스페인 맛에 빠지다> 등에 출연했다. 현재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친자연적인 삶을 살면서 한국과 스페인의 일상과 문화를 글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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