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영화평

인연의 동반자

영화 <베일리 어게인>과 환생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주인공은 전생을 기억하며 환생하는 개, 베일리다. 베일 리는 태어나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모험을 시작한다. 케이지를 탈출해 세상으로 나 서자마자 좋지 못한 사람들에게 붙잡혀 차 안에 갇히지만, 이를 발견한 한 소년과 어머니에 의해 구조돼 운명처럼 가족이 된다. 그 소년이 바로 베일리의 영혼의 친구 이 든이다. 베일리는 이든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신 또한 무조건의 애정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지만 생명으로서의 숙명을 벗어날 수 없기에 이든의 곁에서 조용히 한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여기서 한 번의 반전을 맞는다. 베일리의 생애가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름 으로 다시 시작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엘리’라는 이름의 경찰견이다. 새로운 생을 시 작하게 된 베일리는 아직도 옛 친구인 이든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현재의 주인인 경 찰 카를로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와 함께 범죄자를 잡으며 곁을 지키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생을 마감한다. 세 번째의 생에서는 ‘마야’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여대생에게 ‘티노’라고 불리는 애완견이 되었다. 베일리는 이든을 잊지 못하지만 현재의 주인(혹은 친구)에게 충실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진다. “나는 왜 자꾸 다시 태어나지? 무언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나?” 그러나 아무도 그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또 다른 삶이 시작되었다. 이번 생의 첫 주인은 ‘와플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베일리를 결국 유기하게 된다. 혼자서 거리를 떠돌던 베일리는 우연히 찾아간 농장에서 마침내 항상 그리워하던 영혼의 친구 이든과 재회하게 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듯하다. 환생과 윤회, 인연의 개념을 통해 베일리의 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회는 불교의 세계관을 이해 하는 가장 기본적 개념이다. 생로병사의 고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윤회를 거듭하는 인간은 어쩌면 불쌍하고 외롭고 슬픈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주변의 사람들과 수많은 인연을 맺고 풀어가면서 고해 속에서 허덕인다. 그럴 때면 누구나 의지하고픈 존재를 갈망하게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종교에 귀의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주변의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며 서로 의지하는 것일 게다. 베일리가 가장 힘들 때 그를 도와주고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있었다. 차 안에 갇힌 베일리를 구해주고, 유기견으로 떠도는 베일리에게 다시금 사랑을 베푸는 이든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렇다고 이든 역시 베일리에게 일방적인 사랑은 아니었다. 이든 이 사고로 힘든 젊은 날을 보낼 때 그의 곁에서 그를 위로해준 것은 베일리였다. 함께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동지이자, 함께 구도의 길을 걷는 도반(道伴)처럼. 우리는 영화에서 보살도를 볼 수 있다. 베푼 인연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도움을 받은 인연은 다시 만나야 하는 것을 보여준다. 베일리는 자기가 베푼 인연과 는 다시 만나지 않으나, 그가 도움을 받은 이든은 다시 만나고 싶은 강한 열망을 보 여준다. 어쩌면 현재의 삶은 내가 도움을 받은 존재에게 베풀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생이 부처의 길을 가는 것이라면 말이다. 인연의 실타래는 현세에서 끝나지 않는다. 불교적 세계관에 따르자면 앞으로 피 안의 언덕에 다다를 때까지 인연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질기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 니 서로의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언제고, 현세가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그 보답을 받을 것이다. 마치 베일리와 이든처럼.

 

인연의 실타래는 현세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피안의 언덕에 다다를 때까지 인연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질기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서로의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언제고, 현세가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그 보답을 받을 것이다.

 

배수선(보현) 프리랜서로서 차와 사찰 전통 음식을 강의하며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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